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변호사 출신으로, 독일의 최다선 의원이다. 그는 20년 전, 서독 내무장관으로 동독과의 통일협상을 주도했고, 통일 조약에 서명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유로의 산증인이자 유럽 위기의 해법을 쥔 인물로, 1990년 총격으로 인해 하반신 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됐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힘 있는 정치인이다.
현재의 유럽 경제위기를 이겨낼 키를 지닌 사람 중의 한 명이 바로 쇼이블레 장관이란 점에서, 또 둘 다 장애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이겨낸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쇼이블레 장관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 최근에 임명된 우리나라 어느 공단 이사장께서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일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신체적 제약을 뛰어넘어 능력으로 인정받는, 루즈벨트 같은 장애인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이사장 자리에 갈 사람을 심사하던 심사과정에서는, 심사위원장이란 사람이, ‘시각장애인은 업무를 하기 힘들다’고 장애인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고 하여, 현재 장애인 단체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능력이 뛰어난 장애인들도 많이 있고, 또 능력이 뛰어난 비장애인이 사고 등으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렇게 능력을 지닌 장애인들이, 실제로 사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의 여부는, 그 장애인 개인의 능력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장애인이 살고 있는 ‘사회’가, 장애인도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가의 여부가, 주요 관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능력 있는 장애인들이, 장애가 이유가 되어, 지도자가 되기 위한 과정에 조차, 발을 들이지 못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루즈벨트나 쇼이블레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나 재무장관이 되고자 했을 때, 과연 우리나라는 그 과정상에서 장애로 인한 차별이나 불이익을 전혀 주지 않을 수 있었을까? 또, 우리나라 국민들은, 루즈벨트나 쇼이블레 같은 장애인에게, 장애로 인한 편견 없이 표를 던질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을까?
우리는, 장애인 지도자들이 혼자 고군분투하여 지도자가 되기를, 별다른 조치 없이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위의 두 가지 물음에 대해, ‘물론이지!’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미래희망연대 국회의원>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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