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병원균을 만나지 않고도 기억세포를 미리 만드는 면역세포 발생과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는 면역저하로 인한 각종 감염질환이나 악성종양 등을 극복할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
31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포항공과대학교 이유정, 김상욱 교수 및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김종경 교수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의료원과 공동으로 새로운 면역 T세포의 발달과정을 규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10여 종 이상의 다양한 아형(subtype)이 존재하는 면역 T세포는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포함한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 병원균과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최근 밝혀진 ‘선천성 T 세포’(innate T cell)는 병원균을 만나지 않은 발달 단계부터 활성화된 형태로 만들어지며 전체 T 세포의 20-30%를 차지하나 그 생성과정이나 역할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사람과 생쥐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세 가지 선천성 T세포인 ‘자연살해 T세포’(natural killer T cell), ‘감마델타 T세포’(γδ T cell), ‘MAI T세포’(mucosal-associated invariant T cell)의 발달과정을 주목했다.
그 결과 단일세포 유전체분석을 통해 서로 다른 발달체계와 기능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 세포가 사실은 각각의 전구체로부터 동일한 발달 경로를 공유하며 인터페론 감마, 인터류킨-4, 인터류킨-17 등 같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기능성 아형들로 분화하는 것을 알아냈다.
‘선천성 T세포’의 아형 구성에서는 생쥐의 경우 자연살해 T세포가 많지만, 사람에게는 MAIT 세포 또는 감마델타 T 세포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생쥐 모델에서는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하는 자연살해 T세포의 강력한 항암, 항바이러스 효능이 검증됐지만 자연살해 T세포가 매우 적은 사람에게는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유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사람에게 많은 MAI T세포 또는 감마델타 T세포가 생쥐의 자연살해 T세포에 기능적으로 상응하는 세포라는 것이 밝혀졌다”며 “향후 사람에서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하는 MAI T세포, 감마델타 T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생쥐에서처럼 항암, 항바이러스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본연구지원사업, 중견 연구지원사업,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자성기반라이프케어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8월 31일자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