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최근 FTA 추가협상에서 의약품의 허가-특허연계 조항 이행 시기를 기존 18개월에서 36개월로 3년 연장에 합의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란 국내 제약사가 복제약의 허가를 신청할 때, 그 사실을 특허권자에게 통보하고, 만약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특허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허가권자가 허가를 금지하는 제도이다.
이 조항은 값싼 복제약 출시를 가로막아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장기적으로 고가 외제약 사용을 늘림으로써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측면에서 지난 2007년 6월30일 한미FTA 서명 당시부터 우리측의 대표적인 피해 사항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이런 측면에서 허가-특허연계 3년 연장 조치는 일단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내 제약업계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 기간을 그만큼 확보할 수 있고, 허가-특허연계에 따른 피해 규모도 약 2000억원 가량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는 안도할 일이 아니다. 향후 부담이 더 확실해졌다는 측면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번 FTA 추가협상으로 이르면 오는 2014년 상반기부터 ‘의약품의 허가-특허 연계 조항’(약사법 신설)이 발효되면서, 특허권을 갖고 있는 미국 제약업체는 국내 제약사들의 복제약 출시를 지연시킬 수 있다. 미국 제약사가 허가당국인 식약청에 특허문제를 제기하면, 복제약 허가절차가 무려 12개월간 중지된다.
그 안에 국내 제약업계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마침 정부도 국내 제약산업이 신약개발 등을 통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2007년 6월 발표한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3년 앞당겨 집중 추진하겠다고 하니, 업계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
정부가 세워놓은 GMP(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LP(우수실험실운영기준) 기준 선진화 및 인력 양성, 제약산업 인력연계센터 설치 및 GRP(우수의약품심사기준) 정착, 의약품 사전검토제 도입, 의약품 국내 허가심사 제출자료 CTD(국제공통서식) 통일, KGSP(의약품유통관리기준) 강화 등에 업계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이밖에도 혁신신약 및 슈퍼 제네릭(또는 개량신약) 개발,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 다국가 임상시험 유치 활성화 등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잠시 여유가 생겼다고 KTX 타고 눈이나 좀 붙이겠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깜빡 잠이 들었다가 내릴 역을 지나치면 때는 늦는다. 미국발 특허의 먹구름속에서 헤어날 수 없을 터이다.
수입의약품 판매에 급급한 제약사, 파스 또는 영양제나 팔고 있는 제약사, 바이오주로 거짓 포장된 제약사의 CEO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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