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치료제 개발? 녹십자 투자 그 내면을 보라
[사설] 코로나 치료제 개발? 녹십자 투자 그 내면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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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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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요즘 제약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 중 하나는 GC녹십자그룹(이하 녹십자)이다. 코로나19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녹십자와 그 계열회사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녹십자 관련 주가가 상승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관련 소식이 결정적이었다. 개발 예정인 혈장치료제는 최근 임상시험용 제품 생산을 개시한 ‘GC5131A’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가공, 농축해 만든 치료제여서 부작용이 없고 효능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상용화된 동일제제 제품들과 작용 기전 및 생산 방법이 같아 개발 속도도 빠르다. 

녹십자는 중앙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이 치료제의 임상 2상(임상 1상 면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연내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를 방어할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녹십자의 혈장치료제 개발소식은 기업 가치를 단시간에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그 덕분에 녹십자와 그 관계사 주가는 요즘 52주 신고가 경신 등 이례적인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증권사가 긍정적 보고서를 내면 대다수 언론은 ‘묻지마식’ 받아쓰기를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기이한 현상도 엿볼 수 있다. 마치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그런 까닭일까. 요즘 주식시장에서는 적어도 한번쯤 녹십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뭔가에 홀린 듯 녹십자 관련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대로 투자를 계속해도 안전할까 하는 것이다.

우선 완치자에게서 기증받아 만들어내는 혈장치료제는 일반 치료제처럼 대량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필요한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완치자 1명에게서 얻는 혈장은 코로나 환자 0.3~0.5명에 쓸 수 있는 혈장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완치자의 혈장안에 들어있는 중화항체(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항체)는 완치 후 3~4개월이 지나면 그 농도가 급속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혈장도 덩달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치료제란 백신이 개발되면 그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다. 현재 전세계 수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하고 아스트라제네카가 시험 생산한 코로나19 백신은 세계 최대 규모 임상 결과, 투약자 전원에서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항체가 발견됐다. 항체의 양은 회복기 코로나19 환자와 비슷했다. 항체뿐 아니라 바이러스에 즉시 대응하는 면역세포도 100%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백신의 접종은 내년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도 녹십자 관련 주가의 상승세가 지속됐던 것은 이 회사가 발표한 해외 혈액제제 사업 매각 소식도 한 몫을 했다.

녹십자는 20일 혈액제제 북미 생산 법인인 GCBT와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인 GCAM의 지분 전량을 스페인 혈액제제 회사인 그리폴스(Grifols)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은 우리 돈 약 5520억 원 규모다.

증권사와 언론들은 이 소식을 두고도 연일 호들갑을 떨었다. 증권사가 자료를 내면 언론이 받아쓰는 보도행태 역시 바뀌지 않았다. 혈장치료제 개발 소식 때와 꼭 닮았다. 마치 증권사의 바람잡이에 언론이 쌍수 들어 환영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과연 5000억이 넘는 거액이 그대로 녹십자에 유입되는지, 그 가치적 측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녹십자그룹은 매각대금의 일부분만 확보할 뿐이다. 인정받은 기업가치에서 차입금을 정리한 금액이다.

증권업계의 한 연구원은 “이번 거래로 녹십자에 유입되는 현금이 1억1200만 달러(한화 약 1340억 원)가 될 것으로 예상” 했지만, 실제로는 이것도 안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또 하나는 녹십자측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 혈액제제 사업을 코로나19라는 거센 풍랑을 만나, 스스로 접었다는 사실이다.

녹십자측은 이를 두고 “사업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전인수식 해석에 불과하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위치한 GCBT는 연간 생산능력 100만L 규모의 혈액제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GC녹십자는 2015년 6월 이 공장을 착공해 2년 뒤인 2017년 10월 준공했다.

당시만 해도 이 공장은 국내 기업이 북미에 세운 첫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로 큰 기대를 모았다. 이는 녹십자가 혈액제제 사업에 대해 그만큼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 투자 규모만도 2억5000만 캐나다 달러(한화 약 2200억원)에 이른다.

녹십자는 캐나다 공장에 대해 '글로벌 녹십자'를 향한 사실상 첫 단추라고 자평했다.

김영호 GCBT 대표는 공장 착공 당시 “녹십자 글로벌 사업에 주춧돌이며 이 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과 중국 등에도 수출될 것”이라며 “향후 북미 시장에서만 연간 3000억 원 규모의 혈액제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장 준공 당시에도 “GCBT 공장은 캐나다 내 유일한 필수 혈액제제 생산시설이기 때문에 본격 가동 시 시장에서 차별적인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며 “현지 환자가 안정적으로 필수 혈액제제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는 점 또한 굉장히 가치 있는 부분”이라고 추켜 세웠다.

그런 녹십자가 스스로 사업을 접었다.  

사실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은 본격적인 가동을 하기도 전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인증 등의 절차가 늦어지면서 제품 생산과 수출 등 계획했던 일정들이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캐나다 공장 건립 작업이 현지 주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추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셈이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당초 계획했던 GCBT의 자립계획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해버렸다.

이런 사정을 보면 녹십자의 이번 해외 혈액제제 부문 매각 소식은 주력 사업의 실패로 볼 일이지, “불확실성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로 포장할 일은 아닌 것이다. 녹십자가 그동안 해외 혈액제제 사업에 대해 지나치게 과대포장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증권사와 언론은 연일 녹십자를 띄우는데 여념이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망설이다가 대어를 놓치는 것 아닌가” 하는 조급증마저 불러일으킨다.   

주식투자, 특히 정보에 취약한 개미들이 특정 종목에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유념해야할 대목이 있다. 증권사가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자료나 언론의 용비어천가식 보도는 절대 믿지 말라는 것이다.

모두가 공유하는 정보는 이미 그 가치가 퇴색됐을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등 ‘선수’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녹십자가 추구했던 글로벌 기업 도약이라는 꿈이 그만큼 멀어졌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가 녹십자에 웃음을 안겼지만, 오랜 기간 공들인 해외 혈액제제 공장을 통째로 넘겨준 것은 분명 뼈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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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 2020-07-21 21:45:11
정직하고 용감한 기사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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