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다이어트 돌입 … 선택과 집중의 시기
제약업계, 다이어트 돌입 … 선택과 집중의 시기
종근당, 올해 2개월간 113개 품목 취하·취소

상위·중소 제약사 불문, 너도나도 품목 정리

약가 개편안 시행 이후 품목정리 '가속화'

"정부 메시지 명확 … 소품목 대량생산 전략 마련해야"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03.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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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제약업계에 때아닌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다. 허가 품목 줄이기에 나선 것인데,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의약품, 특히 제네릭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주력 품목에 집중하려는 제약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백화점식 사업으로 포트폴리오가 '비만'해진 제약사들은 오래된 품목을 위주로 고강도 살빼기에 나섰다. 

종근당은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약 2개월 동안 자사 의약품 108개 품목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유효기간 만료로 허가가 취소된 품목도 5개가 포함돼 총 113개 품목의 시판권을 포기했다. 전체 허가품목의 16%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숫자다. 지난해 종근당이 허가를 자진 취하했거나 유효기간 만료로 허가가 취소된 품목은 29개에 불과했다. 2019년에는 33개였다.

최근 2개월 동안 취하했거나 취소된 품목의 수가 지난 2년 동안 취하 또는 취소된 품목의 숫자보다 2배가량 많다.

이번 허가 취하 및 취소로 종근당의 허가 품목은 722개에서 609개로 줄었다.

종근당은 품목 다이어트에 다소 늦게 돌입한 편이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이미 지난해 품목 줄이기에 돌입해 자사의 품목군을 어느 정도 정리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69개 품목(올해는 현재까지 5개 품목)을, 같은 기간 GC녹십자는 39개 품목을(올해는 현재까지 1개 품목), 동아에스티는 54개 품목(올해는 현재까지 10개 품목)을 취하했거나 취소시켰다. 이에 따라 이들 회사의 총 품목 수는 각각 445개, 260개, 197개로 줄었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 보령제약, 일동제약, JW중외제약 등도 허가 품목을 최소 20개에서 많게는 수십개까지 줄였다. 

종근당과 비교해 품목이 많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이들 제약사는 총 품목 수가 종근당보다 적고 기존에 허가 취하 또는 취소한 품목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비중이 작지 않다는 평가다.

이는 상위·중견 제약사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회사 규모와 영업력에 비해 지나치게 품목을 늘려온 중소제약사들에는 품목 다이어트가 더 시급한 형국이다.

삼천당제약은 올해만 2월까지 32개 품목을, 영진약품은 지난해 63개 품목을 정리했다. 이 밖에도 대부분 중소제약사가 수십개 품목을 지난해와 올해 정리했다.

 

시장성 없는 품목 갱신 포기 속출
약가 개편안, 품목 다이어트 '촉발'

눈에 띄는 것은 유효기간 만료로 취소되는 품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 측이 의도적으로 갱신을 포기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8년부터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를 시행하고 있다. 5년마다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만 허가를 유지토록 한 제도다.

품목갱신을 원하는 경우 유효기간 만료 6개월 전까지 갱신을 신청해야 한다. 갱신 신청이 없을 경우에는 허가가 자동으로 취소된다.

제약사들의 품목군이 비대해진 가장 큰 이유는 상업화와 무관하게 품목허가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허가를 유지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었던 시기여서 시장성이 없더라도 '일단 받고 보자'는 식의 품목 허가가 다반사였다. 특정 품목의 허가가 필요한 제약사와 이미 허가를 보유한 제약사 사이의 허가권 매매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 시행 이후로는 5년마다 안전성 및 유효성 자료를 새로이 마련해야 하는 데다 허가 갱신에는 별도의 비용이 들어서 불필요한 품목은 갱신을 포기하는 제약사가 급증했다.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를 통해  제네릭 난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어느 정도 먹혀든 셈이다.

정부의 제네릭 약가개편안은 이러한 추세에 불을 질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새로운 약가개편안을 시행,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실시하고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품목에 대해서만 보험 상한금액의 100%를 인정하고 있다. 자체 생동성시험을 실시하지 않은 품목은 약가가 15% 인하된다.

단순히 약가가 15% 인하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체 생동성시험을 실시하려면 수억원의 비용을 투입해야 하므로, 체감 약가 인하율은 15%를 훨씬 웃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복지부는 기존 품목에 대해서도 이 같은 약가개편안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제약사들은 그동안 자체 생동성시험을 치르지 않고 위탁생산 등을 통해 손쉽게 허가받은 품목 중 옥석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성이 없는 품목은 정리 대상이 됐다. 지난해 유독 제약사들의 품목허가 취하 건수가 많았던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불필요하게 시장에 난립한 품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든 새로운 규제안이 나올 수 있다"며 "이제는 백화점식 장사가 통하지 않는 시대다. 다품목 소량생산이 단기적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수는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소품목 대량생산이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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