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대변 속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제가 미국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세계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탄생했다.
스위스 페링 파마슈티컬스(Ferring Pharmaceuticals)는 1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자사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레비요타’(Rebyota, 성분명: fecal microbiota·대변 미생물군)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허가된 적응증은 18세 이상 성인에서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CDI) 재발을 막기 위해 항생제 치료 후 사용하는 것이다.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은 인체 소화기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로,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져 개체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설사와 염증을 유발한다. 초기 치료의 경우, 항생제 투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감염 사례의 최대 35%가 초기 진단 후 재발하며, 그 이후 재발률은 더 높아진다. 첫 번째 재발 후 약 65%의 환자가 후속 재발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재발성 질환에 대한 뚜렷한 치료제는 없다.
‘레비요타’는 건강한 성인의 대변에서 수집된 장내 미생물을 환자의 대장에 다시 이식하여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조절한다. 기증된 대변에서 전염성 병원체 검사를 통해 장내 미생물을 채취한 뒤, 생리식염수를 섞어 정제하는 전처리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친 후 미생물군 현탄액을 내시경을 통해 환자의 대장 안에 직접 분사하는 다소 독특한 치료법이다.
이 약물은 본래 미국 리바이오틱스(Rebiotix)가 개발한 약물로, 페링은 지난 2018년 4월, 리바이오틱스를 인수하면서 ‘레비요타’를 확보한 바 있다.
‘레비요타’, CDI 재발 효과적 예방
이번 승인은 재발성 CDI 환자 2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PUNCH CD3)의 결과를 근거로 했다. 시험에서 환자들은 항생제 치료 후 ‘레비요타’와 위약을 무작위로 투여 받았다.
그 결과, ‘레비요타’는 CDI 재발을 효과적으로 예방했다. 주관적 확률을 실제 가능한 일로 가정하여 실행하는 통계 측정 도구인 ‘베이지안 분석’ 기준 치료 8주차에 ‘레비요타’ 투여군의 70.6%가 치료 성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군은 57.5%에 불과했다. ‘레비요타’군의 CDI 재발 방지 사후 확률은 위약군 대비 99.1% 더 높았으며, 치료에 성공한 ‘레비요타’군의 90%는 6개월 동안 CDI 재발이 나타나지 않았다.
시험에서 발견된 이상 반응은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도였으며 치료와 관련된 중증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날 브렌트 레이건스(Brent Ragans) 페링 최고경영자는 “‘레비요타’는 매년 재발성 CDI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획기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FDA 산하 백신 및 관련 생물학제제 자문위원회(VRBPAC)는 지난 9월 열린 회의에서 ‘레비요타’에 승인을 권고한 바 있다.
세계 첫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승인도 초읽기
한편,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은 염증성 장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미생물 이식 치료법은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신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변을 이용한다는 치료법 특성상 생리적 거부감으로 인해 경구용 마이크로 바이옴 치료제가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Seres Therapeutics)의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 ‘SER-109’은 FDA의 승인 검토를 받고 있으며, 조치 날짜는 2023년 4월 26일이다. 만약, ‘SER-109’가 미국 FDA의 허가를 받으면 세계 최초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미국 핀치 테라퓨틱스(Finch Therapeutics)는 CDI 경구용 치료제 ‘CP101’에 대한 임상 3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FDA는 올해 3월 기증자 대변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근거로 해당 시험에 보류 조치를 취했지만, 다음달인 4월 임상 보류를 해제한 바 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