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문 공공의료기관 정체성 지켜갈 것”
“암전문 공공의료기관 정체성 지켜갈 것”
[인터뷰] 국립암센터 정유석 갑상선암센터장

올해로 건립 20주년 ... 2009년 갑상선암센터 출범

“갑상선암, 생존율 높지만 재발 흔해”

“연구경험 축적될수록 암치료 발전”
  • 서정필
  • admin@hkn24.com
  • 승인 2020.07.30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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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
정유석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의술의 발달로 많은 암이 치료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그래서 암을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는 의료진들의 땀과 헌신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00년 경기도 고양시에 문을 연 국내 유일의 암 전문 공공의료기관 국립암센터. 이곳에서도 암과의 사투는 계속되고 있다. 암 관련 연구 수행 및 지원, 암환자 진료, 암전문가 교육훈련 등 국립암센터는 암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명실상부한 암 대응 컨트롤타워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지난해 봄부터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유석 교수를 그의 진료실에서 만났다. 현장에서 직접 암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하는 그는 암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해맑은 미소로 기자를 맞이해준 그에게 국립암센터 특히, 갑상선암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 진료실까지 오는 길에 내과, 외과 등이 아니라 각 암종별 전문센터가 줄지어 있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이렇게 암종별로 센터를 특화시킨 이유가 무엇인가요?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센터)에는 제가 일하는 갑상선암센터와 함께 희귀암센터·폐암센터·간담도췌장센터·대장암센터·위암센터·유방암센터·자궁난소암센터·소아청소년기암센터·비뇨기암센터·혈액암센터 등 11개 암종별 전문 암센터가 있습니다.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해당 과에서 관련 암 진료가 이뤄지는 것과는 분류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지요. 국립암센터는 2000년 개원 당시부터 암종 별 전문센터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암 전문 의료기관인만큼 각각의 암을 중심으로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입니다.

저희 갑상선센터 안에도 갑상선내과와 갑상선외과가 있기는 하지만 암 치료를 위해 편의적으로 나눠 놓은 것입니다.

암은 환자별 특징도 다양하고 전이된다는 점도 있어서 주치의 한 명이 전담하는 것보다는 다른 전공 전문의들이 함께 치료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바로 ‘다학제 진료’지요. 최근 들어 여러 병원이 다학제 진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확산시켜 가는 추세입니다.

국립암센터는 개원했던 20년 전부터 ‘암별 전문 센터’와 ‘다학제 진료’를 병원의 DNA처럼 삼고 진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위암을 예로 들면, 보통은 내과에서 주도적으로 진료를 하고 다른 과의 조언을 얻는 방식인데요. 저희는 위암을 중심에 두고 관련된 과 전문의들이 모여 협진을 하거든요.”

 

# 국립암센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그런지, 국립암센터가 가진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자에게 갑상선암에 대해 설명하는 정유석 센터장
기자에게 갑상선암에 대해 설명하는 정유석 센터장


“개원 초기와 20년이 지난 지금을 비교해서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20년 전에는 예방, 연구, 진료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어떤 기관에 비해서도 앞서 있었습니다. ‘선도기관’이라는 말이 어울렸지요.

20년에 지난 지금은 소위 빅5를 비롯해 많은 병원에서 암 특화 진료수준이 높아지면서 진료 면에서는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암센터의 가치는 진료 능력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환자 한 명 한 명을 잘 치료하는 것은 물론, 각 암마다 국가적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은 다른 기관에서 대체할 수 없는 암센터만의 가치입니다.

바로 ‘공익성’인데요. 국립암센터는 공익적 목적으로 세워진 보건복지부 산하의 국가 기관입니다. 저희는 최대한 사익이 아닌 공익을 우선순위에 두는 진료를 하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그래서 저희 교수들도 당장 수익에 신경 쓰지 않고 연구와 진료 사이에 균형을 맞춰서 임하고 있습니다.”

 

# 선생님은 갑상선암 분야의 전문가이신데, 사람들은 갑상선암을 착한 암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암에 대한 간단한 설명부터 듣고 싶습니다.
 

“갑상선암은 보통 다른 종류의 암보다 생존율이 높고 진행도 느려 ‘착하다’는 얘길 많이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착한 암’은 없죠. 암은 결국에 암일 따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는 매우 적기 때문에 ‘착한 암’이란 얘기를 들어오긴 했지만, 갑상선암 역시도 진행할 수 있고, 전이가 될 수 있습니다. 치료 후 재발되는 경우도 꽤 있고, 이 경우는 반복적 치료로 고통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따라서 ‘착한 암’이라는 얘기가 치료 필요성이 없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지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갑상선암은 갑상선이라는 목 앞에 위치한 내분비 기관에 암이 생긴 것을 말합니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해 갑상선 내에서 증식해 크기가 커지면 겉에서 만져지는 결절을 형성합니다. 주위 조직인 기도나 식도, 신경들로 파고 들어, 자라나면 호흡곤란이나 삼킴곤란, 목소리 변화 등의 증상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다른 암에 비해 드물긴 하나, 갑상선암도 폐나 간, 뇌로 전이될 수도 있습니다.

