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성장 및 영양 공급 새로운 단서 찾아
태아 성장 및 영양 공급 새로운 단서 찾아
국내 연구팀, 태반 발달의 후성유전 기전 규명
  • 임도이
  • 승인 2020.08.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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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백성희-이지민-박대찬 교수, 서성룡 박사, 부경진 박사
(왼쪽부터) 백성희-이지민-박대찬 교수, 오성룡 박사, 부경진 박사

[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태아의 성장과 영양공급의 기반이 되는 태반 발생 교란을 막을 새로운 실마리가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백성희(서울대)·이지민(강원대)·박대찬(아주대) 교수 연구팀이 태반발달에 중요한 신규인자를 발견하여 초기 태아 성장 및 영양공급의 새로운 단서를 찾았다고 밝혔다.

수정란이 제대로 착상하고 발달하려면 구형의 세포덩어리인 배반포가 추후 태반이 될 외층과 배아줄기세포로 분화해야 한다. 태반의 비정상적인 발달은 태아 기형 및 불임/난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태반발생의 원리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어설명]

* 배반포 : 포유류 발생 초기에 형성되는 구형의 세포덩어리로, 안쪽에 존재하는 배아줄기세포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영양외배엽으로 구성된다. 영양외배엽이 나중에 배아와 태반을 형성한다.

* 후성유전 : 환경변화에 의해 DNA 염기서열의 변화없이 유전자 발현이 조절됨

연구팀은 배반포의 분화단계 중 태반으로 발달해 나아가는 영양외배엽에서 PHF6(피에이치에프 6) 후성유전 인자의 기능이 중요함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서 밝혔다.

초기발생단계에서 PHF6의 기능을 알아내기 위해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에서 PHF6를 없애자 배반포 형성 및 태반 발달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영양외배엽 분화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후성유전 인자와 그 조절기전은 거의 알려진 바 없었다.

PHF6는 히스톤 변형을 인지하는 후성유전인자 단백질로 연구팀은 PHF6가 DNA를 감고 있는 히스톤 단백질의 화학적 변형(아세틸기)을 인지하고 유비퀴틴 단백질을 히스톤에 추가로 결합시키는 방법을 알아냈다. PHF6에 의한 히스톤 변형이 배반포 중 영양외배엽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다시말해 DNA를 둘러싼 히스톤 단백질에 붙은 아세틸기를 감지하면(reading) 유비퀴틴을 결합시키는(writing) 방식으로, PHF6가 태반발생에 중요한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는 것을 밝힌 것이다.

대를 이어 전달되는 DNA 염기서열을 변형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통 몇 일이면 분해되고 다시 합성되는 단백질(이 경우 DNA에 결합한 히스톤 단백질)의 변형을 통해 가역적으로 발생과정을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 접근을 위한 표적으로 PHF6를 제시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지원사업, 이공학개인기초 기본연구사업, 신진연구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액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7월 31일자에 게재되었다.

 

(그림) 배반포 분화 단계에서 PHF6의 후성유전 조절 기전 설명배아줄기세포에서 배반포 계통으로의 분화단계에서, PHF6는 히스톤 단백질의 아세틸화를 인지하고 이를 통해 히스톤 유비퀴틴화에 대한 효소로 작동한다. 그 결과 배반포 분화 중 영양외배엽 계통 유전자들의 발현만을 특이적으로 유도하고, 정상적인 배반포의 분화 및 발달을 조절한다. (자료제공 : 강원대 이지민 교수)
(그림) 배반포 분화 단계에서 PHF6의 후성유전 조절 기전 설명배아줄기세포에서 배반포 계통으로의 분화단계에서, PHF6는 히스톤 단백질의 아세틸화를 인지하고 이를 통해 히스톤 유비퀴틴화에 대한 효소로 작동한다. 그 결과 배반포 분화 중 영양외배엽 계통 유전자들의 발현만을 특이적으로 유도하고, 정상적인 배반포의 분화 및 발달을 조절한다. (자료제공 : 강원대 이지민 교수)

 

[연구팀 질의 응답]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이 있나?

초기 발생 단계에서 다양한 계통으로 분화해 나가는 것이 정교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고, 이 때 후성유전 조절 기작이 매우 중요하게 알려져 있었다. 이 때 히스톤 변형 간의 상호 작용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전사 조절 메커니즘으로 보고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많이 밝혀진 바가 없었다. 한 편, 현대 사회에서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난임, 기형 출산 등의 질환들은 그 심각성에 비해 아직 정확한 기작의 문제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많이 없었다. 따라서 본 연구단은 이러한 초기 발달 단계에서의 새로운 히스톤 변형 간 상호 작용을 찾고, 이들이 발달 단계 및 이러한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연구해보고자 하였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해 소개해달라. 

