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담합업체 자기반성 계기 삼아야
독감백신 담합업체 자기반성 계기 삼아야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1.04.20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반 제조업이나 건설, 서비스분야에서나 있는 줄 알았던 담합행위가 제약업계에서도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니 놀랍다.  국내 모든 인플루엔자 백신제조업체가 담합행위로 지난 18일 공정위에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특히 신종플루 특수를 틈타 백신업체 전체가 관여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준다.

가뜩이나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검경, 국세청, 공정위, 복지부, 식약청 등의 전방위 조사를 받고 있는 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에 납품할 백신의 가격과 물량을 공모해 정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타 산업과는 달리 국민건강과 직결된 의약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생산업체들이 짜고 장난쳤다는 점에서 엄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5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정부에 납품할 가격과 물량을 자기들 입맛대로 정한 행위는 조직적으로 세금을 도둑질한 것과 다름없다. 정부조달시장은 민수시장의 40%룰 차지하는 만큼 그 피해가 적지 않다.

녹십자, 동아제약,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보령바이오파마, 씨제이(주), CJ제일제당, SK케미칼, LG생명과학, 한국백신 등 9개 백신제조업체들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질병관리본부가 발주하는 인플루엔자백신 정부조달 물량을 자기들끼리 배정하고, 투찰단가를 사전협의를 통해 결정한 뒤 납품했다.

이들 업체는 정부가 국민보건에 필요한 인플루엔자백신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공공의 이익을 헌신짝처럼 차버렸다.  더구나 담합을 막기 위해 계약방식을 수차례 바꾸었는데도 전체 백신사업자들이 짜고 장기간 담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

어찌보면 백신업계의 담합행위는 예고된 재난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업체들은 경쟁력이 없어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해외시장 진출은 엄두도 내지 못할 형편이라 좁은 국내 시장에 팔아야만 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세계 독감백신 시장은 30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8% 이상 성장하는 물 좋은 시장이지만, 녹십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업체는 도전장을 낼 처지가 못돼 쳐다만 볼 뿐이다.

계절독감인 인플루엔자 백신의 국내 시장은 1300억원 규모로 추산되지만 다국적 제약사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시장 진출은커녕 안방을 내줄 형편에 놓여 있다. 여기에다 너도나도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 생산과잉현상마저 나타나자 담합이란 유혹에 말려든 것이다.

담합은 이윤추구를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이자 함정이다. 시장경제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제약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가격경쟁이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인플루엔자 백신업체들은 이마저도 거추장스럽게 여겨 사전협의를 해 가격을 정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끼리끼리 이익을 나누어 챙겼다. 

연구개발로 약효를 높이기보다는 마케팅으로 판로를 확보해온 관행과 높은 약가-고이윤이라는 단맛에 취해 최소한의 기업윤리마저 내팽겨쳤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게다. 사실 제약산업은 광고-판촉비용의 낭비가 심하고 생산비용과 판매가격의 차이가 매우 크다.

그래서 치열한 약효능 경쟁이 아니라 리베이트 등을 통한 안일한 판매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최근까지 국내 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광고비지출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의 2배 이상이었다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당국은 국가예산의 낭비를 초래하고 공익목적의 실현을 방해하는 사업자의 담합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기업들도 이번 사건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
여론광장
오늘의 단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