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유선암에 걸린 개의 유전자변이 지도가 나왔다. 개의 유전정보는 이미 15년 전 해독됐지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전체 유전체를 대상으로 유전자변이 지도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려견이 있는 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 유전자변이 지도는 암에 걸린 반려견에 대한 적극적 치료의 토대가 되는 것은 물론 비교의학적 분석을 통해 사람의 암을 더 잘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상우 교수가 주축이된 연세대-가톨릭 의대, 건국대 수의대, 광주과학기술원 공동 연구팀은 개의 암 유전자변이 패턴을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사람의 경우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변이가 대부분 밝혀져, 환자 각각이 가진 특징적인 유전변이를 토대로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가 이미 실현 중이다. 반면 개의 경우 사람과 유사한 모양과 과정으로 암이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암을 일으키는 유전변이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건국대학교(서정향 교수·공동저자) 연구팀에서 확보한 국내 유선암 발병견 191마리와 그 종양시료를 대상으로 종양 유전체 정보를 읽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연세대학교(김상우 교수·교신저자), 가톨릭의대(김태민 교수·제 1저자) 및 광주과학기술원(남호정 교수·공동저자) 연구진들이 유전변이와 유전자 발현을 분석, 유전자 변이지도를 완성했다.
나아가 유선암에 걸린 개의 유전자 변이지도와 유방암에서 변이가 나타나는 주요 유전자(PIK3CA, PTEN, TP53, BRCA)를 비교한 결과 같은 유전자들 내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빈도로 변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같은 유선암이지만 유전자 발현의 정도에 따라 더 예후가 좋지 않은 아형(subtype)이 존재하며, 이는 사람 종양에서 알려진 아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김상우 교수는 “개 암의 사람의 암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비슷한 지도를 보여 놀라웠다”며 “현재 사람에게 사용되는 표적항암제 등 차세대항암제를 동물암 치료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반려견의 치료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같은 결과는 반려동물을 위한 정밀의료의 빠른 도입이 가능해질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7월 17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