히스톤 변형 간 상호작용에는 히스톤 변형 인지 인자들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위에 소개한 질환들에서 돌연변이가 알려진 히스톤 변형 인지 기능을 가진 유전자인 PHF6를 선별하였고. PHF6 결핍 돌연변이 배아 줄기 세포를 제작하여서 여러 계통으로의 분화 유도 약물 처리를 통해 비교하였다. 그 결과, 영양외배엽 계통으로의 분화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PHF6가 히스톤 아세틸화의 인지 기능과 히스톤 유비퀴틴화의 효소 기능을 가지는 것을시험관 내에서 확인하였고, 이 기능이 앞서 확인한 영양외배엽 계통 분화에서 중요한 기능을 가진다는 것을 찾아내게 되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처음에 배아체 형성 실험을 통해서 확인해 보았을 때에는, PHF6 결핍이 전반적인 배반포 계통의 유전자 발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결과로 PHF6의 역할이 특정 계통이 아니라 전반적인 분화 상황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를 각각의 계통으로만 분화를 유도할 수 있는 약물 처리를 통해서 비교 분석해 본 결과, PHF6는 영양외배엽 분화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PHF6의 분자적 기전을 증명할 때에는 PHF6가 실제로 히스톤 변형을 인지하는지, 4 종류의 히스톤 단백질 중 어떤 히스톤의 변형을 인지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는 것부터 독창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에 대한 단계적 실험 설계에 있어서 많은 시행 착오가 있었다. 또한, 유비퀴틴화에 대한 효소 활성을 확인할 때에도 아세틸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난관이 있었다. 이러한 부분들을 명확히 증명하는 방법들이 아직까지 자세히 정립된 바가 없었기 때문에, 목적이 다른 여러 실험 기법들을 다양하게 참조하고 여러 시행 착오를 거쳐서 결과를 해석하는 독창성을 발휘하여야만 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연구 결과는 배반포 분화 과정, 그 중에서도 특히 배반포 계통 운명 결정 단계인 초기 단계에서 영양외배엽 계통의 후성유전 조절에 대해서 밝혀낸 점이 첫 번째 연구 성과이다. 초기 발생 단계에서 배반포 운명 결정에 대해서는 신호 전달 체계는 어느 정도 밝혀진 바가 있었으나, 영양외배엽에서 히스톤 변형에 의한 후성유전 조절 기작은 밝혀져 있지 않았는데 본 연구를 통해서 밝혀내었다.

또한 서로 다른 두 히스톤 변형 간의 상호 작용을 찾아내었다. 히스톤 단백질의 아세틸화나 유비퀴틴화는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각각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하는 변형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 둘을 연결하는 바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PHF6의 기능이 아세틸화에 따른 유비퀴틴화에 대한 효소임을 밝혀낸 점도 새롭게 밝혀낸 사실이다. 기존의 PHF6가 포함된 유전자군은 원래 메틸화 변형을 인지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었고, 아세틸화를 인지하는 기능은 논문을 작성한 시점 기준으로 한 건 밖에 보고된 바가 없었다. 또한 이 유전자군이 유비퀴틴화 효소 활성을 가진다는 보고도 아직까지 많이 보고된 바가 없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 유전자군들 중 특정 유전자는 아세틸화 인지 기능을 가지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였고, 더해서 유비퀴틴화 효소 활성을 가지는 케이스에 대한 보고를 할 수 있었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이 있다면?

이번에 밝혀낸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배반포 분화 단계, 특히 영양외배엽 분화에서의 전사 조절 기작을 찾았다. 태반 형성과 기형 출산, 난임, 유산 등의 질환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비교적 최근에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가 이러한 질환들의 치료법에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운 히스톤 변형 간의 상호 작용과 그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인자의 기능을 규명할 수 있었다. PHF6의 새로운 기질들을 찾아낸다면, 아세틸화-의존적으로 유비퀴틴화가 일어나는 새로운 인자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연구에 사용한 방법론을 적용해 새로운 히스톤 변형 간의 상호 작용을 찾아내는 연구를 할 계획에 있다.

□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PHF6는 그 분자적 기전에 대해 아직 정립된 바가 없었고, 또 리더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하는 여러 선행 논문들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이러한 한계들 때문에 PHF6의 분자적 기전을 처음부터 찾아나갈 때에 새로운 방법들에 대한 가정과 고민을 했고 실험 설계에 있어서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다. 그렇게 고민해서 실험 설계를 해도 많은 시행 착오를 겪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행들을 통해 가정을 수정하고 실험 결과에 대해 다방면으로 해석하면서 마침내 PHF6의 분자적 기전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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