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직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비데가 물의 수압이나 온도를 적절히 조절해서 사용하면 항문압을 감소시켜 항문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학계에서는 항문 질환이나 항문 통증이 있을 때 온수 좌욕을 권장하고 있는데, 좌욕은 항문 조임근을 이완시켜 항문압을 감소시킴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키며, 항문부위의 혈액순환을 돕는 작용을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비데의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비데가 좌욕을 대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물의 온도나 수압 조건이 각 회사마다 다른데, 비데를 어떤 조건에서 사용해야 좌욕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현재까지 이루어진 바가 없었다.
서울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박규주 교수팀은 웅진코웨이 연구진과 공동으로 비데가 항문 및 직장에 어떠한 압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항문질환이 없고 내과적 질환이 없는 성인남녀 2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지원자를 변기에 앉게 한 뒤 기초 항문내압을 측정하고, 내압측정기를 이용해 비데를 사용하면서 항문 및 직장 내의 압력 변화를 다양한 온도와 수압 조건하에 측정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비데 사용 후 항문압을 측정하는 실험에서 38도(체온과 유사한) 정도의 가정용 온수와, 저압 혹은 중간 압력(일반적인 비데 제품에서 중간 이하 수압의 세기)의 물로 비데를 사용했을 때, 항문압이 15~20% 정도 의미 있게 감소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비데의 기능 중 일직선 형태의 수류보다는 넓게 퍼지는 와이드 수류를 사용하였을 때 항문압 감소가 좀 더 효과적으로 일어났다.
박규주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비데의 수압과 온수온도를 적정하게 설정해 사용하면 좌욕에서 보이는 항문압 감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라며, “배변시 항문 괄약근이 이완되지 않고 이상 수축으로 변비가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일부 제품에 포함된 빠른 배변을 위해 물의 수압을 고압으로 이용하는 소위 ‘쾌변’ 기능을 사용하는 경우, 오히려 괄약근의 반사적 수축을 유발해 항문압이 상승하며, 항문 조임근을 통과해 물이 직접 직장내로 유입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박 교수는 “고압의 ‘쾌변’ 기능은 바쁘고 성질 급한 직장인들의 경우 배변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항문압을 증가시켜 항문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항문 및 직장에 상처를 만들 수 있으니 적정한 수압과 온도를 조절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미국의 소화기 학회인 ‘Digestive Disease Week 2010’ 에서 발표됐으며, 국내 의학계의 SCI 학술지인 ‘Journal of the Korean Medical Science’ 2011년 1월호에도 게재됐다. -실시간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