히포크라테스가 그리운 시절
히포크라테스가 그리운 시절
  • 노영조 논설주간
  • 승인 2011.04.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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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이미지의 고소득-엘리트 집단이라는 의사협회가 심한 내홍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올 의사협회 총회는 끝났지만 회장 진퇴를 둘러싼 협회내 이해세력간의 공방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조차 없다. 지난 주말 열린 총회는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집행부와 대의원, 대의원과 회원들 간에 격렬한 충돌을 빚어 앞으로 협회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의협 총회의 어지러운 모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회장 임기가 3년이지만 지난 10년간 회장 혹은 회장직무대행이 10차례나 바뀔 정도로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올 총회는 욕설과 무질서, 이해집단간의 갈등, 운영 절차상 하자가 더 극심했다. 이제 의협은 ‘식물’ 협회로 전락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특히 본회의 안건으로 긴급 제안된 경만호 회장 사퇴권고안이 부결됐지만 1표차로 가부가 갈릴 정도로 집행부측과 젊은 의사측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그만큼 양측의 골은 깊다. 질병을 치료해야할 의사 단체에 병이 들어도 골수까지 단단히 들은 것이다.

의협의 갈등은 집행부의 불투명한 사업비 지출에서 불거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대의원들과 회원들이 대외사업추진비 2억5000만원의 사용 내역이 미흡하다며 추가 감사를 요구하고 나서 결산보고서를 승인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의협은 연간 300억원에 이르는 예산집행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리로 일부 회장들이 중도하차하는 등 부끄러운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이미 경 회장도 선물구입비 과다지출 등의 의혹을 받아 횡령, 배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14건이나 고발돼 재판 중인 상태다.

전의총, 전공의협의회 등은 경 회장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사법부에 의해 물러나게 될 것이라며 퇴진관철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집행부측은 사퇴요구를 일축하는 등 양측이 팽팽히 맞선 형국이어서 협회가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회원들조차 믿지 않는다.

의사협회의 갈등은 대부분 집행부에 대한 비리 의혹 제기, 고소고발 형태를 답습하고 있지만 실은 차기 회장단 선거를 의식한 주도권 싸움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염불보다 잿밥에 맘이 가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사태다.

새삼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지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가 되새겨지는 시절이다. 의협이 의사들의 이익단체이지만 가장 큰 목적은 정확하고 친절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일 것이다. 의협은 “나의 삶과 의술을 순수하고 경건하게 지켜가겠다”는 많은 양심적인 의사들을 더 이상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말라리아와 콜레라에 걸려 약도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남수단 오지 마을에서 8년간 하루 300명씩 의술을 베푼 청년의사 이태석 신부도 그 중 한 명일터이다. 수단인들도 외면하는 한센인들을 보듬어 안은 그는 성직자이기에 앞서 의사였다. 그러기에 그는 ‘수단의 슈바이처’라고 불린다.

의료계는 지금 집안싸움을 벌일 만큼 한가하지 않다. 변화의 바람이 안팎으로 불어닥치고 있다. 동네병원의 경영난 심화를 비롯, 자유무역지역내 투자개방형 병원설립, 민영의료보험 등 새로운 제도 도입이 현안으로 등장해있다. 종래 공공재로 분류해놓았던 의료를 산업으로 보고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아직은 이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지만 국가 간 의료경계선이 희미해지면서 해외환자유치, 의료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의료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내부적으로는 장비·의약품 구입 등을 둘러싼 리베이트 수수문제도 의료계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도 있다. 협회가 의료계 지각변동에 대한 대책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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