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전이 주범 찾았다”
“암세포 전이 주범 찾았다”
서울대 의대 전양숙 교수팀, 일본 요코하마대 연구팀과 공동 연구

생쥐모델에서 암세포 이동 추적 통해 지방산에 의한 암전이 확인
  • 임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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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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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과학과 전양숙 교수(왼쪽)와 제1저자 서지은씨(석박사 통합과정)
서울대 의과학과 전양숙 교수(왼쪽)와 제1저자 서지은씨(박사 과정)

[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암 주위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유리지방산(FFA)이 암세포의 전이를 심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의과학과 전양숙 교수 연구팀(제1저자 서지은)이 일본 요코하마국립대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연구결과인데, 비만이 암을 악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가운데 암세포와 지방세포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s) : 지방세포에서 지방질 분해로 생성, 분비되는 지방산. 세포의 에너지원 또는 대사 및 성장을 위한 신호전달물질로 쓰인다.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시킨다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연구팀은 유리지방산이 암세포의 HIF-1α를 활성, 종양의 악성화를 유도할 수 있음을 보고한데(Communications Biology, 2020) 이어, 암세포에 지방산을 유입시키는 공급원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연구를 했다.

 

※ HIF-1α(Hypoxia-inducible factor-1α) : 상피세포인 암세포가 이동성과 침윤성을 지닌 중간엽 성격의 세포로 변하는 현상(EMT)에 관여하는 다양한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는 전사인자를 말한다. HIF-1α 발현이 증가하면 암의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방산-저산소유도인자 신호전달 체계 개념도 및 3차원 암미세환경 모델 PDMS 기반 3차원 배양칩을 이용하여, 암세포(붉은색)와 지방세포(노란색)가 인접해 있는 종양미세환경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종양인접 지방세포가 암세포에 지방산을 제공하여 암세포의 전이능을 증가시키는 지방산-저산소적응 유도인자 경로를 밝혀냈다.
지방산-저산소유도인자 신호전달 체계 개념도 및 3차원 암미세환경 모델
PDMS 기반 3차원 배양칩을 이용하여, 암세포(붉은색)와 지방세포(노란색)가 인접해 있는 종양미세환경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종양인접 지방세포가 암세포에 지방산을 제공하여 암세포의 전이능을 증가시키는 지방산-저산소적응 유도인자 경로를 밝혀냈다. 

기존 연구를 보면 암세포와 다른 세포와의 상호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종류의 세포로부터 획득한 배양액을 배양 시 혼합하거나 상하로 구획이 나뉜 배양칩에 세포를 함께 배양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반면 연구팀은 지방세포와 암세포가 직접 접촉하여 자라도록 산소투과율이 높은 실리콘 소재(PDMS)를 이용, 세포가 3차원의 원형 구조를 가지며 서로 붙어 자랄 수 있는 3차원 배양칩을 제작하고 암세포와 지방세포를 적정 비율로 함께 배양함으로써 실제 생체환경과 유사한 암 미세환경을 구현해냈다.

3차원 배양칩에서 세포를 함께 배양함으로써,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지방산이 인접한 암세포의 HIF-1α를 활성화시키는 자극원임을 밝혀낸 것이다.

 

지방세포에 의한 암세포 이동현상다양한 암세포(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세포주)를 지방세포와 함께 3차원 PDMS 칩에서 공배양(그림 가운데 및 오른쪽)하면, 암세포만 단일배양한 경우(그림 왼쪽)와 달리 암세포들이 이동하여 퍼져버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방세포에 의한 암세포 이동현상
다양한 암세포(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세포주)를 지방세포와 함께 3차원 PDMS 칩에서 공배양(그림 가운데 및 오른쪽)하면, 암세포만 단일배양한 경우(그림 왼쪽)와 달리 암세포들이 이동하여 퍼져버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이 1700여개 구획(각 500㎛)으로 된 칩에 여러 조합의 세포를 공배양 하여 타원체(spheroids)로 자라는 세포군집의 조밀한 정도를 비교한 결과, 암세포와 지방세포를 함께 배양할 경우 조밀도가 30% 가량 낮아졌다. 이는 암세포가 활발히 움직인다는 의미다.

실제 유리된 지방산을 화학적으로 제거한 경우 암세포의 전이능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형광표지 된 암세포를 지닌 생쥐모델의 복강(결장)에 지방산을 주입하고, 형광신호를 통해 암세포의 이동을 추적한 결과 암세포가 결장에서 간 및 두부까지 퍼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반면 HIF-1α를 억제하는 간섭 RNA 조각을 지방산과 함께 주입한 경우, 암세포의 이동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지방산에서 HIF-1α 로 이어지는 신호가 암세포의 전이능 조절에 관여함을 동물모델을 통해 검증한 것이다.

