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對 메디톡스 "누굴 위한 싸움인가?"
대웅제약 對 메디톡스 "누굴 위한 싸움인가?"
"승자없는 전쟁 ... 보툴리눔 톡신 시장 최대 강자 엘러간 어부지리"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07.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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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분쟁의 불씨가 된 대웅제약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이번 분쟁의 불씨가 된 대웅제약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균주 출처를 두고 수년간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소송에서 패배하는 쪽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그만큼 양사간에는 깊은 ‘갈등의 골’이 파여 있다.  

현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회사는 메디톡스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유리한 예비 판결을 받아내며, 미국뿐 아니라 국내 소송에서도 대웅제약을 크게 압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회사의 주력 보툴리눔톡신 제제 3개 품목이 식약처로부터 허가 취소 결정을 받은 상황이어서, 이번 균주 전쟁이 양사에 상처만 남긴채 ‘승자 없는 전쟁’으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이라도 양사가 앙금을 풀고 대화 테이블에 앉아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웅제약,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
에볼루스 손해배상 청구 시 걷잡을 수 없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현재 국내 민·형사 소송, 미국 ITC 소송 등 최소 3건 이상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메디톡스가 ITC 소송 이후 손해배상 소송 등을 추가한다는 방침이어서 두 회사의 소송전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양사는 이미 보툴리눔 균주 소송에만 수백억원대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210억원을 지출한 데 이어 올 1분기엔 137억원을 추가로 지출했으며, 메디톡스는 지난해 178억원, 올 1분기 100억원을 소송비로 사용했다.

양사는 현재까지 소송 비용을 따로 지출한 상태이지만, 소송이 끝나면 '패소자 소송비용 부담 원칙'에 따라 패소한 측이 상대방의 소송비용 중 상당 금액을 떠안아야 한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미국 또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자사가 패소할 경우, 상급심에 올라가 다툼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소송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그런가운데 대웅제약은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예비판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ITC 행정판사는 이번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10년 동안 '나보타'의 수입 금지명령을 내리도록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구속력은 없으나 ICT 위원회의 최종 판결 때 참고가 된다. ITC 최종 판결은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다. 

ITC의 예비판결로 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 대웅제약은 매우 난처한 상황이 됐다. ITC 소송 결과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데, 만약 ITC 소송 결과가 이대로 확정되면 대웅제약은 파트너사인 미국의 에볼루스측에도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해줘야한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 2013년 9월 에볼루스측과 '(나보타) 라이센스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 내용에는 "대웅제약은 다음 사항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해배상 청구(any and all Claims)에 대해 에볼루스와 그 임직원, 대리인들에게 배상하고(indemnify), 보호(defend) 등을 해야 한다"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웅제약 측에 고의적인 위법행위(willful misconduct) 또는 중대한 과실이나 태만 행위가 있을 경우 에볼루스가 손해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대웅제약이 제3자의 지적재산권 등을 침해(infringes) 또는 도용(misappropriates)한 경우도 손해배상 사유가 된다.

미국의 경우, 국내와는 손해배상액 책정 방식이 다르다. 법원이 실제 발생한 손해액의 범위로 배상액을 한정하는 국내와 달리, 미국은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액이 인정되는 사례가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ITC에서 대웅제약의 패소가 확정될 경우, 에볼루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고의적으로(Intentionally), 악의적으로(Maliciously), 또는 매우 무모한(Grossly Reckless)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라고 인정될 경우 적용되는데 일반적인 보상적 손해배상에 비해 배상해야하는 금액이 훨씬 많다.

대웅제약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1134억원, 영업이익은 447억원이었다. ITC 소송에서 패소하게 될 경우, 대웅제약은 수년치 영업이익이 소송비용과 손해배상액으로 증발하게 될 뿐 아니라, '나보타'의 미국 진출에 쏟아부은 돈도 회수할 수 없게 된다.

 

ITC 예비판결에도 웃을 수 없는 메디톡스
'메디톡신' 풍전등화 … '이노톡스'도 안심 못해

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메디톡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허가 및 생산 과정에서 무허가 원료를 사용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아 정현호 대표를 비롯, 회사의 공장장 등이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력 제품인 '메디톡신'의 허가 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스의 서류 조작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이 회사의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메디톡신주' 50·100·150단위 3개 품목의 허가를 지난달 25일자로 취소했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을 생산하면서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 ▲원액 및 제품의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 적합한 것으로 허위로 기재했으며 ▲조작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해당 의약품을 시중에 판매했다는 것이 이번 허가 취소의 배경이다.

'메디톡신'은 메디톡스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 2059억원 중 869억원을 '메디톡신'에서 벌어들였다. 50·100·150·200 단위 등 총 4개 용량의 제품이 있는데, 200단위 제품만 허가 취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200단위는 미용성형이 아닌 치료용 목적으로 주로 사용돼 매출이 크지 않다. '메디톡신' 매출의 대부분은 50·100·150단위 등 3개 용량 제품에서 나오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100단위 제품의 매출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허가취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소를 제기한 상태다.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전지방법원에 식약처의 허가취소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회사 측은 상급심에서 더 다퉈본다는 계획이지만, 상급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의 허가가 취소된 채 본안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당연히 제품의 제조 및 판매는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이번 허가 취소 대상에서 제외됐던 '메디톡신' 200단위와 메디톡스의 또 다른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이노톡스'의 허가 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메디톡스의 위법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공익신고인은 최근 '메디톡신'의 허가 및 생산과정에서 있었던 메디톡스의 자료조작 등의 위법행위 중 검찰이 공소시효 완성 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은 사실에 대한 관계기관의 조사와, '이노톡스'의 허가 과정에서 있었던 자료조작 등의 위법행위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요청하는 추가 공익신고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공익신고인 측은 "'메디톡신'에 관한 위법은 지난 2012~2015년 사이의 생산 과정에 국한된 것이 아닌 허위의 허가자료 제출부터 시작해 이후의 국가출하승인 자료의 조작에까지 이어졌다"며 "이러한 위법은 '이노톡스'에도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에 "메디톡스의 행위가 생화학무기법 위반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는 공익신고인 측이 주장하는 일련의 위법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청주지방법원은 지난 10일 형사1단독 남성우 부장판사의 심리로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대표는 2012년 말부터 2015년 중순까지 무허가 원액으로 보톡스 제품을 생산, 원액 정보를 조작해 모두 83회에 걸쳐 국가출하승인을 받은 혐의다. 승인 수량은 39만4274바이알(병)에 달한다.

검찰은 정 대표의 지시에 따라 공장장이 제조판매 품목 허가내용과 식약처가 정한 원액 역가 허용기준을 위반해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정 대표 측 변호인은 "정 대표가 공장장 A씨 등에게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공모관계에 있지 않다"고 주장, 약사법 위반 처벌 조항과 공소시효 만료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공장장 A씨는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타협이 가능한 시기를 일찌감치 넘어섰다. 지금은 속된 말로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며 "문제는 최악의 경우,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사 모두 타격을 입게 될 경우, 현재 보툴리눔톡신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엘러간(애브비 인수)에 도움을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피해로 빠르게 분쟁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엘러간은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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