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투쟁사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투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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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8.2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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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년 신대륙을 침공해 아스텍 제국을 정복한 스페인군의 숫자는 불과 600명. 정복자 코르테스의 용맹과 수완이 그만큼 탁월했던 것일까, 아니면 당시 신대륙에는 없던 말과 총포로 무장한 압도적 군사력에 힘입은 것일까. 이 수수께끼와 같은 정복 전쟁의 ‘보이지 않는 손’은 다름 아닌 마마, 즉 천연두의 유행이었다. 면역력을 지닌 스페인 병사들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던 반면, 원주민들은 신대륙에 처음 상륙한 괴질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그러니 원주민들의 눈엔 스페인 병사들이야말로 ‘신의 자손’으로 보였고, 그들은 전래 종교를 버리고 기독교를 받아들였다. 천연두가 멕시코에서 남아메리카로 퍼짐에 따라 인구가 3분의 1로 줄어든 잉카 제국은 뒤이어 원정에 나선 피사로의 군대에 굴복하고 말았다.

16세기 유럽에 창궐했던 매독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당시 많은 사람은 서인도제도를 발견하고 돌아온 콜럼버스의 배에 매독균이 함께 밀항해 들어왔다고 믿었다. 참혹한 증상을 동반한 매독이 ‘신대륙의 복수’라고 불린 연유다. 하지만 근래의 생화학적 연구는 이런 가설을 부인한다. 원래부터 유럽에 있던 균이 우연히도 신대륙 발견 직후 발호했다는 것이다. 매독은 주로 유럽 귀족과 왕실에서 유행했고 몇몇 나라에선 왕조가 바뀌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배 계층에서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지 못하게 됨으로써 사회 계층 간 이동이 활발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역사상 가장 가혹한 전염병 피해는 14세기 중세 유럽을 휩쓴 페스트였다. 몽골군의 침략에 의해 유입된 이 공포의 연쇄살인범은 유럽 인구를 절반으로 줄어들게 했다. 흔히 얕잡아 보는 독감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은 제1차 세계대전 무렵 유행한 스페인 독감이 전쟁 사망자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냈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투쟁사이기도 하다. 예측하지 못한 바이러스의 출현은 인류에게 막대한 재앙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역사의 물줄기를 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인류는 재앙을 극복하면서 과학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의학이 질병을 앞서 가는 법은 없다는 사실이다. 의학이 발전하는 동안 바이러스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더구나 신종 플루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질병과의 싸움에 새로운 단계를 예고하고 있다. 어느 틈에 오만에 빠진 인류에게 겸허함을 되찾으라는 자연의 경고는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조인스닷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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