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연세암병원 간암센터가 방사선 치료와 항암약물 투여를 병행할 경우 수술이 힘든 ‘진행성 간암’의 생존율을 높이고 일부 환자의 경우 간 절제 및 간 이식까지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방사선·항암약물 병행 치료 후 표적치료제까지 사용한 경우 환자 절반 이상에서 암세포가 30% 이상 줄어드는 결과도 확인했다.
지금까지 진행성 간암의 표준치료 방법은 근본적 치료가 아니라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한 ‘완화적 치료’였다. 진료 현장에서는 이들 환자에게 표적치료제인 소라페닙(sorafenib)이 주로 권고되고 있으나 실제 생존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2~3개월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표적치료제의 특성상 종양이 치료제에 반응해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라페닙의 경우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정도가 약 3% 정도다. 종양 자체가 줄어들지 않으면 이후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며, 생존 기간을 추가로 늘리기도 어렵다. 따라서 종양 크기가 축소돼야 종양을 수술로 절제하거나, 간 이식을 통해 장기간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연구팀(소화기내과 김범경·김도영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성진실 교수)은 진행성 간암 환자 47명을 대상으로 방사선-간동맥항암화학 병용요법(LD-CCRT)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들 환자는 진행성 간암 환자 중에서도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간문맥(간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침범이 있거나 ▲높은 종양표지자 수치로 인해 항암치료만으로는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일 것으로 생각되는 중증 환자들로 구성됐다.
방사선-간동맥항암화학 병용요법(LD-CCRT)은 간동맥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다. 방사선 효과를 증진해 종양축소 효과를 높이고, 동시에 간 내 전이를 억제한다. 또한, 간동맥으로 항암제를 주입해, 오심, 구토, 식은땀, 어지럼, 호흡곤란 등 항암제 전신독성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시험 결과 방사선-간동맥항암화학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해, 한 달이 지난 후, 종양 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환자(종양 반응을 보인 환자)는 44.7%였다.
이후 47명 중 34명은 표적치료제인 ‘소라페닙’으로 유지 치료를 받았다. 종양 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환자는 53.2%로 방사선-간동맥항암화학 병용요법만 실시했을 때보다 약 8.5%의 환자가 추가로 호전됐다.
특히, 전체 47명 중 9명(19.1%)은 치료 후 병기가 낮아져 완치를 위한 간 절제술 또는 간 이식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진행성 간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약 12개월인 것에 비해, 실험군 47명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24.6개월로 늘어났다.(왼쪽 그림 참조)
특히, 간문맥에 암세포 침범이 있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13개월로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이 환자들의 생존 기간은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보존적 치료를 받았을 때 2~4개월 ▲소라페닙으로 치료를 받은 경우 6~8개월이다.
전체 47명 환자 중 부작용은 설사(36.2%), 항암치료 후 손과 발이 붓고 저리거나, 감각이 이상해지면서 붉어지고, 가려워지는 수족증후군(34%)이었으며, 증상 개선을 위한 대증적 치료로 부작용은 효과적으로 관리됐다.
논문 제1저자인 김범경 교수는 “진행성 간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우수한 치료 결과를 얻었다”며 “이번 방법이 진행성 간암 환자에서 우수한 생존율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사선종양학과 성진실 교수는 “방사선-간동맥항암화학 병용요법은 적합한 환자를 잘 선별할 소화기내과 의사가 중심이 되어, 방사선종양학과, 항암제 투입 도관을 잘 넣을 수 있는 영상의학과가 모두 있어야 가능하다”라며 “실제 임상에서 이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LD-CCRT를 적용하고, 이후 수술 또는 이식까지 가서 완치를 경험하는 환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