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귀몰 요양병원 신종 사기 ‘보험금 줄줄 샌다’
신출귀몰 요양병원 신종 사기 ‘보험금 줄줄 샌다’
  •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09.11.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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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다. 암환자 등 장기요양환자를 유인해 건강보험 급여와 민간 보험사의 보험금 등 ‘눈먼 돈’을 노리는 ‘요양병원 사기극’이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보험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로 수법이 교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조차 이들 일당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경찰이 6개월간 추적 끝에 파헤친 ‘그들만의’ 수법을 단독취재했다.
 

올 4월, 금융감독원에 이른바 ‘요양병원 사기극’에 관한 첩보가 날아들었다. 지금까지는 일반 병원이 가짜 진료기록을 제출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를 가로챘으나, 이번에는 암환자 등이 장기 요양하는 ‘노인전문병원’을 범행장소로 물색해 훨씬 교활한 수법으로 ‘눈먼 돈’을 챙긴다는 내용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존에는 병원 관계자끼리 담합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를 편취했다면, 이번 사기극은 환자까지 가담했다는 것이다. 병원과 환자가 짜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물론 민간 보험사까지 등친 것이다.

요양급여 지급 여부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조차 이들의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의료법상 ‘요양병원’,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지시설’로 분류되는 노인전문병원, 즉 요양병원의 ‘사기극’이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껏 보험사기는 상해보험이 주 타깃이었다. 얼마 전 한 노인이 보험금을 노리고 자동차가 지나갈 때 지팡이를 내밀어 다리나 팔 등이 부닥쳐 다친 것처럼 위장한 것 같은 수법이 대표적 예다.

또 ‘실버 사기’라고 하면 노령연금을 대리 신청해 주겠다며 돈을 가로채거나, 설립이 불투명한 실버타운 투자를 유도해 입주희망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기고, ‘공짜’라며 환심을 산 뒤 건강보조식품을 강매하는 등 노인의 주머니를 터는 수법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기 사건은 차원이 다르다.

병원 측과 환자들이 짜고 민간 보험회사의 보험금까지 빼돌린 사실이 들통나는 바람에 민간 보험회사가 환자들을 상대로 보험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태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반환 청구액의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기를 당한 민간 보험회사들은 수사의 확대를 내심 바라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1차 조사 대상자가 300여 명이었다”며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면 사기 혐의자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수사 확대 의지를 시사했다.

◆ 서류 조작 입원환자 무더기 적발 
 

경찰이 이 같은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당연한 듯 보인다. 2000년 요양병원이 처음 들어선 이후 전국적으로 급증한 데다 국민건강보험급여 청구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심평원이 집계한 2009년 6월 말 현재 전국의 요양병원은 모두 733곳. 연도별 개설 누적현황을 보면 2000년 19곳, 2001년 28곳, 2002년 54곳, 2003년 68곳, 2004년 113곳, 2005년 203곳, 2006년 361곳, 2007년 591곳, 2008년 690곳, 2009년(6월) 733곳으로 나타나 초기에 비해 무려 38배 이상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30곳으로 가장 많고, 부산 92곳, 경북 67곳, 서울 61곳, 경남 59곳, 전북 58곳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사기를 친 일당이 받아 챙긴 요양급여는 대부분 진료비 명목이다. 90% 이상의 요양환자가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인 점을 악용해 간단하게 투약할 수 있는 특정 항암제 주사기록을 부풀렸다.

암은 사소한 상해와 달리 진단 기록만 있어도 심평원 등이 처방과 치료 기록을 거의 의심하지 않는다는 틈새를 노린 것이다. 이 외에도 입원 환자와 입원 일수를 조작하는 등 고전적 수법까지 총동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요양병원 개원 등과 관련해 관계기관 고위 공무원의 뇌물수수 의혹이다.