갑상선암은 일반적인 다른 고형암과 마찬가지로 수술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치료입니다. 그리고 특이하게 다른 암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방사성요오드 치료, 갑상선자극 호르몬 억제치료도 기본 치료 수단입니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의 10년 생존율은 98%로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진단 당시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5년 무병 생존율이 56% 정도로 다른 암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다른 암들은 원격전이가 된 경우 흔히 1년 정도밖에 생존하지 못하는 데 비해 갑상선암은 원격전이가 됐어도 상대적으로 높은 생존율을 보입니다.

그런데 갑상선암은 생존율이 높은 반면, 재발이 흔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주로 주위 목림프절에서 재발이 잘 되는데, 암종의 위험 정도에 따라 20-59%에서 재발합니다. 가능하면 조기에 적절하게 잘 치료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면서 특히 재발율를 낮출 수 있습니다.”



# 갑상선암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요?

“원래 전공은 두경부외과입니다. 목과 머리 부위에 생기는 암들을 계속 진료해 왔습니다. 갑상선의 위치도 목 부위이기 때문에 두경부 부위를 진료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운명적으로 제 주업무가 되었습니다.

갑상선암은 발병율이 높고, 젊은 연령에 많이 발생하고, 예후가 매우 양호한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도 이러한 점과 환자의 요구를 잘 반영해야 하는데, 항상 쉽지는 않습니다.

환자와 같이 최선의 치료방침을 잘 선택하고 제공하는 게 이 분야에선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암센터에서 갑상선 관련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갑상선외과와 갑상선내과를 비롯해 모두 여섯 곳입니다. 이곳이 모두 협진(다학제 진료)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료과별로 설명을 한다면 ▲갑상선외과는 갑상선암의 수술 및 외과적 치료, 갑상선내과는 갑상선암의 내과적 관리, 방사성 요오드치료, 항암치료, 진행암의 표적치료, ▲영상의학과는 갑상선암의 진단, 치료 후 추적검사, ▲핵의학과는 갑상선암의 방사성요오드치료 및 핵의학적 진단검사, ▲병리과는 갑상선암의 병리 진단, ▲방사선종양학과는 진행성 갑상선암의 외부방사선치료 등 이렇게 나뉘어 있는 것이지요.”

 

# 갑상선암센터는 지난 2009년에 독립센터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립센터가 된 배경과 주요 성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2000년 암센터가 처음 세워질 때만 해도 그 심각성이나 유병률이 많이 두르러지지는 않았는데요. 200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유병 인구가 많아지면서 독립된 센터가 됐습니다.

그동안의 성과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갑상선암’의 검진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결국 제도 변화까지 이끈 것을 들 수 있습니다.”



# 그동안 갑상선암 과잉 진료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014년 7월 국립암센터에서 열린 '갑상선암 검진 어떻게 할 것인가' 포럼

“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갑상선암이 급격히 증가하고, 갑상선암의 높은 생존율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면서, 불가피하게 갑상선암의 적절한 진단 및 치료에 대한 논쟁이 사회적으로 촉발되었는데, 그게 2014년 갑상선암 과잉진료 논란이었습니다.

이 논쟁은 갑상선암에 대한 지식과 치료 원칙이 크게 변하게 된 전환점이었습니다. 논쟁 전까진 검진을 통해 조기에 갑상선암을 발견하여 일률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 원칙이었고, 그 결과 검진이 활성화될수록 갑상선암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2014년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촉발되었습니다.

이 논쟁 과정에서 국립암센터가 여러 주도적 참여를 한 바 있습니다. 2015년에 제정된 갑상선암 국가암검진 권고안에선 ‘무증상 성인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은 권고하거나 반대할만한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므로 일상적 선별검사로는 권고하지 않는다 (권고등급 I)’로 정리되어 발표된 바 있습니다.

이 계기를 통해 작은 갑상선암을 검진으로 무조건 빨리 발견해서 수술해 왔던 관행도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5년 갑상선암 발생자수는 2만5029명으로 2014년보다 19.5% 감소했고, 수술 환자는 5년 사이 42%가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갑상선암의 치료 원칙에 대한 여러 사회적, 의학적 논의는 어찌보면 불가피한 과정이었고, 현재도 역시 지속적인 변화, 발전 중이라고 생각됩니다. 변화한 진료 원칙의 결과가 검증, 축적될수록 앞으로도 계속 발전된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 사례는 공공성을 지향하는 기관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연구경험 축적과 발전된 진료를 해야하는) 병원 입장에서 보면 검사 건수가 늘어나고 수술 사례가 늘어나는 게 좋지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해서는 안 되니까요.”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 차원에서도 또 센터 차원에서도 설립 20주년을 맞는 올해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립 당시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암 전문 센터였지만 이제는 다른 실력 있는 센터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다른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저희의 존재 이유인 사회적 공공성과 국가 차원의 암 관리 청사진 제시에 더욱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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