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독일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이 자사의 새로운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 후보물질 ‘BI 1015550’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에서 치료 효능을 입증, 관련 시장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베링거측이 신약 출시에 성공할 경우, 관련 시장의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포 벽에 만성염증 세포들이 침투하여 폐 기능이 저하되고 결국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희귀 질환이다.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증상으로는 만성적 마른 기침, 호흡 곤란 등이 있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약제는 지난 2013년 FDA 승인을 받은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Ofev, 성분명: 닌테다닙·Nintedanib) ▲스위스 로슈(Roche)의 ‘에스브리에트’(Esbriet, 성분명: 퍼페니돈·Pirfenidone)가 있다. 하지만 위 약제들은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뿐, 완치제는 아직 없는 상태이다.
‘BI 1015550’은 이같은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을 위해 베링거인겔하임이 ‘오페브’의 후속 신약으로 개발한 새로운 경구용 항섬유화제이다. 이 치료제는 PDE4B 효소의 과다 발현을 억제해 특발성 폐섬유증의 증상을 치료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2월, ‘BI 1015550’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 혁신 신약으로 지정한 바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진행한 이번 임상 2상 시험은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642명을 대상으로 ‘BI 1015550’와 위약의 효능을 평가한 것이었다. 시험의 1차 평가변수는 기준선에서 12주차까지 노력성 폐활량(FVC) 개선율의 변화였다.
그 결과, ‘BI 1015550’ 투여군의 FVC는 위약 대비 높은 개선율을 보여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BI 1015550’의 내약성과 안전성은 양호했으며, 시험에서 관찰된 흔한 이상반응은 경증의 설사 증상이었다.
카린느 브루이용(Carinne Brouillon) 베링거인겔하임의 인체의약품책임자는 “규제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BI 1015550’이 신속히 출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임상 3상 시험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1885년 설립된 베링거인겔하임은 독일 기반 다국적 바이오 기업으로, 130여 년이 넘게 주식을 공개하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오페브’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포함해 전신경화증 관련 간질성폐질환, 만성 섬유성 간질성폐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경구 약제이다. 2021년 기준 매출액 25억 유로(약 3조 3000억 원)를 기록해 해당 시장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오페브’는 여전히 특발성 폐섬유증의 증상을 지연시키는 기전만 보유한 만큼,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더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차세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개발 관련 베링거인겔하임의 경쟁사로 꼽히는 곳은 로슈이다. 로슈는 현재 자사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 후보물질 ‘PRM-151’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이 밖에도 국내 기업인 대웅제약·한미약품·브릿지바이오 등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던졌으며, 현재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rach)에 따르면, 전 세계 특발성 폐섬유증 시장 규모는 2020년 31억 2608만 달러(약 4조 원)로 집계됐으며, 오는 2030년에는 61억 6937만 달러(약 7조 9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