일당 중 가장 핵심 인물인 김모(52) 씨가 요양병원 개원을 전후해 병원이 위치한 해당 지역 관공서와 고위 공무원에게 접대는 물론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잠시 사건을 들여다보자. 경찰이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한 올 10월부터 2007년 8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0월 초, 서초경찰서는 병원 관계자와 환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병원 진료기록과 입·퇴원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서류 조작 혐의가 드러난 요양환자 수십 명을 불러들였다. 1차 수사를 마무리하고 입건한 환자는 모두 36명. 총 314명을 조사해 얻은 결과였다. 이들은 72세부터 노인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38세 여성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한 가지 의문점은 노인전문병원임에도 65세 이상 고령자를 노인이라고 명시한 노인복지법과 무관하게 환자를 입원시켰다는 것이다. 보험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의료법시행규칙에 명시된 입원 대상이 ‘노인성 질환, 만성질환자 및 외과적 수술 후 또는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자로서 주로 요양을 필요로 하는 자’라로 규정돼 “입원 환자의 연령을 제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기를 친 일당은 바로 이런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라면 연령에 관계없이 입원을 유도했다. 심지어 병원 관계자는 현재 암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 “아는 사람에게 (우리 병원을) 소개하면 대가를 주겠다”며 알선도 사주했다.

이번에 경찰에 포착된 일당 가운데 ‘우두머리’ 격인 김씨는 의료인이 아님에도 소위 ‘바지의사(병원장급)’를 앉혀 요양병원 3곳을 개설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씨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사를 고용하거나 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는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다. 

 


◆ ‘제왕’으로 군림한 김 회장의 모략

요양병원 개설은 일명 ‘회장님’으로 통하는 김씨의 머리에서 나온 모략이었다. 김씨는 인천시 소재 H실버타운 상무이사로 재직하다 김모(52)·최모(80)·한모(70)·홍모(40) 씨 등 병원장급 의사 4명과 만나 요양병원을 개설하기로 공모했다. 병원 설립과 의료기기 구입 등의 자금은 김씨가 투자하기로 했고, 의사들은 김씨로부터 각각 월 500만~1000만원의 급여를 받기로 했다.

물론 의사들의 면허와 명의를 이용하는 조건이었다. 결국 4명의 의사는 김씨의 불법 의료행위를 도운 셈이다. 김씨는 2007년 8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서울 수유동에 K노인전문병원, 번동에 J노인전문병원, 경기 가평에 K노인전문병원 등 요양병원 3곳을 개원했다. 수유동과 가평의 원명은 같다.

이 가운데 이번 사건의 단서가 잡힌 곳은 수유동 K노인전문병원. 2007년 8월23일 가장 먼저 문을 연 이 병원은 김씨가 사전 모의한 대로 의사인 김 원장을 대표로 앉혔다. 하지만 이 요양병원은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치료와 요양을 겸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 병원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물리치료가 전부이고, 환자들이 체하면 응급약을 제공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장 늦게 개원한 가평 소재 K노인전문병원은 어떨까? S실버타운으로 사용됐던 건물을 임대해 2008년 8월23일 요양병원으로 개원한 김씨는 이곳 역시 자신이 아닌 한 원장의 이름을 대표 명으로 사용했다.

이 병원의 운영도 ‘엉터리’였다. 환자들의 식사조차 엉망으로 제공해 퇴원 희망자가 줄을 섰고, 필요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탓에 환자들이 일반 가정집처럼 병실에 장롱·냉장고·세탁기·책상을 들여놓고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해온 김씨는 병원 안에서 ‘제왕’처럼 군림했다.

병원마다 ‘직보라인’인 수하 직원 3~4명을 관리책임자 등으로 배치하는가 하면 ‘회장실’을 따로 만들어 놓고 1주일에 2~3회 정도 방문해 자금 입출내역과 속칭 ‘가라’ 입·퇴원 명단 등을 최종 확인해 결재하고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심지어 청소부 등 직원 채용까지 김씨가 직접 면접하고 결정했다.

