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복지부 장관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진수희 복지부 장관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 약준모
  • 승인 2011.04.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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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약 약국외 판매 발언에 대해 진수희 장관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안녕하세요, 장관님

저희는 인터넷 다음 포털에서 활동하고 있는 약사들로서 2만9천여 회원이 소속되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http://cafe.daum.net/pharmmaker)

장관님께서 지난 4월 14일 오찬에서 <일본과 같이 일정교육을 이수한 약판매사로 하여금 대형마트에서 일반의약품을 취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중> 이라 말씀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걱정과 우려에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번째, 안전성과 편의성 중 무엇에 더욱 무게를 둘 것인가

일반약이 약국외 장소에서도 취급될 경우, 국민들이 의약품을 선택하는 유일한 기준은 <광고>가 될 것입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제약사들은 광고에 의한 판촉에 지금보다 더욱 열을 올리겠지요. 지금도 게보린 같은 해열진통제는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으로 국회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데도 생산업체는 광고를 통해서 판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그나마 약사가 약국에서 경고를 해줄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어떠한 제제도 없이 오로지 광고를 통해 형성된 구매욕에 의해 무분별하게 복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의약품 매출규모를 늘리기 위해 약국 이외의 유통경로를 찾는 제약사, 새로운 판매 품목을 찾는 유통자본, 그리고 더 많은 일반의약품 광고를 유치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언론계가 약간의 국민 불편을 좋은 수단으로 내세워 주장하고 있는 것이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입니다. 이러한 속사정을 다른 부처는 몰라도 보건복지부만큼은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콧물감기약인 콘택을 기침 나는데 먹겠다고 달라고 하거나, 약간만 몸이 쑤셔도 습관적으로 복용하기 위해 판피린을 한번에 수십 병씩 가져가려는 노인분들, 술 마신 다음날 머리 아프다고 타이레놀을 찾는 사람들과 하루에도 몇 번씩 입씨름을 해야하는 것이 일선에서 일하는 약사들의 고충입니다. 약사들이 이러한 어려움에도 매일 환자들에게 주의를 주고 당부를 하는 것은, 다름아닌 면허를 지닌 자로서의 책임감과 소명의식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약국에서 잘 관리되어왔던 일반의약품을 새로운 사각지대로 풀겠다는 발상은 해마다 적어도 수십명 또는 수백명의 건강과 생명을 아주 약간의 편의성과 맞바꾸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국민에게 더 많은 약을 먹여서라도 GDP를 성장시키겠다는 경제논리에 매몰된 다른 부처라면 건강과 생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할 테니 약국외 판매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단 한 명의 국민 건강도 아끼고 보살피는 정책을 펴는 것이 소임인 보건복지부의 수장께서 이러한 말씀을 하셨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두번째, 약사라는 전문인에 의한 의약품전달관리체계의 포기

국가가 약사라는 면허제도를 만든 것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의약품이라는 재화가 지닌 특수성을 인정하여 의약품만큼은 전문인의 지식에 의해 사용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국민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하여 약국이라는 특수장소를 지정하고 이곳에서만 의약품이 취급되도록 했습니다. 이렇듯 의약품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약사라는 전달자와 약국이라는 취급장소 두 가지에 의해 이중으로 제한을 받습니다. 제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안전성을 위해 최소한의 관리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장관님께서 언급하신 내용을 보면, 전달자인 약사와 취급장소인 약국 모두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약사 면허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사실 이것이 약사들이 약국외 판매 주장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임을 장관님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을 치러 합격하면, 국가가 "당신은 다른 모든 국민과는 달리, 의약품을 합법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게 됩니다. 또한 그에 따른 책임과 소명도 지게 됩니다"라는 의미로 수여하는 것이 약사 면허입니다. 약사면허증에는 국가를 대표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장이 찍혀있고, 이 면허증을 약국 내에 반드시 비치하게 되어있습니다.

