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코로나 19’로 일상 속 방역수칙 준수가 강조되면서 지난해까지 유행하던 주요 법정 감염병 발병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감기 등 호흡기 감염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양성 판정 건수도 대폭 줄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감염면역과 강지만 교수 연구팀(삼성서울병원 허경민·김종헌 교수팀, 길병원 정재훈 교수)은 2016년~2019년 2월부터 7월까지 질병관리청으로 신고된 법정 감염병 5종(수두, 볼거리,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증, 성홍열, 백일해)의 발생률을 국내 COVID-19가 본격화 된 2020년 2월부터 7월까지의 발생률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유행 이후 5가지 감염병은 지난 4년에 비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두의 경우, 인구 100만명당 278.01건 발생해 2016년부터 2019년의 연평균 발생건수(723.47건) 대비 38.4% 수준으로 감소했다. 수두는 2016년 5만4060건이 보고됐고, 2017년 8만92건, 2018년 9만6467건, 2019년 8만2868건이 보고됐다. 2020년에는 11월까지 2만7542건이 보고돼 눈에 띄게 줄었다.
볼거리는 인구 100만명당 2020년 111.01건으로, 2016년~2019년 189.22건에 비해 58.7% 수준으로 조사됐다.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증은 2020년 인구 100만명당 3.20건으로 2016년~2019년까지 조사된 5.56건 비해 57.6% 수준이었다.
성홍열 역시 인구 100만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6년~2019년 163.57건인데 비해 2020년 25.87건 15.8%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백일해도 2020년 1.25건으로 2016년~2019년 3.66건에 대비 34.2%로 나타났다.
이밖에 호흡기 감염의 주된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양성 검출 건수도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표본감시결과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1229.25건이었으나 2020년 39건으로 감소했다. 아데노바이러스 감염 역시 2016년~2019년(4827.50건)에 비해 2020년 914건으로 줄어들었다. 보카나 RSV, 리노바이러스 등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도 검출 건수가 급감했다.
이번 연구에 포함된 감염병들은 주로 소아에게 흔하다. 치료하면 예후는 대부분 좋지만, 일부에선 중증 합병증이 생기기도 해 안심할 수 없다. 폐렴, 뇌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수두 치료에 쓰인 2019년 기준 건강보험 비용 총액은 약 64억원, 볼거리는 약 12억원에 이른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번 연구에 포함되지 않은 감염병까지 고려하면, 감염병 발생률이 줄어들수록 공중보건 향상과 함께 상당한 사회적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예측했다.
연구를 이끈 강지만 교수는 “바이러스 검출률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국내서 '감기'로 통칭하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이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절하게 유지된다면 여러 호흡기감염병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불필요한 선별검사나 진료 등 사회경제적 비용 감소는 물론 겨울 유행하는 호흡기감염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감염병 전문학술지 ‘임상 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 IF 8.313)’ 최신호에 게재됐다. 그동안 병원단위나 지역단위를 대상으로 하거나 인플루엔자 유사 증상이나 폐렴 등 비특이적 임상 진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진행된 바 있지만, 전국 단위로 발생률 추이를 정확하게 비교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