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셀트리온의 국제조달시장 공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관련 시장에서 다수 제품을 판매 중인데, 조만간 에이즈 치료 3제 복합제를 하나 더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최근 WHO로부터 HIV/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즈) 치료 3제 복합제인 ‘CT-G06’에 대한 사전적격성평가(Pre-Qualification·PQ) 인증을 획득했다.
‘CT-G06’의 주성분은 에파피렌즈(Efavirenz), 라미부딘(Lamivudine), 테노포비르(Tenofovir disoproxil fumarate) 등 세 가지로, 글로벌 제약사 마일란이 지난 2018년 미국 FDA로부터 허가받은 ‘심파이’(SYMFI)의 제네릭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6년 ‘CT-G06’의 개발에 돌입한 뒤 2019년 WHO에 PQ 인증을 신청, 약 3년여 만에 인증을 받아냈다. ‘CT-G06’의 주성분 및 완제품 생산은 각각 다른 제조소에서 만들어진다.
WHO는 이들 각 제조소에 대해 별도로 실사를 진행했는데, 이 때문에 ‘CT-G06’가 PQ 인증을 받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PQ 인증에 따라 셀트리온은 ‘CT-G06’을 UN 산하기관인 UNICEF, PAHO 등이 주관하는 국제 구호 입찰 참여 및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셀트리온이 WHO로부터 PQ 인증을 받은 품목은 ‘CT-G06’을 포함해 모두 7개다. 이 중 3개는 케미컬 의약품이고, 나머지 4개는 바이오시밀러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2019년 2월 WHO로부터 항생제 성분인 '리네졸리드'(Linezolid)에 대해 PQ 인증을 받으며 국제조달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에이즈 치료 2제 복합제인 ‘테믹시스’(라미부딘+테노포비르)를 추가로 인증받았다. 여기에 이번에 허가받은 ‘CT-G06’을 더해 총 3개 케미컬 의약품을 국제조달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리툭산’(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 2개 용량 제품에 대한 PQ 인증을 받았으며, 곧바로 ‘허셉틴’(트라스트주맙)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 2개 용량 제품에 대한 인증을 추가로 확보하며 바이오시밀러 국제조달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WHO의 PQ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국제조달시장에 출시한 제품도 있다. 에이즈 치료 3제 복합 개량신약인 ‘CT-G07’이다.
‘CT-G07’은 셀트리온이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에이즈 치료 복합제다. 최근 글로벌 에이즈 치료제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돌루테그라비르, 라미부딘, 테노포비르 등 3가지 성분을 결합한 약물로, 지난 2019년 5월 미국 FDA에 승인 신청해 이듬해인 2020년 4월 잠정 승인(tentative approval)을 받았다.
잠정 승인은 효과와 안전성은 입증됐으나, 특허 또는 독점권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시판이 불가능한 약물에 대해 FDA가 내리는 승인 방식이다. 특허나 독점권 문제를 해결한 뒤 FDA로부터 최종 승인(final approval)을 받아야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잠정 승인 품목이더라도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의 긴급계획’(PEPFAR)을 통해 국제 조달 시장에는 제품 판매가 가능하다.
PEPFAR는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결성된 미국 정부 기구이자 에이즈 구호 재단이다. 세계 각국에서 기금을 조성해 치료제를 지원하고 있다. PEPFAR뿐 아니라 미국 국제개발처(USAID)도 FDA로부터 정식 또는 잠정 승인받은 에이즈 치료제를 구입해 개발 도상국에 공급하고 있다.
실제 회사 측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현재 국제조달시장에 판매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공급 경로와 매출 규모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CT-G07’은 미국 FDA뿐 아니라 WHO에도 PQ 인증 신청이 이뤄졌다”며 “이번에 PQ 인증을 받은 ‘CT-G06’과 신청 시기가 비슷한데, ‘CT-G07’은 아직 인증 획득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려면서 “‘CT-G07’의 WHO PQ 인증이 추가되면 국제조달시장에서 셀트리온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