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신약)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내용의 약가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일단 환영할만 하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부린 약값의 횡포에 견주어보면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사실 특허가 만료됐다는 것은 해당 의약품의 신선도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이다. 그러한 약물에 대해 기존처럼 고부가가치를 실현하려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행태는 노력한 대가 이상으로 남의 돈을 갈취하려는 파렴치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특허기간 연장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거나 값싼 복제약 진입을 막기 위해 특허소송을 남발하는 행위가 그러하다. 일부 다국적 제약회사는 자사 약물의 보험약가 인하를 차단하기 위해 환자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주는 ‘교묘한 꾀’까지 동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가 보호되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환자의 생명을 우롱하는 것은 행패다.
국가의 보건정책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자국 산업의 육성발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의무이면서 주권이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특허만료의약품의 건강보험약가를 최대 40%까지 자동 인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용기 있는 일이다.
한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그것이 국내 제약산업의 뿌리인 복제약값의 대폭 인하로 이어지는 일만은 없어야한다는 것이다.
임종규 복지부 약가제도개선 TF팀장의 말처럼 복제약은 오리지널과 비교해 식약청으로부터 동질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은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약가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오리지널 의약품도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과 가격면에서 차등을 두지 말아야한다”는 임 팀장의 발언(9월 1일 보건산업발전 토론회)은 매우 적절하다. 이는 역으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보이지 않는 특혜의 성역에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복제약값이 오리지널에 비해 차등을 받아서는 안되는 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복제약 산업이 무너지게 되면 외국 제약사들이 시판하는 고가의 신약이나 오리지널 약물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의 약값 부담은 더욱 높아지고 공보험인 건강보험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허덕이다가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정부는 차제에 특허만료 의약품의 특혜를 없애고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교묘한 불공정거래 행위도 뿌리뽑는 투명하고 항구적인 의약품 거래제도를 확립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