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유병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희귀질환인 전신농포성건선에 대한 치료제가 미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전세계 최초로 승인을 받아 눈길을 끈다.
독일 베링거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은 1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자사의 전신농포성건선 치료제 ‘스페비고’(Spevigo, 성분명: 스페솔리맙·spesolimab)를 성인 전신농포성건선 치료제로 전격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신농포성건선은 급성으로 발생하는 건선으로, 발열, 오한, 발적 등을 동반하며 전신적으로 수많은 무균성 농포 발진이 발생한다.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면, 저알부민증 저칼슘증 간기능 이상, 빈혈 등이 동반되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른다. 지금까지 별다른 치료옵션이 없어 대증요법을 주로 사용해 왔다.
이번 승인은 전신농포성건선 환자 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Effisayil)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시험에서 환자들은 12주간 ‘스페비고’와 위약을 1주 1회 무작위로 정맥 투여 받았다. 시험의 1차 평가 변수는 1주차 전신 농포성 건선 의사 종합 평가(GPPGA) 농포 항목별 수치 0(육안으로 관찰되는 농포 없음)이었으며, 2차 평가 변수는 치료 1주차 GPPGA 수치 0 또는 1(깨끗함 또는 거의 깨끗한 피부)이었다.
시험 결과, ‘스페비고’는 1주 만에 치료 효능을 입증했다. GPPGA 측정을 기준으로 1주 차에 위약군(6%) 대비 ‘스페비고’ 투여군 54%에서 육안으로 관찰되는 농포 없음이 확인됐다. ‘스페비고’군 중 깨끗하거나 거의 깨끗한 피부를 보인 환자는 43%로, 위약군의 11% 대비 유의미한 피부 개선 효과를 보였다. 시험에서 관찰된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무기력증, 피로, 메스꺼움 및 구토, 두통, 소양증 등 이었다.
이날 토마스 세크(Thomas Seck) 베링거잉겔하임 의료 및 규제 업무 담당 부사장은 “전신농포성건선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며 “FDA가 ‘스페비고’를 승인함으로써 전신농포성건선 환자들은 이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분명인 ‘스페솔리맙’으로 알려져 있는 ‘스페비고’는 전신농포성건선을 비롯한 여러 자가면역 질환과 관련된 면역 체계 내 신호전달 경로 인터류킨-36 수용체의 활성을 차단하는 새로운 선택적 인간화 항체다. 현재 손발바닥 농포증(PPP) 및 화농성한선염(HS) 등의 호중구성 피부질환의 치료제로도 연구되고 있다.
미국 FDA는 지난해 12월, ‘스페솔리맙’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으며, 앞서 중국 국가약품관리감독국(NMPA) 산하 의약품평가센터(CDE)는 지난해 6월 ‘스페솔리맙’을 획기적 치료제로 지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지난해 10월 ‘스페솔리맙’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