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지프스와 핵발전소, 그리고 한수원
[사설] 시지프스와 핵발전소, 그리고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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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12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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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약을 만들고 건강을 지킨다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구촌 어디에서든 핵이 한번 터지는 순간, 재앙은 시작되고 인류는 종말을 피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종말은 피할 수 없는 시간속으로 들어섰다는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을 만들고 건강을 지킨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구촌 어디에서든 핵이 한번 터지는 순간, 재앙은 시작되고 인류는 종말을 피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종말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과학자들의 탄식이 잇따르고 있는 지금이다. 

[헬스코리아뉴스] 신을 속인 죄로 무거운 돌을 언덕 정상까지 계속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은 인간.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시지프스 이야기다. 최근 한 종편채널이 시지프스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2035년 미래와 2020년 현재를 넘나들며 핵전쟁의 위기를 막으려는 남녀 주인공의 활약을 그린 판타지다.

드라마를 보면 2035년 한반도의 남단 월성 핵발전소가 북한의 핵폭탄 공격을 받는다. 핵폭탄은 서울에도 떨어지는데 많은 사람이 죽고 방사능에 피폭된다. 한반도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이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2020년을 사는 천재 공학자 한태술(조승우 역)이다. 인간세상의 멸망을 꿈꾸는 단체로부터 한태술을 지키기 위해 현재로 공간 이동한 여주인공 강서해(박신혜 역)의 화려한 액션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끈다.

판타지와 현실이 뒤섞인 드라마는 미래와 현재를 넘나드는 타임머신인 업로더, 현재로 넘어온 미래 사람들을 쫓고 체포하는 단속국, 미래 사람들의 현재 세계 정착을 돕고 이권을 챙기는 브로커인 아시아마트,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조직된 시그마라는 단체까지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핵발전소 파괴라는 대목과 피폭된 사람들의 괴기스러운 분장, 그리고 2035년이라는 목전에 닿은 시간 설정이다.

핵발전소 폭발과 핵전쟁이 15년 뒤 한반도에서 일어난다는 설정이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재 상황과 묘하게 뒤섞인다.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누출과 월성1호기 조기폐쇄 논란, 감사원 감사와 산업부 공무원의 원전자료 삭제, 검찰수사 등으로 관심받는 월성핵발전소가 등장하는 것도 오싹하다. 더구나 최근에 핵발전소 비상상황 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피동형 수소제거설비’ 성능시험 결과를 은폐하려 했던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회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핵발전소 운영 주체에 대한 불신이 다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걱정의 단초는 한수원의 반복되는 거짓말에서 비롯한다. 2012년 2월9일 고리핵발전소 1호기에서 발생했던 ‘블랙아웃’ 은폐사건이 대표적. 현재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 전원이 12분 동안 끊긴 중대사고를 한수원이 한 달 넘게 숨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다. 물론 실화다.

당시 블랙아웃 사실도 외부인에 의해 우연히 알려졌고 사후약방문으로 한수원이 뒤늦게 해명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폭발로 악화한 반원전 정서에 불을 지핀 엄청난 사건이었다.

문제는 이런 은폐와 거짓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 어떻게 똬리를 틀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수백만 개의 부품이 맞물려 돌아가는 핵발전소의 특성상 수소제거설비처럼 제구실을 못하는 설비나 부품이 있어도 국가주요보안시설이라는 방어막 뒤에서 조직적으로 숨기면 외부로 알려지기 어렵다. 잊힐만하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핵발전소 내부 사안들이 공익제보나 협력업체의 폭로 등으로 알려진 전례를 보면 쉽게 가늠된다. 수소제거설비 성능미달 사례도 공익제보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정부의 탈원전정책과 에너지정책의 전환으로 국내 핵발전소에 대한 관심과 감시, 견제가 어느 때보다 느슨해졌다. 환경단체나 시민단체, 전문가, 언론의 무관심이 자칫 한수원을 2011년 후쿠시마원전 이전의 안전불감증 시대로 되돌려 놓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어쩌면 그 신호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기에 안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는 지금이 더 걱정스러운 것이다. 거짓말의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와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이들의 상습적인 눈속임과 변명이 오버랩된다. 핵발전소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무게가 시지프스가 짊어진 돌덩이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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