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간호사제 있으나 마나”
“전문간호사제 있으나 마나”
1만5천명 배출해 놓고도 업무범위조차 없어

의료법 개정안 시행 6개월째 정부는 눈치만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0.09.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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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전문간호사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간호사는 암·중환자 등 특정 분야에 대한 3년 이상 경험과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전문성을 살린 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그런데 국회가 업무 범위를 정하도록 법까지 개정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후속 조치를 미루고 있어 제도 자체가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규정 공백 … 일부 행위 불법 간주

28일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에 따르면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시행규칙에 정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2018년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3월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법 시행일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는 업무범위를 규정한 시행규칙을 만들지 않아 전문간호사제가 ‘속빈 강정’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빨리 확정해야 전문간호사들이 법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정할 수 있는 2년6개월의 여유가 있었는데도 지금껏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전문간호사들은 전문적인 간호서비스 제공과 함께 침습적 검사(인체 내부에 기구를 넣어 하는 검사) 및 시술, 각종 도관 및 배액관(수술후 분비물과 출혈을 관찰하기위해 넣는 관) 정리, 창상 관리 등을 하고 있다.

이는 전문간호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살려 환자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구체화되지 않아 일부는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 왜 못 만들고 있나

정부는 의료법 개정에 맞춰 작년에 ‘전문간호사제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마쳤고, 의료단체들과 ‘의료인 업무범위 논의 협의체’도 구성했다. 그러나 의사단체의 반대로 ‘PA와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아예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간호협회의 주장이다. “의사만이 시행할 수 있는 진료 업무를 간호사들에게 무작정 넘기는 것은 안된다”는 의사단체의 주장에 밀려 정부가 업무 범위 구체화에 대해 손 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사 파업 당시 PA(Physician Assistant)나 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일부 진료 업무를 대행했다가, 불법 의료행위로 내몰리기도 했다. PA는 의료법에도 없는 불법직종으로, 현실에서는 부족한 의사를 대신해 의사의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 2015년 전공의의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88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전공의 업무의 일부를 PA가 떠맡게 돼 숫자가 급증했다. 반면 전문간호사는 합법적인 의료인이지만,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 업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문간호사 13개분야 1만5718명 배출

전문간호사제는 간호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1960년대 미국·캐나다 등에서 도입된 제도다. 우리나라도 1973년 ‘분야별 간호사’로 시작, 2000년 의료법에서 전문간호사로 명칭을 바꿨다. 현재 암·중환자·호스피스 등 13개 분야에 1만5718명의 전문간호사가 배출됐다. 전문간호사가 많은 분야는 가정·노인·보건·종양·중환자·마취 순이다.

[전문간호사 배출 현황] (2019년) - 자료 : 대한간호협회, 단위 : 명

가정

노인

보건

종양

중환자

마취

정신

호스피스

감염관리

응급

임상

산업

아동

15,718

6,537

2,361

2,052

930

723

640

604

582

403

315

302

160

109

전문간호사가 되려면 전문 분야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과 최근 10년 이내에 해당분야 기관에서 3년 이상 간호사 실무경력 있어야 한다.

정부가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 확정을 미루고 있지만, 일부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이미 법에 규정되어 있다.

가정 간호는 가정전문간호사만이 하고, 업무영역도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검체의 채취, 운반, 투약, 주사 또는 치료적 의료행위인 간호를 허용한다’고 규정(2010년 의료법 개정)되어 있다.

이같은 가정간호사제 도입으로 가족의 돌봄 부담이 줄었을 뿐 아니라 간호대상자의 통증, 합병증 발생률이 의미있게 감소했고, 대상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미국은 임상 전문간호사와 실무 전문간호사 등으로 구분해 석사학위 소지자에 임상 경력 등을 따져 별도의 자격을 준다. 이 때문에 평균 급여가 PA나 일반 간호사보다 훨씬 더 높다.

일본은 전문간호사를 암·정신·지역사회·노인·성인(만성)·모성 등 11개로 구분해 해당 분야 석사학위에 실무경력 5년 이상만 인정한다.

◆가정 전문간호사는 의무 배치에 별도 간호수가도 인정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에서 전문간호사 활용도가 낮아 현재 배출된 전문간호사 중 실제 활동하는 전문간호사는 적다. 보건·마취·가정·정신 등 4개 분야 전문간호사는 9641명 중 1405명(14.6%)만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심평원 2018년 자료). 이 때문에 전문간호사제 활성화를 위해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특화된 분야에서는 전문간호사 고용을 의무화하고,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를 통해 보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가정 전문간호사의 경우, 가정 간호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은 2명 이상을 고용하고 간호 수가도 별도로 계산된다.

간호협회 관계자는“중환자실, 전문병원, 감염병원 등은 전문간호사 배치를 의무화해서 의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고 환자들에게는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전문간호사들의 간호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가를 신설하거나 기존 입원료·관찰료·관리료 등에 일정 비율을 가산해 주는 수가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문적 역량을 가진 전문간호사제는 환자의 안전에 직결된다”며 “전문간호사 업무영역을 시급히 확정, 국민들에게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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