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구강 검사 치과 도입 의의
HIV 구강 검사 치과 도입 의의
  • 박정철 연구강사
  • admin@dttoday.com
  • 승인 2010.12.06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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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공포는 대부분 잘 알지 못하는 대상과 스스로 조절 할 수 없는 존재로부터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거대한 태풍이나 지진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북한의 도발 등. 1985년 국내에 최초로 에이즈라는 질병이 알려지고 난 뒤 일반 대중들이 가졌던 에이즈에 대한 감정이 바로 ‘공포’였고 이는 에이즈에 걸리면 ‘죽는다’는 공포심에 기인했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질병의 정확한 기전이 밝혀지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제시돼 이제 에이즈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 질환’이 됐다. 그럼에도 일반 대중을 상대로 설문을 해보면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이 에이즈 및 에이즈 환자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에이즈와 관련된 이런 공포 뒤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면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전 세계적으로 42만 명의 아이들이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감염되었고 같은 해 29만 명의 아이들이 사망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수직 감염과 모요 수유를 통해 감염되기도 하고 때로는 마약 복용자들이 쓰고 버린 주사기로 마약을 투입하다 HIV에 감염되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직시하고 해결해야 할 에이즈의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 치과의사 장사꾼으로 매도해도 반박하는 자 없어

지난 국정 감사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진행했던 HIV 구강 검사의 치과 도입이 논란이 됐다. 검사시행 시 감염자들의 치료 기회가 박탈 될 수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는데 이는 치과 치료의 특성을 전혀 모르고 하는 지적이었으나 질병관리본부장은 이에 대한 정정은 커녕 “치과의사들이 잘 모르고 있어 교육 시키려는 목적이었고, 어디까지나 연구일 뿐 치과에서 전면도입을 의미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했다.

언론이나 여론에서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아 하루 이틀 인터넷 검색어에 오르다 사라졌지만 무엇보다 이번 일을 통해 에이즈에 대한 편견의 심각성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또한 치과의 특성을 전혀 모르는 몇몇 국회의원에 의해 마치 치과의사들이 HIV 감염자 치료를 거부한 듯한 인상이 국민들에게 전달되었는데도 치과의사협회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일부 치과의사들이 이러한 진단 기법을 새로운 수익 모델이라고 언급한 점을 인용해 치과의사들을 장사꾼으로 매도했는데도 그 어느 누구하나 반발하지 않았다는 점에 또 한번 놀랐다.

가령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HIV 감염 여부를 검사한 후 감염자에게는 책을 대여하지 않는다면 이는 누구나 반발할 만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책을 빌리는 것과 치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치과 치료 대부분이 환자의 타액이나 혈액을 직접 접해야 하고, 때로는 얼굴에 잔뜩 피를 뒤집어 써야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공기 중에 피와 타액이 떠다니는 공간에 들어가야 하는데 최소한의 준비를 하고자 관혈적인 치료에 한해서 술 전 HIV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들어가자는 것인데 이것이 어찌 감염인에 대한 차별이며 인격 모독인가.

그렇다면 치과에 내원하는 다른 환자들의 인권과 건강, 의료진의 인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말인가. 치과 내 환경은 치료 기구의 특성 상 aerosol이 항시 발생하기 때문에 치과 내에서는 환자와 술자, 환자와 환자 간 감염의 위험성이 크다. 감염성이 높은 B형 간염의 경우 161분의 시간 간격을 두고 발치를 시행 한 두 환자 간에 감염이 된 경우가 있다. 물론 HIV는 이보다 감염력이 100분의 1로 낮지만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기에 발치, 잇몸 수술, 임플란트 수술 등 관혈적 치료 전에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엇보다 에이즈는 최초 감염시기로 부터 최고 10년까지 증상이 없는 잠복 시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염 여부를 모르고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carrier 상태가 존재한다. 이에 조기 진단을 통해 감염자의 건강을 지키고 전파를 막는 효과적인 대처가 치과를 통해 가능해 진 것이다.

◆ 구강 통한 에이즈 진단시대, 치과의사만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

치과에서 이미 많은 자료를 통해 HIV검사 도입의 의의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HIV 검사의 도입 뿐 아니라 향후 에이즈 감염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이들에게 쾌적하고 편안한 치료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미 HIV 감염자가 사회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단순한 에이즈 퇴치 운동이 아닌 감염자들의 인권, 특히 미성년자·여성들에 대한 배려와 복지를 위한 단체들이 많이 있다. 현재 우리에게도 이러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또 우리 치과의사들이 간과하지 않아야 할 점은 전신 질환의 진단을 위한 하나의 tool로서 구강 내 점액, 타액, 치은 열구액에 대한 진단 기법의 연구다. 사실 HIV 구강 검진은 진단 검사의학과와의 중복성 때문에 도입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다행히 치과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치과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HIV 구강 검진 외에도 현재 다양한 방식의 검진 기법이 구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데 타액의 경우 1960년대만 해도 Mandel 등의 타액을 통한 진단 연구를 통해 약 70 종의 단백질을 찾아낼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거의 1000 종에 가까운 단백질과 유전체를 분리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인 검색 엔진 google 社의 공동 창업주인 Sergey Brin의 아내가 창업주로 있는 23andMe 社는 이미 이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 회사에 약 500불 정도를 지불하면 집으로 검사 킷트가 배달되고, 이 안에 자신의 침을 뱉은 뒤 회사로 반송하게 되면 이를 통해 90 여 종의 질환 발병 가능성, 10 여 종의 약물 알러지 가능성, 심지어는 담배를 피우는 경우 얼마나 금연이 어려울 지, 또는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분석해 알려준다고 한다. UCLA의 Wong 교수 역시 타액을 통해 2형 당뇨, 유방암, 치주병, 치아 우식, 구강암의 발생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는 장치를 상용화 직전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기존의 진단 방식대로 혈액을 뽑고, 조직을 생검해 유전자 분석을 하던 시대는 끝나고 구강 내 점막을 한번 면봉으로 훑거나 타액을 한 번 받기만 해도 모든 전신 질환에 대한 검사가 완료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향후 진단 및 예방 의학의 새로운 분야가 구강을 통해 이루어지려고 하는 혁신적인 시점에 치과의사들만 이에 무지하고 시대적 흐름에 뒤쳐진다는 것은 심각하게 각성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연세대 치주과 연구강사)   -덴탈투데이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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