구축된 3차원 배양칩은 지방세포 외에도 여러 종류의 기질세포와 암세포간의 상호관계 규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양숙 교수는 “3차원적 공배양 기법을 이용하여 다양한 세포들과 암세포들로 이루어진 암조직을 in vitro(생체밖)에서 구현하여 암미세환경에 미치는 세포 간의 영향을 밝히고 그 분자기전을 밝혔다”며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항암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을 발굴하고 암전이를 예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싶다”고 향후 소망을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Biomaterials) 2020년 12월 29일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 선도연구센터, 한일협력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전양숙 교수 인터뷰]

Q,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2017년 연구년 겸 안식년을 맞아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학에서 1년을 지냈다. 친구인 요코하마국립대 와타나베 교수의 소개로 후쿠다 교수팀을 만나게 되어 PDMS를 이용한 3차원 세포배양법을 배웠다. 약 25년간 HIF-1 alpha를 통한 세포의 저산소적응 기전을 연구해왔던 터라, 3차원 배양은 암 미세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라 생각되었다. 특히 ‘Metastasis-on-a-chip’ 시스템은 2차원적 세포배양과 동물·임상시험과의 중간단계를 대변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귀국 후에 3차원 공배양 시스템을 이용하여 암 미세환경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Q, 연구 과정을 설명해달라. 

박사과정인 서지은 학생도 서울의대 BK-Plus의 파견연구 지원을 받아 함께 요코하마 대학에서 칩 제작을 직접 배웠다. 이후에도 연구재단의 국제공동연구 지원을 받아서 한 달에 한 번씩 후쿠다 교수팀이 본 연구실을 방문하여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지속적이고 빈번한 교류를 통해 연구진행이 더욱 빨랐고 좋은 결과를 얻어,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세 편의 좋은 논문들을 완성할 수 있었다.

Q,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가 있었는지? 

3차원 공배양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 현재 연구실에는 장비를 살 수 있는 연구비가 없어 일본에 가서 직접 만들거나 일본 팀에 부탁을 하여 방문 시에 공급을 받고 있다. 특히 플레이트 모듈을 만들기 위해서 대학생과 대학원생들 틈에 끼여서 함께 농담도 하고 밥도 사주면서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들을 이용하여 만들며 지냈던 시간들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Q,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암세포와 지방세포가 직접적으로 인접하고 있는 생체유사도가 높은 스페로이드를 만들고, 이를 이용하여 암세포를 악성화시키는 암미세환경을 밝혔다. 특히 암인접 지방세포에서 분비한 유리지방산에 의한 암전이 기전을 밝혔다는 것이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주요 타깃으로 지방산에 의한 HIF-1alpha 활성 관계를 제시하였으며, 이 신호전달 과정은 암전이를 억제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Q,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생체유사도가 높은 암조직을 in vitro에서 만들 수 있으므로 항암제 스크리닝과 작용 기작 연구에 이용할 수 있다. 기존의 단일 세포 또는 2차원 상에서 이뤄지던 in vitro 스크리닝은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의 결과를 대변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scaffold 구조물 등을 이용한 기존의 3차원 배양법들은 스페로이드를 수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차후의 분자생물학적 방법(형광면역법, 웨스턴블랏, RT-qPCR 등)을 이용한 신호 기작 연구의 큰 방해가 되었다.

본 연구에서 이용한 PDMS 칩은 non-scaffold 유형의 배양법이며 세포살포와 동시에 빠르게 3차원 구조물이 형성된다. 따라서 PDMS칩에서 배양한 3차원 종양구조물에 항암제를 처리한다면 종양의 생리학적 현상뿐만 아니라, 항암제의 작용 기작 연구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음다.

그러나 항암제 스크리닝은 다양한 조건에서 동시에 실험을 할 수 있는 규모가 필요하다. 한 실험 조건에서 가능한 많은 스페로이드의 현상을 관찰하고 그 이후의 분자생물학적 분석을 위해 이번 연구에서는 60㎟ 플레이트에, 약 1700개의 웰(well)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이용했다. 즉, 1700개의 세포-세포 응집체를 형성했다. 기존 항암제 스크리닝에서 이용되고 있는 시판의 96웰(well) 사이즈의 PDMS 칩도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3차원 PDMS 칩을 이용한 항암제 스크리닝도 가능하다고 본다.

Q,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이 있다면?

3차원적 공배양 기법을 이용하여 다양한 세포들과 암세포들로 이루어진 암조직을 in vitro에서 구현하여 암미세환경에 미치는 세포 간의 영향을 밝히고 그 분자기전을 밝히는 것이다. 나아가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항암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을 발굴하고 암전이를 예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싶다.

Q, 연구과정에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일본 공동연구팀이 방문하여 한일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UCSD 교수이자 NASA팀의 책임연구원인 Hargens 교수를 함께 초빙하여 서울의대 허혈/저산소 질환연구소와 공동으로 ‘From Bench to Space’ 라는 타이틀로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Hargens 교수는 작년 NASA팀이 Science에 발표한 TWIN study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분이다. 이 국제심포지움을 통해서 지구와 우주에서의 생명현상의 차이와 저산소 적응에 대한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 저산소연구의 지평을 확장한 참으로 흥분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모든 연구들이 연구재단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기에 헬스코리아뉴스 지면을 빌려 감사드린다. 아울러 기초의학에 대한 국가의 연구비 지원이 더욱 확장되기를 열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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