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제약 무엇을 노리나?
삼진제약 무엇을 노리나?
  • 김지혜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0.07.18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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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A성분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삼진제약의 두통약 ‘게보린’.

삼진제약의 두통약 ‘게보린’이 요즘 또다시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약물은 특별한 신약도 아닌, 그저 단순한 두통약일 뿐이다. 특허만료된 성분의 조합이다보니, 마음만 먹으면 어느 제약회사든 만들 수 있는 그저 그런 복제약의 일종이다. 

예전에는 생리통을 호소하는 여성 등 다양한 연령대에서 복용했지만, 요즘엔 50대 이상 중장년, 그것도 인터넷 문화(정보)에 취약한 할머니들이 주 소비층이다.

삼진제약은 이 약물을 스스로 ‘한국인의 두통약’이라고 ‘자랑삼아’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게보린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한국인 잡는 두통약’으로 통한다. 적어도 인터넷 세대라면 게보린에 들어있는 ‘IPA(이소프로필안티피린)’라는 성분의 위험성을 한두 번쯤은 접했기 때문이다.  젊은층일수록 ‘게보린’ 대신 IPA 성분이 없는 두통약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대체,  IPA 성분이 무엇이길래?

그동안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IPA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전문가들에 따르면 게보린에 함유된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이라는 성분은 전세계적으로 1950년대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사용되어 왔다.

이 약물과 구조적으로 아주 비슷한 성분은 ‘아미노피린’이라는 약이다. 이 약은 100년도 넘게 사용되었지만 1970~1980년대에 발암성, 혈액질환 유발 등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비슷한 계열의 약물인 설피린이라는 약도 1920년대부터 사용되었지만 치명적인 혈액 질환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1970년대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라졌다.

이 계열 약물들의 주요 부작용은 골수억제작용에 의한 과립구감소증과 재생불량성빈혈 등의 혈액질환과 의식장애, 혼수 등이다.

독일의 Poisons Information Center 임상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양상은 IPA와 이미 퇴출된 약물들 간에 비슷한 비율로 보고되었다.

그런데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내는 확률은 오히려 IPA를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혼수는 IPA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했다. 이러한 의식장애과정은 아주 치명적일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기면, 혼수, 경련의 순서대로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IPA, 선진국은 오래전에 사용금지 … 한국은 왜?

이러한 이유로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에 IPA가 함유된 두통약의 시판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가 위험 약물에 대한 국민 접근권을 아예 차단해 버린 것이다. 아일랜드와 터키 등도 치명적인 재생불량성빈혈 등을 이유로 시판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989년에 이 의약품을 장기간 사용하였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 때문에 심각한 통증이나 발열의 단기 치료제로만 승인이 된 상태다.

IPA에 대한 안전성 이슈가 지속적으로 불거지자,  국내 식약청도 지난해 3월 ‘15세 이하 사용 금지’ 조치와 함께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5~6회 연속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식약청의 조치는 우려했던대로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 15세 이하 사용을 금지한 이후, 오히려 청소년 오남용 약물로 변질됐다.  보건당국의 안이한 조치가 건강하게 자라야할 아이들의 영혼을 멍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식약청이 지난 15일 IPA가 함유된 게보린 등을 과량 복용하면 소화관내 출혈, 급성 간부전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 청소년 시판 금지 이후, 오남용 약물로 둔갑‘게보린’은 학교 안가는 약?

식약청의 이번 경고는 약사들의 복약지도 소홀로 청소년들이 별다른 불편없이 게보린을 구입할 수 있는데다,  학교를 가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게보린을 과다복용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서 게보린을 검색하면 “게보린을 몇 알 먹어야 구토를 하고 어지러워서 학교에 안가고 조퇴할 수 있느냐”는 등의 충격적 질문이 빼곡하다. 이미 아이들은 ‘게보린’을 ‘학교 안가는 약’으로 왜곡된 신뢰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아래는 한 포털사이트에 학생들이 올린 글이다.  게보린의 오남용 실태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 포털사이트 ‘게보린’ 검색 결과

◆ 종근당, 부작용 성분 제거 ‘펜잘큐’ 젊은층 선호

 

 

 

 

▲ 일찌감치 IPA성분을 제거해 젊은 소비자층이 선호하는 종근당의 두통약 ‘펜잘큐’.
IPA 안전성 문제가 사회문제화되자,  종근당은 지난 2008년 말,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자사의 두통약 ‘펜잘’에서 문제의 성분을 제거하고 ‘펜잘큐’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당시 종근당측은 “설령, IPA가 당장 생명을 앗아갈만큼 위험한 성분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국민들이 걱정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제약회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오히려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지않겠느냐”며 IPA 제거 배경을 설명했다.

종근당의 예측대로 IPA를 제거한 ‘펜잘큐’는 소비자들의 신뢰로 이어졌다. ‘두통, 치통, 생리통’을 겪는 젊은 소비자들은 10명 중 6명 이상이 ‘펜잘큐’를 복용할만큼 부작용 성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하지만 삼진제약만큼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한국인의 두통약’이라는 이미지 광고를 통해 ‘두통약 = 게보린’ 이라는 인지도 확산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 삼진제약, 부작용 성분 끝까지 고집 … “게보린은 안전하다?”

‘한국인 잡는 두통약’이라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지만, 게의치 않겠다는 태도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캠페인이나 광고를 통해서 앞으로 이런일(청소년 오남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할 계획”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은 IPA성분의 문제가 아니라 과다남용한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게보린에서 IPA성분을 제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오랜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먹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게보린이 부작용이 없다는 산 증거”라며 “게보린에 들어있는 IPA성분 함량으로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타 제품에는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할 정도의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났는데 게보린의 과다남용으로 일어나는 부작용은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며 “향후 IPA 성분을 게보린에서 제거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도 했다.  약물 부작용에 대한 삼진제약의 인식의 정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안전성 이슈 뜨거울수록 좋다?

그렇다면 삼진제약은 왜 청소년 오남용 약물이라는 오명까지 감수하며 ‘IPA’ 성분을 고집하는 것일까?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관계자는 “게보린에서 IPA 성분을 빼더라도, 다른 성분인 ‘아세트아세노펜’으로 진통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왜 부작용이 있는 IPA성분을 굳이 고집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IPA성분을 뒤늦게 제거할 경우, 부작용 사실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되기 때문에 식약청이 강제로 사용금지 조치를 내리기까지 버티려는 것 아니냐”며 “지금으로서는 소비자들의 신중한 선택과 식약청의 향후 조치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진제약측이 게보린의 부작용 이슈를 은근히 즐기다가 적당한 시기에 IPA를 제거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A약국의 한 약사는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면, 그것이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간에 소비자들은 관심을 갖게 마련”이라며 “요즘 두통약을 사러오는 손님들 중에 게보린의 부작용을 물어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언론에 두들겨 맞는 것 자체가 제품의 인지도를 높여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진제약은 최근 수년동안 게보린의 부작용 이슈가 온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지만,  공식적 입장은 밝히지 않고 거의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언론이 회사 입장을 물어오면, ‘IPA성분에는 문제가 없다’거나  ‘식약청의 조치에 따를 것’이라는 등 마지못해 답변을 하는 형식이었다.  

식약청이 사용금지 조치를 내리면 그때 가서 못이기는 척 IPA를 제거하는 일종의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경위야 어찌됐든, ‘골 때릴때 먹는’ 진통제 하나가 우리사회를 발칵 뒤집는 ‘골 때리는’ 형국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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