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H 치료제 개발 '바늘구멍 뚫기' … 국내 기업 '무한도전'
NASH 치료제 개발 '바늘구멍 뚫기' … 국내 기업 '무한도전'
유한·한미·유나이티드 등 임상 진일보

다국적 제약사, 유망 후보물질 관심 증가

기술수출 잠재력 높아져 … NASH 파이프라인 '인기'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01.0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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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의약품 개발을 위해 연구 중이다.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의약품 개발을 위해 연구 중이다. (사진=한미약품)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사들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에 연이어 뛰어들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마저 모두 실패할 정도로 개발 난이도가 높은 탓에 전 세계적으로 개발사가 그리 많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10여개가 넘는 제약사가 NASH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 수 있으나, 국내 제약사들은 미개척 시장에 가장 먼저 착륙하기 위해 내심 숨가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성적표가 나오지 않아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렵지만, 이들 중 몇몇은 임상 단계가 진일보하며 상용화에 조금씩 근접해가고 있다.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NASH 치료 신약후보 물질 'YH25724'의 임상1상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1분기 안에 임상1상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YH25724'에 대한 비임상 독성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미국 간학회 등 다수의 해외 학회에서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미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4000만 달러 가운데 1000만 달러를 받았다. 이번에 임상1상 시험까지 진입하면 마일스톤 1000만 달러를 추가로 수령할 것으로 전망된다.

'YH25724'는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하고 이 과정에서 바이오 기업 제넥신의 항체 융합 단백질 플랫폼 기술인 '하이브리드 FC'(Hybrid FC, Hy Fc)를 접목한 융합단백질이다. 두 가지 약물 표적인 GLP1 수용체와 FGF21 수용체에 동시 작용한다.

전임상 연구에서 지방간염 해소 및 항섬유화 효과를 나타내 간세포 손상을 막고 간 염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 후보물질 '오라노핀'(프로젝트명 'UN03')의 임상2상 시험에 진입했다. 

'오라노핀'은 금(金) 제제 중 하나로, 체내의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대식세포의 M2 형질전환 촉진과 TREM-2라는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켜 간섬유화, 간경화의 예방 및 치료에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오라노핀' 성분은 미국 FDA에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허가돼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오라노핀의 특징을 이용해 선행연구를 진행해왔다. 지난 2016년 금(金) 제제 유효성분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관련 기술을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이전받아 연구를 진행해온 것은 물론, '오라노핀'의 간섬유화 및 간경화 예방·치료 용도에 관한 국내 특허를 기술이전 받아 2017년부터 다수의 국책과제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오라노핀'이 간을 구성하는 대식세포뿐 아니라 간세포와 성상세포에 모두 작용하는 다세포 표적 약물임을 규명했다.

회사 측은 이번 임상2상 시험을 완료한 뒤 다수 국가에서 확보한 특허 권리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배터리 사업을 떼어낸 뒤 제약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LG화학은 새로운 먹거리로 NASH 치료제를 낙점하고 미국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FDA로부터 NASH 치료 신약후보 물질 'TT-01025'에 대한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1상 승인에 따라 LG화학은 임상전문기관 'PPD 라스베이거스'를 통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TT-01025'의 안전성, 약동학(PK) 등을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TT-01025'는 LG화학이 지난 8월 중국 바이오텍 '트랜스테라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중국,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독점 개발 및 상업화를 목표로 도입해 온 신약후보 물질이다.

전임상 결과 타깃 단백질인 'VAP-1'에 대한 선택적 작용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기존 동일 기전 후보물질의 임상 중단 원인이었던 약물 간 상호작용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8월 다국적 제약사 MSD에 바이오 신약후보 물질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를 NASH 치료제로 개발·제조 및 상용화하는 내용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이 후보물질의 일반명(INN)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Efinopegdutide)이고, 개발 코드명은 'HM12525A'이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 치료제다. 한미약품이 보유한 약효 지속 기반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적용됐다.

이번 계약으로 MSD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한미약품은 또 다른 NASH 치료 신약후보 물질인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개발 코드명 'HM15211')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M15211'은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과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GLP-1, 인슐린 분비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 수용체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다. 

한미약품은 현재 미국에서 'HM15211'의 임상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FDA로부터 'HM15211'에 대한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지정받기도 했다.

FDA는 심각하거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질환에 우수한 효능을 보이는 신약에 대해 면밀한 심사 후 신속히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의약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다. 패스트트랙 지정 시 개발 단계마다 FDA로부터 전폭적 지원을 받아 더욱 신속하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일동제약, #삼일제약,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 정통 제약사와 #디앤디파마텍, #압타바이오 등 바이오벤처들이 NASH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실패 맛본 다국적사, NASH 치료제 자체 개발 부담 증가

후보물질 도입 확산 … 제약업계, 기술수출 기회 늘어

최근 수년 사이 NASH 치료제 개발에 나선 다국적 제약사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ASK-1 타깃 NASH 신약후보 물질인 '셀론설팁', 젠핏의 PPARα/β 작용 NASH 치료 신약후보 물질 '엘라피브라노' 등 상용화가 가장 유력하다고 알려졌던 후보물질들까지 대부분 좌초됐다.

치료제 개발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은 NASH 치료제 차제 개발에 부담이 커진 상황. 이 때문에 유망한 후보물질을 적당한 개발 단계에서 도입하려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이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국내 기업의 NASH 치료제 기술수출 잠재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국내 제약사들이 NASH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연구력이 뛰어나다는 다국적 제약사들과 바이오기업들이 대부분 NASH 치료제 개발에 실패했다. 성공 확률이 희박한 만큼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제는 자체 개발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다고 무주공산인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후보물질을 물색하는 회사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국내 제약사들이 NASH 치료 신약후보 물질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유나이티드제약, 일동제약 등 현재 NASH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사들도 향후 기술수출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NASH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는 극소수였다"며 "그러나, NASH 치료제 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제약사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이 무주공산이라는 점에서 기술수출의 잠재력은 더 크다. 파이가 큰 만큼 관심을 보이는 다국적 제약사가 많은 데다 시장 진입 문턱이 높기 때문"이라며 "국내 제약사들의 NASH 치료제 개발은 단순히 '무모한 도전'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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