명목상 앉힌 의사들의 권한은 전무했던 것이다. 김씨는 특히 병원 대표자도 모르는 임의통장을 개설해 자금을 직접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의 입막음을 위해서는 폭력배 동원도 불사했다. 김씨와 함께 일했던 한 관계자의 증언이다.

“김 회장이 친구인 이모 사장을 통해 두 명을 데려왔는데, 한 명은 관리이사, 다른 한 명은 관리부장으로 돼 있었다. 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직원들 협박하는 일밖에 없다.

사무실 집기나 컴퓨터뿐 아니라 ‘숨만 쉬고 있어라’ ‘똑바로 하라’고 협박하면서 출입문을 도끼로 부수고 직원들을 폭행하기도 해서 내가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자신들보다 더 무식하고 난폭한 애들(후배인 듯)이 2차로 들어올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 청탁성 뇌물 공여 의혹 
 

 

▲ 서울 수유동 소재 K노인전문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를 부당 편취하는 등 불법 행각을 벌이다 서초경찰서의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수유동 소재 K노인전문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를 부당 편취하는 등 불법 행각을 벌이다 서초경찰서의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병원 개설 등과 관련해 충격적 의혹이 추가로 포착됐다. 김씨가 개원을 전후해 병원이 위치한 해당 지역 관공서와 고위 공무원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향응 접대와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뒤늦게 경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경찰은 이미 김씨의 주변인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은 물론 김씨의 병원에서 압수한 금전출납부와 병원 관계자가 보관 중인 수입지출 내역까지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06년 11월부터 현재까지 10여 차례 김씨가 병원 개원 등에 따른 금품을 제공한 단서를 잡고 청탁 명목인지 여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의료기기 등이 요양병원 시설기준에 맞게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일부 전·현직 관계자들의 언급에 초점을 맞춰 허위 세금계산서 거래 등에 따른 세무비리 여부도 내사 중이다. 이 밖에도 문제는 또 있다. 김씨 일당은 병원사용승인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주로 암환자를 유인해 사전 입원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건축법 위반 혐의까지 가중될 판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수유동 K노인전문병원의 자금을 담당하는 김씨의 부인으로부터 “수유동 병원사용승인 일자가 2007년 7월5일임에도 불구하고 5일 정도 임의로 앞당겨 6월15일부터 환자를 유인해 사전입원시켰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건물사용승인 전 입원했던 A씨는 “건물 허가 때문에 구청 직원이 나온다고 해서 얼마간 퇴원해 집에서 지냈다”고 증언했다. 오히려 공무원들이 병원 측에 방문 계획을 미리 전달한 ‘친절’이 병원의 비밀이 발각되지 않도록 도와준 격이 됐다. 환자를 모집하는 방법도 상상을 초월했다.

김씨는 암 투병 중인 입원환자들에게 다른 암 환자에게도 병원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대가로 1인당 5만원씩 지급하되, 입원비 삭감으로 대신했다. 시급이 아닌 성과급 아르바이트 형태로 환자 모집 브로커를 임시 고용한 셈이다. 이 병원의 한 관계자는 “암환자인 브로커 2명이 주기적으로 다른 요양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우리 요양병원을 소개하고 소개비를 받아 챙겼다”고 털어놨다.

브로커들에게 소개비를 주더라도 환자를 받을 경우 어차피 더 큰 돈을 챙길 수 있었다. 김씨는 더 나아가 아예 입원 환자들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 “입원 기록을 부풀려줄 테니 비밀을 지켜라. 그 서류로 보험금을 타면 서로 좋은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었다. 김씨의 이 말에 넘어가 결국 36명의 환자가 경찰에 꼬리를 잡힌 것이다.

