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전성운]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보급과 관련한 국제적인 협력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저드 디어(Judd Deere)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부패한 WHO와 중국의 영향을 받는 다자간 기구에 제약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새로운 백신이든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비용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결정은 지난 7월 미국이 WHO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WHO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170여 개국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접근과 이용을 위해 설립된 코백스(COVAX)에 참여해 힘을 모으고 있다. 코백스는 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공동으로 주도하고 있다.
코백스의 목표는 각 국가의 사재기를 억제하고 우선 모든 국가에서 고위험군의 예방접종에 집중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건강성과 비용절감을 가져올 수 있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코백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9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2021년 말까지 가입하는 나라 전체에 20억 회분의 공급을 확보해 납품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 정부도 지난 8월 본격 참여를 결정, 코백스를 통해 우선 확보한 물량은 약 1000만 명분이다.
WHO는 각 국가에 "코백스에 가입하면 백신 제조사와의 개별적인 거래도 이득이 있다"고 설명한다. 백신 제조사와의 협상이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에도 코백스를 통해 백신을 제공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미국의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은 거대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미 베라(Ami Bera)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근시안적이었으며 대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한 투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이기도 한 베라 의원은 "코백스 가입은 누가 먼저 백신을 개발하든 미국의 백신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간단한 조치"라며 "이런 개별적인 접근방식은 미국이 백신을 확보하지 못할 위험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세계 빈곤퇴치 운동인 '원(ONE) 캠페인'의 톰 하트(Tom Hart) 북미 담당 이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유행병 퇴치에 있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후퇴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백신으로부터 미국인들을 완전히 격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여지는 남아있다. 미국은 WHO를 비판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보건 기금을 내는 국가이며 코백스의 한 축인 GAVI의 주요 후원자이기도 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스티븐 모리슨 세계보건정책센터 소장은 "백악관이 방향을 바꿔 코백스에 합류하거나 최소한 정치적 해결책인 가비를 통해 기금을 내줄 가능성도 있다"면서 "팬데믹 와중에 WHO와 관계를 끊는 것은 자멸의 흐름을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