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자에서 개발자로, 20년 차 안과의사의 결심
치료자에서 개발자로, 20년 차 안과의사의 결심
[인터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김태임 교수

20년간 각막 관련 주저자 논문 150편 저술

최첨단 기술 접목, 질병 예방 의료기기 개발에도 관심
  • 서정필
  • admin@hkn24.com
  • 승인 2020.11.23 0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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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김태임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김태임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흔히 안구건조증은 눈에서 눈물을 제 때 만들어내지 못해 발생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또 일반적으로 눈물이라고 하면 물 성분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지질 역시 건강한 눈물의 중요 성분 중 하나이다.

그런데 최근 눈꺼풀에 존재하는 마이봄샘의 작용기전을 규명해 안구건조증 치료의 실마리 찾은 연구결과가 나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의 주인공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김태임 교수. 국내 각막 분야의 전문가로 20년 가까이 한국인의 안구건조증의 특징에 대해 연구해 온 김태임 교수를 최근 세브란스병원 러들러 교수동 연구실에서 만났다.

 

마이봄샘 지질분비 기전 규명...안구건조증 치료 실마리 찾아

김 교수가 동료인 전익현 교수와 함께 발표한 안구건조증 관련 연구논문은 ‘인터류킨-4와 STAT6/PPARγ 신호전달체계에 의한 마이봄샘의 지질 분비 조절’이다. 

마이봄샘은 눈물로 지질(기름)을 분비해 눈물의 증발을 막고, 눈물의 표면을 매끄럽게 하며, 눈물로 피지나 외부 물질이 침입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동시에 한다.

안과질환 가운데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안구건조증도 바로 이 마이봄샘의 기능장애가 가장 흔원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마이봄샘의 기능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평소 눈건강에 관심이 많은 김 교수는 전익현 교수와 함께 즉각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인터류킨-4가 면역 반응 신호에 관여하는 STAT6 단백질과 지질 생성 관련 중요 전사인자인 PPARγ를 활성화시키고, 안구건조증 및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포함한 다양한 안구 표면 질환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이토카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안과의사로서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라도 찾아보기 위한 노력은 그렇게 시작됐다.

연구팀은 인간 유래 마이봄샘 세포에 인터류킨-4를 10일간 처리했다. 그 결과 마이봄샘 세포에서 생성되는 지질의 양이 약 50%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류킨-4 처리에 따라 STAT6 단백질이 활성화되고, 동시에 ‘PPARγ’와 ‘SREBP-1’의 발현이 증가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STAT6에 대한 억제제를 같이 처리한 결과, 인터류킨-4에 의한 지질 생성 증가 및 신호전달체계의 활성이 억제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마이봄샘의 지질 분비 이외의 지방세포는 증가하지 않았다.

김 교수팀의 지난한 노력으로 일궈낸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안과 관련 국제학술지 ‘The Ocular Surface’에 게재됐다.

학계는 마이봄샘의 지질 생성 기전을 밝힌 이번 연구가 안구건조증 치료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김 교수팀의 연구는 언론에 널리 보도되며 안구건조증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 교수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비단 이번 연구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각막 관련 연구 활동외에도 최첨단 정보통신기술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일상 속에서 스스로 눈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 1년 여 동안 잠시 진료실을 비우고 미국 현지에서 구글과 함께 일상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눈 건강 관련 의료 기기 개발에 몰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빛을 찾아준 지 20년

“본과 시절 안과 교수님께서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빛을 잃은 사람들에게 빛을 찾아주는 일도 의사가 해야 할 소중한 일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각막을 전공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백내장 수술 등 제가 하는 수술들은 바로 빛을 찾아줄 수 있거든요. 또 다른 어떤 수술보다 회복도 빠르지요.”

다른 진료과보다 안과, 안과 중에서도 각막을 전공한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수술을 잘하면 바로 시력을 회복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온 20년이었다.

김 교수가 세운 또 하나의 원칙은 “연구하는 의사가 되는 것” 이었다. 이를 반증하듯 그가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주저자로 참여한 연구만 매해 10편 남짓씩 모두 150여 편에 달한다.

 

주저자로 참여한 논문만 150여 편

어떻게 그렇게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아직도 각막과 관련해 제대로 연구되지 못한 주제가 많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교수들도 시간을 쪼개 연구에 매진한다”며 “절대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다”고 겸손해했다.

그렇게 누구보다 성실한 치료자 겸 연구자로 살던 김 교수는 2년 전 여기에 의료기기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을 더하기를 결심한다.

김 교수는 “연구 중 상당 부분이 새로운 최첨단 의료장비를 환자에게 적용한 뒤 그 결과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날인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 뿐만 아니라 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일상 속에서 눈 건강 지키는 시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안과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안과병원

김 교수는 “IT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로 일상 속에서 스스로 눈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토대가 충분하다”며 “미리 질병을 예측하고, 그 질병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인자들을 추려내 자기 병을 자기 스스로 모니터할 수 있는 디바이스 개발에 도움을 주는 것이 2020년에는 연구 논문 작성만큼 의미가 크다”고 했다.

결심은 바로 실행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8년 김 교수는 병원에 사정을 설명하고 구글 헬스케어에 직접 지원해, 지난 1년 간 의사가 아닌 연구원으로서 일하고 한 달 전 귀국했다. 

김 교수는 지난 1년간 미국에서의 연구에 대해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일상 속에 눈 건강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고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유도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고, 그래서 병으로 발달하기 전에 미리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IT 분야, 기술개발 분야에서 다양한 협업을 진행중에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자칫하면 이러한 움직임을 의사를 점점 배제하고 환자가 치료 주체가 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질병 판정과 관리는 지금처럼 계속해서 의사가 담당할 영역이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 질병 발생 이전에 질병으로의 진행을 막아 질병 발생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 “잘 완성돼 보편화될 경우 일상생활의 개선을 통해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 눈 건강을 지키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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