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기기(전자약) 개발 어디까지 왔나?
디지털 치료기기(전자약) 개발 어디까지 왔나?
  • 박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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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0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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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몇 년 전만 해도 디지털 헬스와 글로벌 헬스, 예방의학, 건강정책 등의 사이에는 두꺼운 장벽이 존재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장치 정도로 간주돼 왔다. 이를 바꿔놓은 것은 다름아닌 코로나19. 인류사에 길히 남을 이 대형 팬데믹은 인류의 삶 전체를 한순간에 바꿔버렸다.  

그 중에서도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의료는 가장 큰 변혁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와 백신도 나왔지만, 디지털 의료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최근 발간한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동향’과 관련업계의 정보를 종합하면, 최근 2년여간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을 중심국으로 원격의료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의료 신생기업들은 기록적인 자금을 확보했다. 의료시설 또한 전례 없는 방식으로 IT 인프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WHO는 전염병 및 전염병 인텔리전스 허브(Hub for Pandemic and Epidemic Intelligence)를 개설한 이래 전염병 감시 및 질병예방 목적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접근을 글로벌 의제 중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가속화된 디지털 혁신, 디지털 치료기기(전자약 또는 디지털 치료제)의 부상 및 디지털 의료 거버넌스 강화 등의 이슈는 앞으로도 지속될 게 분명하다.

디지털헬스에서의 변화와 디지털 치료의 등장

이제 디지털 헬스와 헬스를 구분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디지털 도구는 국가와 지역 사회가 대규모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조직하고 감염경로를 추적하며, 환자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했다. 코로나19 인증 시스템을 사용하여 접종상태를 확인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새로운 디지털 헬스기술은 과학, 비즈니스 및 학계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IT 및 데이터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냈다.

예컨대 유럽 의료데이터 활용촉진 시스템인 EHDS(European Health Data Space)를 포함한 유럽 데이터 공간의 구축은 2019-2025년 유럽 위원회의 우선 순위로 떠올랐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유럽 이해 관계자 간의 헬스데이터 교환을 강화하고 연구, 건강정책 및 혁신개발 목적을 위한 데이터 접근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HDS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로컬 허브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투자는 53억 유로의 예산이 지원된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해 유럽위원회는 20억 유로를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스마트폰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웨어러블 장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 실사용 근거 연구 등의 출현으로 지난 10년 동안 디지털 헬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일반적인 웰빙과 건강 모니터링은 다양한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병원에 국한된 공간에서 광범위한 디지털 세계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화된 의료 영역에서 혁신적인 모델이 연구되고 있고 오픈된 엔지니어링을 활용하며 기존 의료환경에서 전문가의 잠재력을 최적화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 영역 내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디지털 치료라고 한다.

 

디지털 헬스, 디지털 의료, 디지털 치료기기 차이 [자료=한국바이오협회]
디지털 헬스, 디지털 의료, 디지털 치료기기 차이 [자료=한국바이오협회]

급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

디지털 치료시장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의 사용 증가, 건강관리 앱과의 결합, 건강관리 비용 필요성 증가, 연속적인 건강관리의 상당한 이점, 만성질환 발병 증가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 시장은 최근 규제 승인이 완화되면서 성장이 더욱 가속화되 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웨어러블 기기 및 센서와 같은 광범위한 제품 유형이 포함된다. 기관에 따라 격차가 있지만,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은 2020년 35억 3729만 달러(한화 약 4조 6000억 원)에서 오는 2030년 235억 6938만 달러(한화 약 30조 7000억 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 기간 연평균 시장 성장률(예상)은 20.6%에 달한다. 

북미지역의 경우 보험급여와 디지털 치료기기의 빠른 도입으로 특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수익은 2020년 9887만 달러에서 2025년 8억 1780만 달러로 연평균 52.6%의 성장률이 전망됐다. 물론 디지털 치료기기를 포함한 전체 디지털 헬스 시장 규모는 이를 크게 앞선다. [관련기사 참조 = 바이오산업 디지털화 급물살]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예상수익 [자료=한국바이오협회]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예상수익 [자료=한국바이오협회]

국외 디지털 치료제 개발 현황

글로벌 디지털 치료 협의체인 DTA(Digital Therapeutics Alliance)는 디지털 치료(DTx)를 의학적 장애 또는 질병을 예방, 관리 또는 치료하기 위한 고품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의해 구동되는 증거 기반 치료 개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및 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치료기기는 검토를 거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허가 또는 승인되며 시판되거나 의사가 처방한다. 지속적이고 개인화된 치료를 제공하는 디지털치료법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매력적인 접근 방식이 되고 있다. 단독요법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치료법과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디지털치료는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소비자 장치를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전문의료인의 부족과 물리적 의료시스템 접근에 있어 지리적 장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공중보건 비상사태 동안 정신과 치료를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임시승인을 허용하는 완화된 FDA 지침과 디지털 솔루션의 채택을 가속화시켰다. 최소 63개의 승인된 디지털 치료기기가 현재 문서화되어 있고 이 중 30개는 2017년 이후에 승인된 것이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대부분은 FDA의 510K를 통해 승인되었으며 상당한 동등성이 입증되었다. 3개는 신규신청(De Novo), 6개는 시판전 승인으로 등록되어 있다. 의료전문 과목별 승인된 제품의 가장 일반적인 범주는 심혈관 및 마취 분야였다. [아래 도표 참조]

 

