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진출 ‘팩티브 실패’가 교훈
해외시장 진출 ‘팩티브 실패’가 교훈
  •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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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0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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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기자
[헬스코리아뉴스] 보통 국내 제약산업을 빗대어 ‘우물안 개구리형’이라고 부른다. 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일제히 복제약(제네릭)을 출시해 내수 시장 중심으로 경쟁을 하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제약업계는 매출 증대를 위해 ‘진흙탕 싸움’을 벌어야 했고, 일부제약 기업들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뒷거래, 이른바 리베이트를 뿌리는 등 음성적 영업활동을 일삼아 왔다.

최근 정부가 제약업계의 오랜 영업 관행에 메스를 가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업계를 향해 ‘당근책’과 ‘채찍책’을 동시에 내놓았다. 

‘채찍형 정책’의 대표격은 ‘시장형실거래가제도(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다. 음성적인 뒷거래를 막는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겠다는 의도다. ‘당근형 정책’은 ‘해외시장 진출 및 글로벌 신약 개발’과 궤를 같이한다. R&D에 적극적인 기업에 약가인하 일부 면제, 해외시장 진출기업을 위한 GMP 실사대비 교육 서비스,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 도입 등이 이런 사례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의 글로벌화는 멀게만 느껴진다. 동아제약, 녹십자, LG생명과학, 한미약품 등 상위사 중심으로 해외시장 관문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은 초보적 단계다.  

일례로 국내 제약사 중 해외 수출 실적이 가장 좋다는 LG생명과학을 보자. 이 회사는 국내 신약 중 사상 첫 FDA 승인을 받은 퀴놀계 항생제 ‘팩티브’의 세계 시장 공략에 사실상 실패했다. 이 약물은 당초 1000억원대 대형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기준 수출액은 약 160여 억원에 그쳤다.  160억원은 개량신약이나 복제약(제네릭)으로도 달성할 수 있는 매출이다.  

실패의 원인은 세계 2위 제약그룹인 GSK와의 팩티브 기술 이전 계약에 기인한다. 당시 해외 진출 경험이 적었던 LG생명과학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GSK와 손을 잡았으나, FDA 임상 2상을 마친 GSK가 돌연 개발포기를 선언하면서 난관에 부닥쳤다. 계약 당시 ‘개발을 포기할 경우 기술을 반환한다’는 내용의 단서가 없었다면 팩티브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뻔 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해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한 신약이 임상 단계에서 갑작스레 중단되는 사례는 흔하다.  팩티브가 그랬고,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일라프라졸’이 그랬다.  부광약품의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을 노리고 기술을 수출했지만,  임상 도중 개발이 중단된 사례다. 

특히 일양약품 일라프라졸은 약효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다케다아메리카(전 TAP)사가 급작스럽게 미국내 임상3상 시험을 중단, 경쟁신약을 죽이기 위한 의도적인 계약파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케다아메리카는 일본의 다케다약품의 현지 법인으로 다케다는 당시 새로운 항궤양제(TAK390)를 자체 개발중이었다. 장차 경쟁약물이 될 ‘일라프라졸’을 키워줄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일라프라졸은 현재 한국에서 신약허가를 받아 시판 중이며 해외 시장 진출은 다른 기업과 추진 중이다.

제약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즐겨야 한다. ‘우물안 개구리’라는 비판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해외시장 진출을 서둘러야한다.  

신약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신약의 해외시장 진출 실패는 좌절 아닌 교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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