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명 사망 美 '마약성 진통제' 사건 합의 될까?
수십만명 사망 美 '마약성 진통제' 사건 합의 될까?
주 정부들, 의약품 유통업체와 제약사에 31조원 규모 합의금 요구

'오피오이드' 관련 소송 2600여 건 이상…총 2조2천억 달러에 달해
  • 전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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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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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콘틴'을 비롯한 마약성 진통제의 유혹은 수십만명의 사람들을 죽음의 계곡으로 몰아넣었고, 수백 · 수천만명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옥시콘틴'을 비롯한 마약성 진통제의 유혹은 수십만명의 사람들을 죽음의 계곡으로 몰아넣었고, 수백 · 수천만명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헬스코리아뉴스 / 전성운] 수십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의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사태와 관련해 제기된 소송이 협상에 진전을 보이면서 합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현지시간 18일 복수의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오·남용 관련 소송에서 주 정부 관계자들이 주요 3개 의약품 유통업체와 제약회사에 264억 달러(약 31조3천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인 맥케슨, 아메리소스베르겐, 카디널 헬스에 211억4천만달러(약 25조원), 제약업체 존슨앤존슨(J&J)에 52억8천만달러(약 6조3천억원) 규모다.

앞서 미국의 각 주와 카운티 정부 등 지자체와 미국 원주민 부족들은 오피오이드 중독과 관련해 2600여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총 청구액은 무려 2조2천억 달러(2606조원)다. 캘리포니아나 뉴욕 같은 큰 주의 소송 청구액만 각각 1920억 달러(227조4천억원), 1650억 달러(195조4천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요구한 합의금은 그 소송들 중 하나로 지난 3월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바 있다. 이번 합의가 성공한다면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수천 건의 오피오이드 관련 소송의 해결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 "오피오이드 오·남용, 1999년 이후 45만 명 목숨 앗아가"

아편, 모르핀, 헤로인 등 마약성 진통제를 총칭하는 '오피오이드'는 뇌에 보내는 통증 신호를 차단해 심각한 고통을 겪는 환자를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중독성이 있고 호흡 저하, 메스꺼움, 혼란 등의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수술 후 환자나 암 환자가 겪는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처방된다.

미국 제약회사 퍼듀 파마는 1995년 ‘옥시콘틴’이라는 이름의 오피오이드 제품을 최초 공개하면서 “안전하고 중독성이 적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이후 북미지역에서 마약 대용으로 이용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결국 퍼듀 파마는 수천 건의 소송과 연방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으로 2019년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옥시콘틴'을 비롯한 마약성 진통제는 수십만의 사람들을 죽음의 계곡으로 몰아넣었고, 수백 수천만명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옥시콘틴'을 비롯한 마약성 진통제는 수십만의 사람들을 죽음의 계곡으로 몰아넣었고, 수백 수천만명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현지시간 17일 퍼듀 파마 파산 절차에서 공개된 서류에 따르면, 주 정부 등 원고 측은 "퍼듀 파마가 기만적인 마케팅을 사용했고, 오피오이드 처방 남용을 일으키기 위해 다른 부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퍼듀 파마가 1999년 이후 약 4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중 보건 위기에 기여했으며, 의료 및 사법 시스템에 부담을 줬다"며 1999년에서 2016년 사이 미국의 사망자 20만여 명이 오피오이드 처방과 직접 연결됐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퍼듀 파마는 주 정부들의 소송 외에도 미국 법무부 민·형사상 조치로 180억 달러(21조3천억원)의 벌금도 내야 할 상황이다. 연방 검찰은 "의사들이 의료적으로 불필요한 오피오이드 처방전을 쓰도록 불법적인 로비 행각을 벌여서 연방 의료 보험 프로그램에 거짓 청구가 이루어지게 했다"고 밝혔다.

◆ 퍼듀 파마 배후는 '새클러 가문' … 문화·학술계 지원하며 이미지 세탁

1892년 뉴욕에서 설립된 퍼듀 파마는 1952년 '새클러(Sackler)' 가문에 인수됐다. 새클러 가문은 미술계와 학계에선 자선사업 가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전시관이나 갤러리 등에 새클러의 이름이 붙은 전시관이 있거나 기부자 명단에 올라 있다. 유명 대학 등에도 새클러의 이름을 딴 연구소나 도서관이 있다.

하지만 그 돈은 새클러 가문이 '옥시콘틴'을 팔아 번 돈이다. 1996년 시판을 시작해 약 35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클러 가문은 포브스지 선정 미국 부호 19위에 올라있으며, 가족 구성원 20명의 자산은 130억달러(15조4천억원)에 달한다.

새클러 가문의 지휘 아래 퍼듀 파마는 학회를 가장해 의사들에게 여행을 시켜주고, 영업사원들에게는 처방 수량에 따라 막대한 보너스를 주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일반 개업의뿐 아니라 치과, 수련의, 간호사까지 공략했고, 도매상 리베이트, 소비자 쿠폰 공세까지 벌였다. 의학 매체에는 수백만달러 어치의 광고를 냈고, 정치인들에겐 거액의 기부금을 뿌렸다.

특히, 의약품 심사를 담당하는 미국 식품의약처(FDA)에 로비를 벌인 것이 주효했다. 미 FDA는 당초 '수술 후 단기 복용 진통제'였던 옥시콘틴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매일 장기간 치료제'로 변경 승인했다. 그리고 FDA의 담당 심의관 2명은 몇 년 뒤 퍼듀 파마의 간부가 됐다.

 

옥시콘틴은 '대박'이 났다. 시판 후 얼마 되지 않아 베스트셀러인 비아그라의 판매량을 넘어섰고, 1997년 67만 건이었던 처방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해 2002년에는 620만 건 이상, 2016년엔 1400만 건에 달했다.

그러나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이 사회문제로 급부상하면서 퍼듀 파마는 수많은 소송 및 배상 압박에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선택했다.

옥시콘틴은 20년 이상 지나서야 소송에 직면하며,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적은 액수로 합의를 이끌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퍼듀 파마를 실질 소유·지배하고 있는 새클러 가문은 자신들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합의와 배상에 사재는 한 푼도 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전 세계는 '오피오이드' 오·남용과 전쟁 중 ... 한국도 예외 아냐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옥시콘틴 이후 '펜타닐'의 대유행으로 미국의 마약 문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역시 오피오이드인 펜타닐은 극히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진통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가루 또는 패치형태로 유통되기에 휴대가 간편하고 사용도 쉽다. 강력한 효과만큼 심각한 부작용과 중독으로 사망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펜타닐 남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지난 2011년 1600여 명에서 2016년 1만8000여 명으로 5년 사이에 10배 이상 급증했고, 사망자 수는 총 3만60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펜타닐이 중국에서 대량생산돼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중 무역분쟁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정부에 펜타닐 단속을 강경하게 요구해왔지만 중국 내부에서도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근절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옥시콘틴'을 비롯한 마약성 진통제는 수십만의 사람들을 죽음의 계곡으로 몰아넣었고, 수백 수천만명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옥시콘틴'을 비롯한 마약성 진통제는 수십만의 사람들을 죽음의 계곡으로 몰아넣었고, 수백 수천만명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한국도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졸피뎀 같은 향정약물이나 프로포폴같은 마취제 오남용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분실'로 사라지는 옥시코돈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펜타닐이 쉽게 처방된다는 헛점을 이용해 마약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리나라도 무분별한 처방으로 인한 약물 중독 환자 양산을 경계해야 한다"며 "엄격한 지침을 만들어 의사들도 처방 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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