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의 주요 특징인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의 크기와 숫자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새로운 자기공명영상(MRI)용 조영제가 개발됐다. 이번 개발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비용문제로 실행하기 힘들었던 모든 노인층을 대상으로 검사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효능도 손쉽게 평가할 수 있어 치료제 개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홍콩침례대학교(Hong Kong Baptist University) 화학과 연구팀은 MRI 검사에서 영상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사용되는 조영 증강 인자인 가돌리늄(gadolinium)을 기반으로 인체에 해를 주지 않고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할 수 있는 새로운 나노소재 조영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MRI를 통해 알츠하이머를 진단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들기도 어려운 데다가, (진단을 위해 투여한) 그 물질이 자칫 뇌에 의도치 않은 다른 부작용을 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가돌리늄 나노입자 표면에 뇌에 악영향을 주지 않고 혈액뇌장벽을 넘을 수 있는 실리카 코팅층을 붙였다. 이 코팅층에는 베타아밀로이드 검출을 위한 무독성 형광 시아닌 염료(cyanine dye)를 장착해 베타-아밀로이드 크기와 숫자를 정확히 MRI 영상을 통해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시아닌 염료는 베타-아밀로이드를 시각화하고 개량화하는 데 사용하는 유기화합물이다.
연구팀은 새롭게 개량한 가돌리늄 나노입자를 넣은 조영제를 알츠하이머 쥐에 투여한 후 기존 조영제를 넣은 대조군과 비교했다.
연구 결과 새롭게 개발한 쥐의 MRI는 자기 신호가 더 강하고 길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연구팀은 “이것은 변형된 나노입자가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성분과 결합하기 위해 혈뇌 장벽을 통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 대상 실험 결과 연구팀이 변형해 만든 가돌리늄 나노입자는 대조군에 비해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성분을 더욱 정확히 표시해 냈다.
알츠하이머병은 만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치매 환자의 60~70%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이 병에 대한 진단에는 주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이 쓰였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침습적이며 방사능이 있으며 영상 해상도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PET보다 더 널리 사용되는 MRI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요구돼 왔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았다.
연구를 이끈 홍콩침례대학교 화학과 리흥웡(Li Hung-wing)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가 개발한 조영제가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발견과 일상적인 검사에 큰 잠재력을 보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향후 알츠하이머병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잠재적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