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까지 약국에서 쥐고, 약국에서 팔아야 한다는 논리는 곤란하다.”
기본 상비약까지 약국에서 구입해야 하는 현행 의약품 판매체계에 대해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던진 말이다.
정 이사장은 11일 아침 ‘의약품 분류체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열린 금요조찬세미나에서 일반의약품 슈퍼판매가 금지된 현 상황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정 이사장은 발제자들의 토론시간에 “기본적인 상비약은 필요하면 슈퍼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현재 살고 있는) 외국인이 100만정도 되는데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일반의약품을 편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며 작년말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이슈화된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여론에 힘을 실었다.
정 이사장은 특히 “박카스같은 일반약도 약국에서 팔아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날 토론에서 BTC(조건부 일반의약품) 분류체계와 일반약 진열 개선을 주장한 숙명여대 약대 신현택 교수에게 그 이유를 납득시켜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이에대해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허용 여부에 대해 (내) 의견을 공개하기는 어렵다. 약을 구입하는 것은 약국에서 구입하건 슈퍼에서 구입하건 편리성을 최대한 극대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리송한 말로 즉답을 피해갔다.
또 “편리성 극대화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것인지는 정책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슈퍼판매를 떠나서 국민의 수요는 맞춰져야 한다”며 질문에 대한 핵심을 비켜갔다.
신 교수는 앞선 토론에서 “의약품 분류체계와 별개로 일반약 슈퍼판매가 자꾸 이슈화 되고 있다”며 의약품 재분류를 위해 조건부 일반의약품(BTC) 개념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일반약 슈퍼판매보다 제도적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BTC(Behind the counter)란, 일반의약품을 약국 내에서 판매한다는 전제하에 카운터 밖에 비치하는 약을 의미하는 것이다. 약국 내 카운터 밖에 두는 일반의약품의 분류체계를 만들어 소비자의 접근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신 교수는 또 “소비자의 시간적 접근성 향상을 위해 24시간 구매 가능한 지역약국의 운영이 필요하다”며 “지역약국 GPP(Good Pharmacy Practice, 우수약국관리기준)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교수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인제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김철원 교수는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약 슈퍼판매를 허용해야한다고 맞받아쳤다.
김 교수는 “지역약국에서 일반의약품 진열을 개선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과 24시간 약국을 운영해 GPP제도로 평가해서 지역약국의 질관리까지 꾀하는 것은 소비자입장에서 좋은 방법이긴 하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에서 그것만으로 심야와 휴일에 접근성이 가능한가는 의문이다”라고 반박했다.
또 “일부대도시와 지역약국이 있는 곳만 가능하지 대부분의 지역은 약 구입이 힘들 것이다”라며 “응급상비약 수준에 일부 일반의약품을 일반 슈퍼에서 파는 것이 문제가 되는건가에 대한 해답은 없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슈퍼판매는 일반약을 내놓고 (파는 것인데) 편리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접근성이 높아졌을때의 부작용(약물오남용 등)도 생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신 교수의 주장은 전반적으로 대한약사회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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