김씨는 이처럼 불법 사실을 자행하면서도 당당했다. 우선 입원 환자들이 자신과 한 배를 탔다고 여겼기 때문이고, 둘째는 병원 측이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이 아니면 전혀 감지할 수 없는 일종의 ‘암호’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그들만의 암호는 가지각색이다.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들은 항암제를 주사하지 않지만 주사한 것처럼 표시하는 이중기록을 하거나, 현재 병원에 있다는 뜻으로 입원 환자 현황표에 동그라미를 그려 표시했다. 물리치료사들은 병동 치료현황에 적힌 이름 중 실제로 물리치료를 받은 사람의 이름만 진하게 써놓았고, 영양사들은 탁상달력 또는 결산내역서에 식사한 환자의 경우 ‘444’, 외부인이 식사하면 ‘①①①’ 등으로 표시했다.

 

▲ 서초경찰서는 K노인전문병원의 진료기록과 입·퇴원기록 등을 압수해 사기 행각의 단서를 포착했다.

◆ 그들만의 암호 이용한 속임수

이런 식으로 표시하다 보니 심평원을 상대로 입원 환자를 속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실제 입원 환자가 한 병원에 10명 안팎이더라도 2~3배 정도 부풀렸다. 문제는 늘어난 ‘유령환자’와 비례해 항암제 사용량이 엄청나게 조작된 것이다.

경찰은 수유동 K노인전문병원을 압수수색해 병원 측에서 주로 사용한 항암제가 ‘아브노바비스쿰((ABNOBA viscum)’이고, 그 1만2751앰플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9월 말께 공급업체인 한국아브노바에 납품 실적을 의뢰한 결과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받았다.

한국아브노바가 2007년 7월1일부터 2009년 8월31일까지 김씨의 병원에 납품한 아브노바비스쿰은 모두 1296앰플. K노인전문병원은 무려 10배 가까이 앰플 사용 개수를 부풀렸던 것이다.

앰플은 밀폐된 유리 용기를 말하는데, 1앰플은 1회 맞을 수 있는 주사제다. 김씨는 이렇게 병원 3곳의 간호·투약기록, 환자 입·퇴원기록, 진료비계산서, 약품관리대장, 식사결산내역서, 물리치료대장 등 심평원에 요양급여를 청구하기 위해 제출하는 모든 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 
 

 

▲ K노인전문병원은 입원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료행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경찰은 한 간호조무사로부터 “입원 환자들에게 아브노바비스쿰을 투여하지 않고 투여한 것처럼 간호·투약기록을 작성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입·퇴원 기록 조작과 관련해서는 “각 암 환자가 당초 암 진단을 확진받은 병원으로 치료하러 갈 때는 외출을 기록하지만, 개인적 외출은 기록하지 않고 정상 입원 상태로 기록했다” 는 한 간호사의 증언으로 단서를 잡았다.

이 간호사는 자신이 메모해온 가짜 입원자 명단을 일일이 거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 측은 암 환자 곽모 씨가 2007년 8월20일 타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으나, 이미 진단받기 전인 8월1일부터 이듬해 3월3일까지 수유동 K노인전문병원에 총 214일간 입원한 것으로 조작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559만원을 받아 가로챘고, 곽씨는 다시 병원에서 받은 같은 내용의 자료를 민간 보험회사에 제출해 치료비 명목의 보험금 2900만원 정도를 챙겼다.

