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23일 신약의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한 비대면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우리나라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여전히 낮은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는 업계와 학계, 환자단체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또는 유럽 의약품청(EMA) 등에서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보험급여가 결정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서다. 뿐만 아니라 보험급여 성공률도 상대적으로 낮아 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자 입장에서는 적절한 치료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급여개선소위 최인화 위원장은 “제약산업을 대표해 제언을 드리고자 토론회 패널로 참가했다”며 “제약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이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는 국가이지만 환자의 신약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 세계적으로 충분히 인정되고 난치성 암 환자들 사이에서 혁신적 신약으로 평가받는 품목들의 한국내 허가부터 급여 등재까지의 소요 기간이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린다는 것이다.
그는 제약사 입장에서 타 국가에 비해 낮게 책정되는 약값이 큰 부담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한국의 약가를 많은 나라에서 참조하기 시작하면서 약가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최 위원장은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신약에 대한 급여적용이 늦고, 가격도 낮아 신약을 투자할 수 있는 국가인가라는 의문이 많다”며 “한국에 대한 R&D 우선투자 및 신속등재에 대한 결정을 점점 유보하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임상약리학교실 이형기 교수 역시 국내 신약 허가 지연 문제를 꼬집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허가 신약의 급여 등재 기간은 항암제의 경우 평균 348일이 소요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757일이 소요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약 허가 기간 중 보완요청에 따른 보완 소요 기일이 심의 기간에는 반영되지 않아서다.
이 교수는 “규제기관의 인력이 충분치 않은 가운데, 새로운 인력 충원 없이 과중한 업무를 분담하고 있어서라 생각된다”며 “여기에 최근 유전자·세포 치료제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의약품이 생겨나 전문성 문제까지 부각되고 있어 제약사뿐만 아니라 규제기관 역시 심의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복지대학교 최영현 특임교수는 “항암제는 급여 등재까지 757일이 소요되며, 신약 중 44%만이 급여 적용을 받고 있다”며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발성골수종환우회 백민환 대표는 “현재 위험분담계약제(RSA) 확대와 경제성평가면제 제도로 암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과거에 비해서는 높아졌으나 아직도 많은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최경호 사무관은 “한정된 재원을 운영하는 정부 입장에서 많은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며 “환자의 신약 접근성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급여와 약가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에서의 한계를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