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환상지통? 이런 병도 있나요?”
[칼럼] “환상지통? 이런 병도 있나요?”
  • 전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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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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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전상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거리를 걷다 보면 팔 또는 다리를 잃고 의수 또는 의족을 찬 이웃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사지 중 일부를 잃게 되면 삶의 질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우울감을 경험하게 된다. 더불어 이들 상당수가 겪는 힘든 과정이 있다. 바로 환상지통(Phantom limb pain, 幻想肢痛)이다.

환상지통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지에서 느끼는 통증이나 이상 감각을 의미한다. 사지 중 일부의 절단 이후 발생한다. 예를 들어 무릎 아래 절단으로 발을 잃었지만 없어진 발에 통증을 느끼는 식이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며 손사래를 칠 수 있지만, 실제 절단 수술 이후 많은 분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많게는 80%까지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환상지통은 16세기 프랑스 의사 앙브루아즈 파레(Ambroise Paré)에 의해 처음 알려졌고,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시기 의사인 사일러스 미첼(Silas Weir Mitchell)이 현재의 환상지통으로 이름 붙였다. 환상지통은 코, 눈, 가슴 등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상지와 하지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증상은 타는 듯한 통증(작열감),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 칼로 베는 듯한 통증, 꽉 쥐어짜는 듯한 통증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절단 환자의 50% 정도는 절단 후 24시간 이내에 발생하고 길게는 수년이 지난 후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증상 발생 후 시간이 흐르면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수년간 지속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환상지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을 숨기며 사는 게 보통이었다. 없어진 사지에 통증이 있다고 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환상지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상지통은 증상 발생 초기,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환상지통이 발생하는 의학적 기전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절단 후 발생하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의 이상 변화를 기전으로 하는 복잡한 증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환상지통은 절단 전 통증이 있었던 사지에서 잘 발생한다. 성별이나 나이에 따른 증상 발현의 차이는 없다. 스트레스, 우울감, 불안감과 같은 감정적인 요소와 흡연, 지나친 음주, 외부의 차가운 환경에 노출 시 악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치료는 약물적 치료와 비약물적 치료가 있다. 약물적 치료는 환상지통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중추신경계 또는 말초신경계를 대상으로 하는 항우울제, 항경련제, 마약성 진통제 등이다. 비약물적 치료는 거울을 이용한 재활 치료(시각 훈련), 전기자극치료, 반복적으로 자기장을 이용해 뇌를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술, 침 치료 등이 있다. 약물치료와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다.

환상지통은 스트레스, 우울감, 불안감 등 감정적인 문제로도 증상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의료진의 도움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사지 절단 후 의족 혹은 의수 등의 보조기를 착용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적절하지 않은 보조기를 착용할 경우 환상지통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자신이 상태에 맞는 보조기를 적절하게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절단지의 근력 강화도 통증 호전에 도움이 된다. 꾸준하고 적절한 근력 강화 운동이 필요하다.

환상지통은 다양한 증상 악화 요인들이 존재하는 만큼 이러한 요인을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상지통은 질환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를 해야 사지 손실에 따른 삶의 질 저하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글 : 전상현 정형외과 전문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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