같은 수법으로 김씨는 수유동과 가평군의 K노인전문병원과 번동 J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한 36명의 요양급여 청구 서류를 허위로 제출해 현재까지 부당요양급여 1억5728만원을 편취했다. 또 이번에 적발된 환자 36명이 민간 보험회사의 각종 생명보험상품에 가입해 개인적으로 보상받은 입원·치료비 명목의 보험금이 적게는 55만원부터 많게는 3058만원으로, 합산하면 3억4833만원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노인전문병원 입·퇴원과 치료기록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다시 반환청구하기 위해 암 환자들을 상대로 생명보험 사기에 따른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경찰이 김씨의 병원에서 서류를 압수해 조사한 대상은 314명에 불과하지만, 전국 단위의 대대적 수사가 진행될 경우 부당 지급된 요양급여 금액이나 보험금 반환청구 금액은 물론 불법 의료행위자 및 입원·치료 등 서류 위조 암환자는 상상을 초월하리라는 것이 보험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보험사기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면서 사기혐의 건수뿐만 아니라 사기 적발 금액도 급격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액수는 1460억22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92억여 원보다 33.6%나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적발된 금액은 2006년 1780억여 원, 2007년 2045억여 원, 2008년 2548억여 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사기혐의자 역시 2006년 2만6754명, 2007년 3만922명, 2008년 4만1019명으로 늘어났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리 허술 
 

 

▲ K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한 암환자들은 병원 측과 짜고 입·퇴원 서류를 조작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이번 사건처럼 민간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부당하게 빼돌리는 바람에 일어나는 부작용은 바로 ‘보험수가 인상’이다. 부당하게 빼돌려진 보험금은 소비자인 국민이 고스란히 메워야 한다.

A생명보험회사의 한 관계자는 “무차별적으로 홍보를 해대는 ‘입원비 보장’ 상품이 결코 소비자에게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라며 “상품의 보장 내용이 다양해졌다는 측면에서는 반가워해야 할 사안이지만, 이번 사기극처럼 부당한 보험금을 노리는 파렴치한들 때문에 보험수가가 많이 올라 부담스러울 정도의 피해를 결국 소비자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를 상대로 한 민간 보험회사의 역(逆)소송은 그런 면에서 차후 동일한 범죄 또는 모방범죄를 막는 차원에서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다.

금감원에 파견돼 진료기록과 보험자료 분석 등 경찰 수사를 지원했던 B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다양한 보험사기를 접해봤지만 이번 경우는 처음 일어난 ‘생명보험’ 사기사건”이라며 “허술한 제도를 악용한 수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데는 관계당국의 허술한 관리와 미흡한 제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온갖 수단을 동원해 불법을 저지른 사기 일당의 범죄행위가 1차 원인이겠지만, 그런 문제점을 걸러내기 위해 만든 심평원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보험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심평원이 요양병원(노인전문병원)에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원칙은 ‘일당정액수가제’인데, 심평원은 요양병원 측이 제출하는 서류 내용을 1차적으로 검토할 뿐 서류심사 과정에서 그 내용이 허위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 심평원 관계자의 표현대로 ‘필요한 경우’, 예를 들어 제출 서류의 내용이 눈에 띌 정도로 불합리할 경우 2차 현장을 방문해 확인심사를 한다지만, 그렇게 해도 병원 측이 청구한 요양급여액이 적정한지 여부는 확인하기 힘들다. 더욱이 이번 사기 사건과 같이 병원과 환자가 모의한다면 심평원이 서류심사나 현장실사를 통해 불법을 감지하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가 될 공산이 크다.

심평원 관계자 역시 “서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위험요소를 인정했다. 가령 환자평가표가 제출되면 담당 공무원이 진료기록부 자체를 확인할 뿐 기재 내용의 조작 여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고, 전문적인 의료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심사담당자는 의사의 진단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 6월, 검찰은 정부의 ‘보험범죄전담 합동대책반’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 설치돼 ‘보험사기와 전쟁’을 선포했다. 대책반에는 검찰·경찰을 비롯해 금감원·금융위원회·국민건강보험공단·심평원이 참여하기로 했다. 대책반은 6개월간 운영되는 한시기구였지만, 성과를 감안해 미국 보험청 법집행기관인 보험사기국(IFB)과 공조해 상설화할 방침이었다. 이에 앞서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책반 설치를 결정하고 성과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 조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이 없다. 조직이 꾸려질 때의 취지대로, 적어도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글 오흥택 월간중앙 기자 / 사진 오상민 월간중앙 사진기자 [조인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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