승인경로 별 디지털 치료기기 현황(2021년 11월 기준)
승인경로 별 디지털 치료기기 현황(2021년 11월 기준) [자료=한국바이오협회]

페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 reSET을 보유한 최초의 회사다. 이후 reSET-O와 Somryst도 허가 받았다. 세 제품 모두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하며 각각 물질남용 장애, 아편류 사용 장애 및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 회사는 우울증 분야에도 진출하며 디지털 치료기기 기반 정신의학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는 2020년 최초로 FDA로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받은 ‘EndeavorRx’를 개발했다. 이 치료제는 SSME(selective stimulus management engine) 기술을 이용해 신경시스템에 특정자극을 전달해 인지능력을 제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시판되거나 개발 중인 디지털 치료기기는 다양하지만, 신약개발을 통해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행동중재를 통한 치료효과가 큰 분야에서 주로 개발돼 만성질환, 신경정신과 질환 분야 제품이 다수를 차지한다.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해외 디지털 치료기기는 △WellDoc의 BlueStar(2형 당뇨), △Voluntis의 Insulia(2형 당뇨) 및 Oleena(암), △Proteus Digital Health의 Abilify Mycite(조현병), △Propeller Health의 RESPIMAT(COPD 및 천식), △Pear Therapeutics의 reSET(약물중독) 및 reSET-O(오피오 이드중독), △Palo Alto Health Science의 Freespira(PTSD 및 공황장애) 등 8개 제품이 있다. 구체적 치료목적을 명시해 허가된 제품은 reSET, reSET-O, Freespira, Oleena 등 4개 제품으로 전해진다.

 

국외 디지털 치료기기 현황
국외 디지털 치료기기 현황

국내 디지털 치료제 개발 현황

디지털 치료기기는 세계적으로 서비스 개발 또는 서비스 제공 초기단계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허가받은 사례가 없다. 이제 막 개발 착수 또는 파이프라인 확보 단계다.

현재 국내 기업 중 디지털 치료제의 허가를 위한 확증 임상을 완료하였거나 진행 중인 업체는 라이프시맨틱스, 웰트, 에임메드, 뉴냅스, 하이 등 5개 기업이다. 여기에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1위 기업으로 평가받은 한미약품까지 디지털 치료제 시장 진출을 선언, 업계의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왼쪽부터)한미약품 대표이사 우종수 사장과 디지털팜 김대진 대표, KT AI/DX융합사업부문장 송재호 부사장이 17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디지털팜 출범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한미약품 대표이사 우종수 사장과 디지털팜 김대진 대표, KT AI/DX융합사업부문장 송재호 부사장이 17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디지털팜 출범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7.17)

지금까지 식약처에 의한 디지털치료제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는 모두 10건. 구체적으로 ①뇌 손상 환자의 시야장애 개선용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②소아 근시 환자의 근시진행 억제를 위한 시각 훈련 소프트웨어 ③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폐암 환자의 호흡재활 소프트웨어 ④불면증 치료용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2건 ⑤만성뇌졸중 환자의 상지재활치료 소프트웨어 ⑥알코올 중독 환자의 중독장애 개선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⑦니코틴 중독환자의 중독장애 개선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⑧우울장애환자의 우울증 치료 소프트웨어 ⑨범불안장애환자의 불안장애 치료 소프트웨어 등이다.

이밖에도 경도 인지장애 개선을 위한 아리바이오의 메모:리, 빅씽크 테라퓨틱스의 오씨프리(시야장애 개선), 마인즈에이아이의 마인즈내비 등이 개발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중인 국내기업 현황(2022년 3월 기준) [자료=한국바이오협회]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중인 국내기업 현황(2022년 3월 기준) [자료=한국바이오협회]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의 확산과 디지털 치료 효과의 임상적 근거가 증가하고 있는 요즘,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디지털 치료법의 유용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도 더 많은 수의 환자에게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많은 디지털 도구가 개발되면서 이에 따른 규제 프레임 워크를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박봉현 책임연구원은 “10년 이내 디지털 기술로 구동되는 매우 혁신적인 의료시스템의 출현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되었다”며 “디지털 치료기기의 주요 시장인 미국의 의료 규제 환경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연방 규제기관은 승인 경로에서 보험적용 범위 및 본인부담, 개인정보 보호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치료제를 규제하는 방법과 씨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FDA는 정신건강 관련 디지털 치료기기의 조건부 승인을 허용하는 일부 요구사항을 완화하였고, 전통적인 규제 패러다임이 오늘날 디지털 시장에 나와 있는 소프트웨어 제품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전 세계 여러 기업들이 다양한 디지털 치료기기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지만, 이는 대부분 미국에 기반하고 있고 국내는 현재까지 허가받은 제품이 없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국내 기업 37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한 조사결과를 보면,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비 지원(43.2%)과 인허가 안내 및 규제 간소화(24.3%)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필요한 지원에 대해서는 70.3%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국가간 인허가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규제 이슈가 기업의 시장진출에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국제적 추세에 맞추어 지난 2020년 ‘의료기기 산업육성 및 혁신의료기기지원법’을 제정했고 선제적으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여 웰니스 기기와 구분할 수 있는 규제 여건을 마련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기기가 의료시스템 영역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인허가 후 의료보험 수가를 받기 위한 신의료기술 평가 절차가 보다 구체적이고 통합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며 원격의료 논란, 환자들의 사용 인식 문제 등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한다.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는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잘 마련된다면, 신약개발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 비용 효율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고 아울러 치료접근성이 낮은 취약지역에 대한 의료수요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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