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는데도
감기에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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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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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대부분의 감기에는 항생제가 필요치 않는데도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55%나 된다고 한다. 이러니 ‘한국은 항생제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OECD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항생제 소비량은 31.4 DDD(성인 1000명이 하루에 31.4명 분의 항생제를 복용한다는 의미)로, 벨기에와 함께 OECD 회원국 중 1위에 올랐다. 항생제 소비량이 가장 적은 네덜란드(12.9 DDD) 국민보다 2.5배나 많은 양을 복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필요한 항생제를 처방하고 복용하는 탓이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항생제 오-남용 결과, 항생제 내성이 국민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현황이 공개됐다. 아시아 태평양 감염재단(APFID)이 6일부터 3일간 일정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주최한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다.

세계 40개국에서 온 2000여명의 감염질환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은 21세기의 가장 심각한 보건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진단하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이 주요 세균의 항생제 내성 발생 빈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항생제 오·남용에서 발생하는 내성균은 에이즈보다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감염질환은 일단 항생제를 써서 완치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항생제가 안 듣는 내성균이 계속 늘어난다면 인류가 세균에 무장해제 당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세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또 항생제를 오·남용한 결과 보통의 각종 세균이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균으로 변질돼 치료할 약이 없게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돼 충격을 주었다. 이른바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이 세균들은 점차 세계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개월 만에 세계로 퍼져나간 ‘NDM-1 대장균’이 대표적인 내성균이다.

항생제 내성은 불필요하거나 과다하게 항생제를 먹는데서 생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의 출현 빈도는 77%다. 이는 우리보다 항생제 소비량이 훨씬 적은 미국의 38%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항생제를 복용해도 세균 100마리 가운데 우리는 77마리가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이른바 약발이 먹히지 않는 셈이니 너무나 위험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런데도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조차 항생제 내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 식약청과 삼성서울병원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항생제가 감기에도 효과가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51%나 됐다. 또 28%는 집에 남겨둔 항생제를 임의로 먹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계가 과잉처방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잘 모르는 환자가 처방해달라 한다고 해서 처방전을 적어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환자도 항생제를 맹신하는 무모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건당국은 처방은 전문의료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방치할 게 아니라 항생제 처방의 기준을 보다 엄격히 마련해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은 물론 국가적 재앙을 예방하기 위해서 그렇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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