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약품의 R&D 유전자
[기자수첩] 한미약품의 R&D 유전자
  • 이순호
  • 승인 2020.07.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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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수차례 권리 반환의 아픔을 겪고도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어지간한 제약사라면 외적·내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신약 개발 의지가 꺾일 만 한데, 한미약품은 오히려 다국적 제약사들에 보란 듯이 자사의 실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연결기준 R&D 비용은 2098억원에 달한다. 매출액 대비 비중은 18.8%로, 전년(19%)보다 0.2%p 감소했으나, 금액은 169억원 늘었다. 국내사 중 처음으로 조단위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한 지난 2015년보다도 200억원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당시 한미약품의 R&D 비용은 1872억원이었다. 

베링거인겔하임, 자이랩, 일라이릴리, 얀센 등에 기술수출했던 신약후보 물질의 계약해지가 잇따른 가운데서도 R&D 투자를 멈추지 않는 한미약품의 저력은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낸 유전자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최근에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업계 안팎의 기대감도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미국 FDA에 자사가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의 시판허가를 신청했다. 회사 측은 올해 말께 현지 시판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자사가 개발 중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 혁신신약 후보물질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HM15211)에 대해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패스트트랙은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질환에 우수한 효능을 보이는 신약을 신속하게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개발 단계마다 FDA의 도움을 받는다.

이 신약후보 물질은 앞서 지난 3월 FDA로부터 ▲원발 경화성 담관염 ▲원발 담즙성 담관염 등 2가지 적응증에 대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지난달에는 단장증후군 치료 바이오신약인 '랩스 GLP-2 아날로그'(HM15912)와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 바이오신약 '랩스 글루카곤 아날로그'가 FDA로부터 희귀 소아질병 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한 혈관육종 치료제 '오락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FLT3'(HM43239) 등이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는 등 한미약품의 미국 시장 공략은 지칠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상징성이 큰 회사다. 대부분 제약사가 제네릭 사업을 고수할 때 신약 개발을 고집했고, 이는 수조원대 기술수출로 이어졌다. 

비록, 기술수출 한 신약후보 물질 중 일부의 권리가 반환됐으나, 이는 대부분 약물의 문제가 아닌 거래 상대 회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얼마든지 재도약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실패', '물거품' 등으로 평가절하하고 있으나, 이는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과 신약 개발의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무지'(無知)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제약사들은 잘 골라 놓은 신약후보 물질 10개 중 1개만 잘 돼도 대박으로 평가한다. 신약 개발 및 상업화의 난이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그런데 한미약품은 현재 30여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기술수출에 성공해 현재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물론, 자체적으로 해외 임상을 진행 중인 약물도 여럿이다.

소위 잘나가는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10개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한미약품의 저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 이후 국내 제약업계에는 신약 개발 '붐'이 일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현재 많은 제약사가 자사가 개발한 신약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그 선두에는 한미약품이 서 있다. 국내 제약사들로 국가대표팀을 꾸린다면 한미약품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국가대표의 성과는 나라의 위상과 직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미약품의 선전은 한국 제약산업의 위상 제고로 이어지고, 이는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늘려감으로서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한미약품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과거 한국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라고 발언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월드컵 예선전에서 상대 팀과 비긴 뒤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싸이월드 미니홈피 사이트를 통해 자기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일반인들이 경기장 밖에서 보는 것과 실제 경기장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발언은 당시 도덕성 논란이 일었으나, 축구 선수들과 진성 축구팬들에게는 큰 공감을 얻었다. 실제 국내 유명 축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축구선수 명언 중 제일 와닿는 명언' 가운데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도전을 깎아내리는 이들에게 비슷한 말을 전해주고 싶다.

"답답하면 니들이 신약 개발 해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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