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가 뿔났다. 노바티스의 표적항암제 ‘아피니토’의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서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단체는 협상 결렬 의약품의 신속한 접근을 요청하고 나서는 한편, 공단과 노바티스가 환자들의 접근성을 보장하려고 노력이나 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환자들은 비용적 부담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속히 ‘아피니토’가 급여화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기업과 공급자의 입장은 상이하다.
공단은 대체요법(면역치료법)이 있다는 입장에서 노바티스가 제시한 약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제약사는 대체요법은 약제가 아니기 때문에 2차 치료제로 ‘아피니토’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환자단체들도 제약사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대체요법은 부작용도 심해 치료받는 환자가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 와중에 환자단체 성명에서 30% 인하설이 흘러나왔다. “노바티스가 약가협상중 ‘아피니토’ 가격을 30% 인하할 의사를 간접적으로 비췄을 뿐만 아니라 페이백 등 다양한 재정절감 방안을 제시했지만 공단이 30% 이상의 무리한 약가인하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공단은 이에 대해 약가협상은 비밀이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누구의 주장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부분만을 놓고 보면 노바티스는 공단에 협상을 위해 크게 양보했는데, 공단은 완고한 입장을 보여 협상이 결렬된 것처럼 보인다.
물론 30% 인하설에 대해 공단과 제약사는 ‘모르는 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부담스러운 약값에 괴로워 하는 환자들만 달콤한 소문에 좋다 말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재정고갈의 위험에 처한 공단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에 따르면 비급여로 보급되고 있는 ‘아피니토’는 현재 정당 13만9000원에 달한다. 따라서 설령 30%가 인하된 금액에 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9만원이 넘는 고가 약물에 해당한다.
완치제라면 그 이상 몇배의 재정을 투입해도 가치가 있지만, 환자들의 생명을 몇개월 늘리기 위해 엄청난 재정을 퍼부어야 하는 공단으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그 돈이면 더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바티스가 좀 더 통크게(?) 양보하는 대범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바티스는 그동안 백혈병치료 항암제 ‘글리벡’ 등 희귀한 의약품을 주로 개발해 한국시장에 들여왔다. 하지만 초기에 고가의 비급여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은 편치 않았다. 그때마다 노바티스는 환자들의 초조함을 등에 업고 약가협상에서 배짱을 부린다는 비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환자들은 '아피니토'가 필수의약품은 아니지만, 필수의약품에 준한다고 주장하며 빠른 급여화를 원하고 있다.
공단도 제약회사도 환자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공단과 제약사는 뜬소문으로 약의 급여화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아피니토’는 종양의 세포 분열과 혈관 성장, 암세포의 신진대사에 있어서 중앙 조절자 역할을 하는 mTOR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경구용 항암제다. ‘아피니토’는 진행성 췌장 신경내분비종양(NET)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2배 이상 연장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미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NEJM)’에 게재된 바 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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