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사람의 수명이 다하는 과정에서 가장 늦게까지 유지되는 감각기관은 ‘청력’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연구팀은 밴쿠버 소재 존 호스피스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 18명에게 일정 소리를 들려준 뒤, 의식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뇌파를 뇌파기록장치(electroencephalograph, EEG)를 통해 기록했다. 연구팀은 대조군인 건강한 이들에게도 같은 소리를 들려준 뒤 EEG로 기록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환자들의 청력은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서도 젊고 건강한 대조군과 비슷하게 반응했다.
연구팀은 “자연사의 경우 죽음 몇 시간 전부터는 보통 다른 어떠한 자극에도 뇌가 반응하지 않은 시기로 돌입한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뇌가 죽음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도 소리에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존 호스피스 병원에서 30년 동안 환자들의 생애 마지막을 함께 해 온 로메인 갤러거(Romayne Gallagher) 박사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갤러거 박사는 “많은 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며,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 환자보다는 마지막까지 가족들의 따뜻한 말을 들었던 환자들이 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다른 의료진들도 함께 받은 느낌”이라며 “이 느낌이 주관적인 것인지 아니면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 브리티시 콜롬비아대 교수들에게 합동 연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엘리자베스 블런든(Elizabeth Blundon) 브리티스콜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뇌가 청각 자극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하지만 아직 그들이 (그 소리를) 기억하는지, 목소리를 식별하는지, 아니면 언어를 이해하고 있는지 정확한 증거는 없다. 앞으로 이 의문에 대해서도 계속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애 말기 청력 보전에 대한 전기생리학적 증거(Electrophysiological evidence of preserved hearing at the end of life)’라는 제목으로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