국가가 더이상 약사면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면, 보건복지부장관의 이름으로 주신 그 면허증을 당장이라도 반납할 용의가 있습니다. 언제든지 가져가십시오.

세번째, 선택분업 등 현재 보건의료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주장의 소지

언급하신 일본식 등록판매사 제도를 운영중인 나라는 세계에서도 일본이 거의 유일합니다. 또한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택분업을 시행하고 있지요.

의사집단에서 강제분업 방식인 현재의 의약분업을 파기하고 병원에서도 직접 조제를 할 수 있는 선택분업을 시행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약국외 장소에서 일반의약품을 취급하도록 허용한다면, 이것은 약국이 아닌 병원에서도 일반의약품 조제를 하게 해달라거나 전문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사집단의 더욱 강한 요구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기에 의사들이 자신들과 직접적 관련도 없는 일반약 약국외판매에 목청을 높여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습니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십여 년간 의약분업은 조금씩 국민들 사이에 자리를 잡아왔습니다. 일반약 약국외판매와 그에 따른 선택분업 주장은 보건의료 직능단체 사이에 더더욱 심한 갈등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며, 이제 의약분업에 적응해가는 국민들에게도 커다란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네번째, 현실적인 문제점들

우선, 현재 약사법에서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만 취급하도록 규정한 항목을 고쳐 대형마트에 한정하겠다고는 하지만 일단 약국외 장소에서 취급하도록 한다면, 이후에는 또다시 보다 작은 규모의 소매점에서도 취급하게 해달라거나, 심지어는 자판기나 인터넷쇼핑몰을 통한 택배 판매까지 허용해달라는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이는 유통업체와 제약자본 입장에서는 광고에 의해 손쉽게 판매를 촉진하려면 대형마트에 국한되지 않는 더욱더 넓은 유통망과 우수한 고객접근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대형마트에는 이미 그중 상당수에 마트내약국이 입점해있을 뿐더러, 이 약국들은 마트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의무적으로 문을 열게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장관님께서 시행을 고려 중이신 상황은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약사들의 손에 의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즉 말씀하신 내용은 실효성 있는 의견이 아닙니다.

등록판매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일반약이 약국외 장소에 풀린 후 3년만에 무려 90%의 일반의약품이 약국외 장소에서도 유통되게 되었으며, 일본 약국의 약사들은 더욱더 조제에만 치중하고 일반의약품 판매에는 소홀한 경향을 보여 일반의약품을 통해 가벼운 질환을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하게 다스리고자하는 일본국민의 욕구에는 오히려 부합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또한 게보린과 유사한 해열진통제의 소매가격이 한국의 십여배에 이르는 등, 유통경로 다양화를 통해 가격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던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마치는 글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사회는 각 부문에서 급속히 경제논리가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삶에서 본질적으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의 추구보다는 금전과 물질적 충족이 더 중요한 것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하지만 경제논리를 추구한 결과 우리국민들이 과연 더 행복해졌는지는 의문입니다.

보건복지부만큼은 국가의 모든 부서 중에서도 경제논리가 아닌, 진실로 국민들의 행복과 안전에 무엇이 도움이 될지 어떤 것이 올바른지를 고민하는 부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세월 동안 대한민국의 약사들은 언제나 국민 곁에 있었습니다. 때로는 잘못하는 점도 있었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면허를 받은 자로서 일반인과는 다른 전문지식과 소명의식으로 소소하게나마 국민건강을 염려하고 힘이 닿는 한 보살펴왔습니다.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일반의약품을 통한 자가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약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절대 필요합니다. 일반의약품을 어떻게 사용하면 가장 효과적인지, 때로 겪을 수 있는 위험성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조언할 수 있는 것은 약사들뿐입니다.

국민이 약사를 신뢰하고 잘 활용하여 건강증진에 더욱 더 도움이 되도록, 건강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고민하고 힘써주시기를 거듭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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