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지난달 용인 응급실 의사 살인미수사건과 부산 응급실 방화사건 등 의료현장에서의 폭력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의사 10명 중 8명은 최근 1년 이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기관지 의협신문은 지난달 28~30일 DOCTOR’S NEWS 설문조사 시스템을 통해 ‘응급실 폭력 방지를 위한 대회원 긴급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19개 문항으로 구성했고 총 1206명의 의사가 설문에 응답했다. 설문 신뢰도는 92.1%, 표본오차는 ±1.4였으며, 설문조사 응답자 중 응급의학과 의사는 전문의 596명, 전공의 175명 등 총 771명이었다.
설문 결과,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78.1%가 최근 1년 이내에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 또는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의사 중 47.3%는 ‘1년에 1~2회’, 32.1%는 ‘한 달에 1~2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또한 폭언이나 폭행을 ‘1주에 1~2회’ 당했다고 답한 의사는 11.2%, ‘매일 1~2회’라고 답한 의사도 1.7%로 집계돼 의료인 대상 폭력행위가 매우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협을 당했을 때 대응방안을 묻는 문항에는 ‘참는다’가 44.9%로 절반에 가까운 응답률을 보였다. 대응지침과 매뉴얼에 대해서는 62.6%가 ‘없다’라고 응답했다.
특히 응급실 내 경찰 배치와 해당 경찰이 응급실 폭언·폭행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정비, 대응지침 강화, 검찰의 기소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대부분의 의사들이 찬성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반의사불벌죄’에 대해서는 87.1%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는 1일 헬스코리아뉴스에 “응급실이 안전하게 느껴지는지 묻는 문항에 ‘불안하다’와 ‘매우 불안하다’가 총 56.2%로 나타났다”며 “생명을 지키는 공간에서 해를 가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그로 인해 회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현실이 참담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응급실에서 근무중인 의사 회원들이 얼마나 범죄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의사 회원들이 찬성하는 대책들이 현장에 실효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의협에서도 정부와 지속해서 대화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1일 국회에서는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긴급토론회’가 국민의힘 김미애 국회의원 주최,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법조·의료인력이 폭력에 대한 불안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전문성을 발휘해 의료와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료·법조인들이 법·제도적으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 채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연달아 발생한 사건들로 의료와 법조계 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수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의료진이 여러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동안 응급의료는 물론 필수의료 마저 위태로워지고, 결국 의료체계의 붕괴를 초래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위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보복성 폭력행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등 의료와 법조인력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개선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