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쓰기장애와 플라시보
[6] 쓰기장애와 플라시보
  • 이성훈
  • 승인 2020.09.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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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성훈] 전편에서는 왼손잡이용 필기구나 필기보조도구가 플라시보라고 지적하였다. 수년 전 연재한 칼럼을 두고 ‘플라시보라고 지적한 근거가 충분치 않다’라는 질책을 받은 바가 있는 만큼, 이번 칼럼에서는 왜 이런 용품이 플라시보인지 살펴보겠다. 

 

가장 먼저 소개할 용품은, 왼손잡이가 종이를 틀어서 쓰도록 표시해놓은 깔개이다. 이는 2016년에 쓴 ‘왼손잡이는 왜 글씨를 이상하게 쓸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용품이다.

이 깔개는 위 링크된 ‘Teaching Left-Handers to Write’라는 교육지침에 근거하여 제작된 용품인데, ‘후크 스타일’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종이를 틀어서 쓰도록 하는 것이다.

 

후크 스타일(Hook style)은, 위와 같이 손목을 갈고리처럼 구부려서 글씨를 쓰는 양상의 장애를 가리킨다.
후크 스타일(Hook style)은, 위와 같이 손목을 갈고리처럼 구부려서 글씨를 쓰는 양상의 장애를 가리킨다.
종이를 비스듬히 트는 필기행태는, 익히 알려진 쓰기장애의 하나이다.
종이를 비스듬히 트는 필기행태는, 익히 알려진 쓰기장애의 하나이다.

겉보기에는 ‘후크스타일’보다는 ‘종이를 틀어서 쓰기’가 나아보일지라도 본질적으로 이 2가지는 모두 같은 양상의 쓰기장애이다. 후크 스타일은, 정상적인 필기 위치에서 손이 비스듬히 틀어지게 된다. 손이 비스듬히 틀어지면, 글자의 가로획을 ‘사획(斜劃)을 긋는 동작’으로 긋게 되므로 가로획 긋기를 회피할 수 있다.

왼손잡이에게 나타나는 쓰기장애는, 전편에서 지적했듯이 ‘가로획을 표준방향으로 그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회피하는 반응이다. 따라서 후크 스타일은, 가로획 긋기를 회피함으로서 결과적으로 이 불편함을 회피하는 양상의 장애라고 하겠다.

종이를 비스듬히 트는 필기행태도, 겉보기에만 다를 뿐이며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다. 종이를 비스듬히 틀어서 쓰면, 글자의 가로획을 ‘사획을 긋는 동작’으로 긋게 되는 것이다. 이 필기행태도, 후크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가로획 긋기를 회피하는 양상의 장애인 것이다.

따라서 종이를 비스듬히 틀도록 권장하는 지침과 깔깨는, 쓰기장애를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겉보기에만 다른 양상의 장애’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종이를 틀어서 글씨를 쓰는 경우 정상적인 필기자세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므로 해당 지침과 깔개는 ‘글씨 쓰기의 효율성 저하’를 조장한다고도 하겠다.

 

 

다음으로 살펴볼 용품은, 휘어지거나 홈을 만들어 넣은 기형(奇形) 필기구이다. 이도 앞서의 용품과 마찬가지로 쓰기장애를 조장하는 용품이다.

 

위는 배우 김수현의 필기 자세이다. 그는 ‘식지를 과도하게 구부린 자세’로 글자를 쓰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 자세도 왼손잡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쓰기장애이다.

 

 

 

쓰기장애의 양상 중 하나는 ‘식지를 과도하게 구부리는 자세’이다. 이런 자세를 취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왼손잡이는 ‘가로획을 표준방향으로 그을 때 느끼는 불편함’으로서, ‘획을 긋는 힘이 모자란 느낌’을 느낀다. ‘식지. 중지의 미는 힘’은 ‘엄지의 미는 힘’보다 약하므로, 이런 느낌을 느끼는 것이다.

전편에서 지적했듯이 식지는 장측면으로 필기구를 밀며, 중지는 배측면으로 민다. 장측면. 배측면과 같은 ‘밀기에 좋지 않은 부위’로 미는 것은, ‘획을 긋는 힘이 모자란 느낌’을 느끼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식지를 과도하게 구부리는 자세를 취하면, 식지가 ‘밀기에 좋은 부위’인 지첨면 혹은 장중면으로 민다. 따라서 자세를 취한 당사자는, 획을 긋는 힘이 어느 정도 세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 즉 불편함을 어느 정도 회피한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위는 각각 헐리우드 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제니퍼 요한슨의 모습이다. 쓰기장애의 양상 중 하나는 위와 같은 ‘약지 위에 필기구를 얹은 자세’이다. 이런 자세를 취하면, 중지가 ‘밀기에 좋은 부위’인 지첨면 혹은 장중면으로 민다. 따라서 자세를 취한 당사자는, 획을 긋는 힘이 어느 정도 세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 즉 불편함을 어느 정도 회피한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보이듯 기형 필기구와 필기보조도구는, 식지가 ‘밀기에 좋은 부위’인 장중면이나 지첨면으로 필기구를 밀기 위하여 만들어진 용품이다. 즉 쓰기장애를 조장하는 용품인 것이다.

물론 이는 의도적으로 장중면이나 지첨면으로 밀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휘거나 홈을 넣는 등의 변형을 필기구에 가하면 글씨를 쓸 때 편하게 느껴져서, 즉 획을 긋는 힘이 세져서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처럼 느껴져서 이런 용품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용품이 실제에 있어서는 ‘획을 긋는 힘’ 즉 ‘필기구를 미는 힘’을 세게 하지는 않는다. 장중면이나 지첨면으로 밀면 체감 상으로는 세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미는 힘이 오히려 약해진다.

필기구를 쥐는 세 손가락은 기본적으로 필기구를 지탱하는데, 이런 필기구나 필기보조도구를 사용하면 손가락이 필기구를 안정적으로 지탱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용품을 사용하면, ‘필기구를 미는 운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미는 힘이 오히려 약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련의 용품은 쓰기장애를 조장하며, 또한 체감 상으로만 글씨 쓰기가 편해진 것처럼 느껴질 뿐이며 실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글씨 쓰기를 저해한다.

이런 이유로 플라시보라고 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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