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약계 7개 단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중단 촉구
범의약계 7개 단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중단 촉구
  • 전성운
  • admin@hkn24.com
  • 승인 2020.07.17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첩약 급여화 반대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헬스코리아뉴스 / 전성운] 의약계 7개 단체는 17일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 정부의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중단을 강력 촉구했다.

이달 말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의학회, 대한약학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의대의전원협회로 구성된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과학적 검증 없고 원칙 무시된 첩약 급여화는 국민 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범대위는 “첩약 급여화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고, 정부와 국회 관계자, 건정심 위원 등을 만나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해나갈 계획”이라며 “보건복지부장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에게도 면담 요구 공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계, 병원계, 의학계, 약업계가 한방의료행위 전반에 대한 검증을 통한 과학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며 “위원회를 상설화해 장기 운영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기자회견 전문이다.

 

과학적 검증 없는 첩약 급여화 반대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

현재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취지 하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방 첩약의 급여화는 첩약 자체의 과학적 근거 부족, 그리고 급여화 과정에서의 원칙의 무시라는 두 가지 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3개 단체가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며 시범사업 추진 중단을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현재 이번달 말로 예정된 건정심 본회의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의협과 병협, 약사회뿐만 아니라 의학계를 대표하는 대한의학회, 그리고 의학계 석학 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다섯 개의 전문가 단체는 과학적 검증이 없고 급여화에 대한 원칙도 무시된 첩약 급여화 반대에 뜻을 모아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의학의 한 분야인 약리학은 어떤 물질이 생물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작용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약리학 교과서의 서문에 흔하게 인용되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약은 독이다"라는 말입니다.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물질이라 하더라도 부작용이나 독성이 반드시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그 유익함이 위험을 상회하는 경우에 한하여 주의하고 또 주의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의 사용은 객관적인 효과는 물론, 부작용이나 독성에 대한 연구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함께 전제되어야 합니다.

2020년은 올해는 그야말로 코로나19의 한 해라고 할 만 합니다. 여전히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 현대 사회가 의약품을 다루는 시각과 방식을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항바이러스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바탕하여 임상시험에 돌입했던 후보 약물들이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이어 좌절하고 있습니다. 이미 과학적 검증을 거쳐 다른 질병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감염병에 대하여 효과가 있는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면 치료제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대의학의 핵심원리인 근거기반의학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와 달리, 한방 첩약은 그 효과와 안전에 대한 어떠한 공인된 검증이나 확인 없이, 한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도록 우리나라 약사법에서는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단지 과거부터 오랫동안 사용해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그 안전성과 유효성이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는 것이 한의계의 오랜 주장이며 정부 역시 이에 동조하고 상황입니다.

사실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모든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대전제는 제품의 품질, 즉 규격이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성분이 모든 제품에 일정한 양만큼 존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첩약은 원료의약품인 한약재를 임의 조제한 복합제이므로 품질과 규격의 확립될 수 없습니다. 첩약의 처방 자체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첩약의 검증을 위해서는 먼저, 처방과 원료, 제조법이 표준화되어야 합니다. 그 후에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규격을 전제로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과 효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매우 어렵고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며 오랜 시간이 걸릴수 밖에 없습니다. 이 지난한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전통의술인 한방이 한의학으로서, 의과학의 한 분야로서 인정받을 수 있으며 그것이 한의약을 발전시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과학화의 과정을 포기하고 한방의 특성을 내세워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회피하고 다른 의약품과는 다른 기준을 통해 특례를 인정하는 식의 이러한 정책은 한의약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의약 발전을 저해하고 방해나는 것입니다. 또한, 국가가 허용한 것은 당연히 엄격한 심사의 과정을 거쳤으리라 믿는 다수의 국민을 속이고 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과학적 검증 없는 첩약 급여화에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반대의 이유는 바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의 절차적 문제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법 하위법령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제1조의2(요양급여 대상의 여부 결정에 관한 원칙)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은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하여 요양급여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검증 없이 타당성이나 효과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백번 양보하여 한의계와 정부의 주장대로 첩약의 효과와 안전성이 오랜 기간의 사용으로 검증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법에 명시된 여러 기준을 고려하여 급여 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과연 한방 첩약에 어떤 의료적 중대성이 있겠습니까. 첩약이 아니면 도저히 치료할 방법이 없는 그런 질환이 존재합니까. 동일한 질환에 대하여 이미 현대의학적으로 행하여 지고 있는 진단과 치료와 비교하여 어떤 우위가 있습니까. 비용효과의 측면에서 어떤 이점이 있는지 연구해본적이 있습니까.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가속화되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건강보험재정의 부담은 더욱 커져가고 있으며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으로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급여의 적용은 더욱 엄격하게 그 대상을 선정해야 하며 많은 의료행위 가운데에서도 어느 것이 더 가입자에게 필요한 것인지, 그 우선순위를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첩약 범대위에 참여한 5개 단체는 이러한 이유에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첩약 급여화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힙니다. 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중단을 함께 촉구합니다.

과학적 검증이 없는, 급여화 원칙이 무시된 첩약 급여화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게 될 것입니다. 또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비과학적 의료 행태를 조장하게 될 것입니다. 한의약을 진흥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방이 과학화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과거에 머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지난 반년, 코로나19 위기에서 보건의료인들의 노고를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스스로를 갈아 넣는 헌신 속에서 133명의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확진자가 폭증하는 대구경북에서는 의연하게 맡은바 소임을 충실이 이행하며 자리를 지키던 의사가 코로나19로 사망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약사들은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마스크를 공급하며 불안해 하는 시민들의 불만을 받아내는 전쟁 같은 수개월을 견뎌냈습니다. 당장 급한 불은 껐다지만 여전히 제2의 유행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의사와 약사, 보건의료인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의료기관과 약국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예고된 제2의 유행에 대비하기 위하여 온 힘을 모아야 할 의료계와 약업계, 의사와 약사들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만큼 첩약 급여화의 문제점에 있어서 만큼은 보건의료 직역간에도 이견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정책의 원칙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보건의료인들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는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범의약계의 여러 합리적인 이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도, 당장 시급한 것도 아닌 첩약 급여화에 대하여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시행 의지를 갖는 것을 좀 처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의료계, 병원계, 의학계, 약업계가 이처럼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늘 출범을 시작으로 첩약 급여화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은 물론, 정책 추진과 관련된 정부와 국회 관계자와 건정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가입자 단체 및 공익 위원 등을 만나 우리의 뜻을 전달하고 설득해 나갈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0. 7. 17.

과학적 검증 없는 첩약 급여화 반대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