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인 안지오텐신(Angiotensin)과 관련한 고혈압 약인 안지오텐신수용억제제(ACE-i)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가 대장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홍콩에서 나왔다. 이번 연구는 대장암 예방과 고혈압 약과의 관계를 밝힌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안지오텐신은 동맥을 좁아지게 해 혈압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ACE-i과 ARB는 안지오텐신 수용을 직접 억제하거나 안지오텐신의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혈압이 높아지는 것을 막는다.
홍콩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홍콩의 성인 18만7897명에 대한 건강기록을 분석해 고혈압 약 복용과 대장암 발병비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ACE-i 또는 ARB를 복용한 사람은 복용 후 3년 동안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22% 낮았으며 특히 55세 이상의 환자와 대장 용종이 발병했던 적이 있는 환자에서 그 효과가 더 컸다.
연구팀은 “복용 후 3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ACE-i 또는 ARB를 복용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의 대장암 발병 확률에 차이가 없어 이 고혈압약들의 대장암 예방 효능은 3년 동안 이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와이 케이 룽(Wai K. Lung) 홍콩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현재 ACE-i와 ARB는 고혈압을 비롯해 심부전증이나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주로 복용하고 있다”며 “이번연구를 통해 이 약들이 대장암 위험을 감소하는 데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번 결과를 통해 50대 이상 고혈압 환자들에게 다른 약이 아닌 ACE-i와 ARB할 처방할 이유가 하나 추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룽 교수는 “암 발생과 ACE-i과 ARB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왔지만 앞선 연구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환자에 대한 단기 추적 연구이기 때문에 연구결과에 의문부호가 달렸었다”며 “이번 연구는 방대한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 긴 시간(8년) 동안의 추적연구라는 점에서 과거 연구와는 다른 가치를 갖는다”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미국 심장학회에서 펴내는 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