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장애친화 산부인과'
무늬만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자체 사업이란 이유로 국비 지원 0원, 예산난에 의료장비·시설 부실
  • 이슬기
  • admin@hkn24.com
  • 승인 2020.10.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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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뇌병변 장애인 -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문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했다.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체중계에 올라갔고, 진찰실에서 치마만 벗고 검사를 진행했다. 나중에는 미리 집에서 몸무게를 측정해갔다.

#사례 2. 시각 장애인 - 분만 중 서류 동의서 항목 읽어줬지만, 내용 파악이 어려웠다. 입·퇴원 주의사항을 읽어주는 간호사가 적었다. 혈압을 측정했지만 직접 수치를 적지 못하니 헤맸고, 초음파 영상을 재생해주는 서비스 역시 터치라 이용이 어려웠다.

#사례 3. 청각 장애인 - 농아인임을 알렸지만, 초반에 주로 말로 안내를 받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결국 필담으로 대화를 나눴다. 수화 통역사 서비스는 평일 단 2시간밖에 지원되지 않아, 출산 시 통역사가 계속 동반하여 대기하기 어려웠다. (※사례출처: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 표준 개발 연구보고서, 보건복지부, 2019)

[헬스코리아뉴스 / 이슬기] 전국의 각 지자체들이 장애여성의 출산을 돕기 위해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장애여성 당사자들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에게 제출한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 표준 개발 연구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미 지자체로부터 ‘장애친화 산부인과’로 지정된 병원조차 장애여성을 위한 의료장비와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12월,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 15개 장애친화 산부인과 중 6개 병원(광주미즈피아·광주빛고을·전남미즈아이·전남강진의료원·진주고려·현대여성아동)을 대상으로 6개월간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체크리스트 결과에 따르면 특히 의료장비와 진료환경 부분에서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침대형 휠체어를 보유한 병원은 강진의료원이 유일했고, 전동식 수술대는 단 2곳(광주미즈피아·광주빛고을), 휠체어 체중계는 단 3곳(광주미즈피아·전남미즈아이·현대여성아동)에만 설치되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2020년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2020년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강선우 의원은 초선이면서 여당 의원임에도, 정부의 잘못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 국감 인기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진료환경 편의성 측면 역시 열악했다. 시·청각 장애여성에게 의료 관련 기록을 원활히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모두 갖춘 병원은 강진의료원 단 한 곳 뿐이었다. 진료 내용에 있어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고, 장애유형별로 환자의 증상을 설명하는 매뉴얼이나 방법을 사용하는 병원은 전남미즈아이가 유일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지자체 사업이라는 이유로 국비 지원을 전혀 하지 않았다. 조사대상에 들어갔던 6개 병원은 지난 4년간 지자체 예산으로만 지원을 받았는데 총액은 2억 9984만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현장점검과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별도 예산을 편성하여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8개 병원을 새로 지정할 예정인데 분만실적이 많은 상급병원 위주로 선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선우 의원은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열악한 의료장비 및 취약한 진료환경은 결국 정부 지원이 부족한 탓”이라며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및 지원의 법적 근거를 구체화하여 운영을 내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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