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수면무호흡증(sleep apnea) 환자 뇌에서도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있다는 사실이 죽은 사람들의 뇌 부검에서 직접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게 치매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과 수면무호흡증은 서로 연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실제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예컨대, 올해 초 프랑스 연구팀이 ‘미국의사협회 신경학 저널(JAMA Neurology)’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이 뚜렷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MRI나 PET 검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실제 뇌에서 플라크를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여전히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고, 독성을 가진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이 병의 발병을 판단하는 지표 정도로 여겨져 왔다. 세계 의학계가 치매를 정복하기 위해 보다 진전된 연구를 지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 대학) 연구팀이 밝혀낸 이번 연구결과도 그 중 하나다.
연구팀은 생전에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받은 사망자 24명의 뇌와 알츠하이머병을 앓다 세상을 떠난 34명의 뇌를 부검해 직접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뇌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모두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s)’와 ‘타우 단백질 엉킴(tau tangles)’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엉킴은 대뇌피질 부위에 먼저 나타났다가 해마로 이동한 뒤 나머지 피질까지 퍼지는데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서 발견된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엉킴의 위치도 정확히 대뇌피질이었다”며 “(이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사망 전 치매에 대한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 치매 전 단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판 로빈슨(Stephen Robinson) RMIT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러한 판들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수면 무호흡증을 가진 사람들의 뇌에서 같은 방식으로 시작되어 퍼지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또한 24명의 수면무호흡증 환자 중에는 심각한 치매를 앓다가 사망한 환자와 비슷한 수준의 플라크와 타우엉킴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그러면서 “뇌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에 염증의 징후와 변화 등 신경병리학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얻기 위해 이 샘플들을 계속 분석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표본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에 더 큰 규모의 연구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수면의학 관련 국제학술지 ‘슬립(Sleep)’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