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원료 너무 비싸졌다” … 제약업계, 하반기 수익성 ‘경고등’
“수입 원료 너무 비싸졌다” … 제약업계, 하반기 수익성 ‘경고등’
원달러 환율 13년 만에 1300원 돌파 … 의약품 생산 단가 급증

원료의약품 자급률 20% 안팎 불과 … 뾰족한 대안 없어 ‘난감’

가격인상·생산중단 줄이어 … 하반기 ‘선택과 집중’ 경영 전망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2.07.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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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매출 원가가 너무 높아져서 지금 하반기 사업 계획을 모두 뜯어고쳐야 할 판이다. 실적 고충을 토로하는 제약사가 여럿 나올 것 같다.” (업계 관계자)

국제 유가와 물가에 이어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하반기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산 단가가 급증하면서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업계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심이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 원료의약품 가격의 폭등으로 국내 제약사들의 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이미 해외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올해 초만 해도 1200원 안팎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00원을 넘어서며 수입 원료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국내 A 제약사 관계자는 “해외 거래는 달러로 진행하는데, 고환율의 영향으로 수입 원료의약품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하반기 수익성에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B 제약사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안 그래도 해외 물가가 비싸진 상황인데, 환율까지 오르면서 골치가 더 아파졌다”며 “실적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C 제약사 관계자는 “이제야 국산 원료를 사용하려 해도 자체 생산이든 CMO든 캐파(CAPA, 생산능력)가 한정돼 있어서 녹록지 않다”며 “그나마 일찌감치 자체 원료 생산 플랫폼을 구축한 제약사들은 타격이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것은 2019년 이후 13년 만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 경제 상황에 따라 14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제약사들의 하반기 수익성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국내 제약업계는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이 매우 낮아 수입 원료의약품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대부분 인도나 중국 등에서 원료를 수입해 완제의약품을 제조하고 있다. 이는 국내 생산 원료의약품의 가격 경쟁력이 인도나 중국 등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도와 중국뿐 아니라 옆 나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원료의약품 물량도 상당하다. 품질에 대한 신뢰도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의약품 전시회인 CPhl(Convention on Pharmaceutical Ingredients)에서 제약전문가를 대상으로 국가별 원료의약품 품질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일본은 전체 13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9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료 제조 공장에 대한 국내 제약사들의 투자는 미흡했고 공장을 보유하고 있더라고 생산능력은 그리 높지 않다. 원료의약품 공장은 건설에 많은 비용이 들고 규제가 매우 까다로워 관련 사업에 새롭게 뛰어드는 제약사도 극히 일부다.

김민권 종근당 대외협력팀 이사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위기의 한국 원료의약품산업, 활성화 방안’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 “2019년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50억 원 미만 업체가 전체 업체 가운데 75%에 달한다”며 “민간 투자 동기도 없어 자생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기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산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이 저조한 가운데 환율마저 치솟게 되면서 제약사들은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과 채산성이 낮은 전문의약품을 줄이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모양새다.

동아제약은 오는 10월부터 감기약 ‘판피린큐’의 약국 공급가를 12.5% 인상한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대표품목인 ‘아로나민씨플러스’의 가격을 1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일양약품은 지난 5월 간판 자양강장제 ‘원비디’와 과식·소화불량 등에 복용하는 ‘노루모에프’의 가격을 각각 12.5%, 16% 올렸으며, 신신제약도 지난달 첩부제 ‘아렉스’와 ‘신신찜파스’ 공급가격을 6% 인상했다. 이 밖에 녹십자, 한독 등도 주력 일반의약품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정부가 보험약가를 정하는 방식이어서 일반의약품처럼 임의로 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 이에 원룟값 폭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품목들은 생산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비씨월드제약은 최근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근이완제 ‘비씨메토카르바몰정’의 생산 중단을 보고했다. 같은 이유로 명문제약은 혈압강하제 ‘라베신주사’, 종근당은 골다공증 치료제 ‘엘시토닌주’, 부광약품은 호흡기질환 치료제 ‘부광살부타몰정’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한미약품은 인후염 치료제 ‘목앤파워스프레이’의 재고를 소진한 뒤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목앤파워스프레이’는 전문의약품이 아닌 일반의약품으로 가격 인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매출이 크지 않은 품목인 만큼 가격을 올려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기보다는 생산을 중단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엔데믹 분위기가 형성되며 많은 국내 제약사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고환율로 인한 원가 상승은 이런 회복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조짐도 보이는 만큼, 제약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품목 위주로 ‘선택과 집중’ 방식의 경영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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