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폐이식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세계에서는 9번째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112일간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환자의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몸에 투입하는 의료장비) 치료를 받은 코로나19 감염 50대 여성 환자의 폐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환자는 현재 산소를 들이마시면서 자발호흡을 하고 있으며, 앉아서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호흡근 운동과 사이클을 통한 침상 재활운동을 통해 걸을 준비도 하고 있다. 보행이 가능해지면 일상생활 복귀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 환자가 병원으로 옮겨진 것은 지난 2월 29일. 당시 의식은 있었지만 산소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산소농도가 88% 이하로 떨어져 응급중환자실 음압격리실에 입원했다. 입원 3시간 만에 기도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달았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환자는 인공호흡기 착용 후에도 혈압과 산소농도가 호전되지 않고 숨을 쉬기 어려워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chloroquine)’과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Kaletra)’로 초기 치료를 시작했다. 항염증작용을 위해 스테로이드도 사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해 에크모로 폐 기능을 대신해야 했다.
환자는 입원 2개월 뒤 코로나19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폐 기능은 이미 심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흉부CT 검사에서 양측 폐에 광범위한 침윤 소견이 나왔고, 폐섬유화 속도도 상당히 빨랐다. 에크모를 떼는 순간 환자의 사망 위험이 높아 병원 측은 폐 이식을 결정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의료진은 지난달 20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인 21일 새벽 2시까지 11시간 동안 수술을 진행다. 중간 휴식시간을 제외한 실제 수술시간만 8시간에 달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에크모센터장을 맡고 있는 흉부외과 김형수 교수는 "코로나19 환자 중 국내에서 최고의 중증치료 사례였으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폐를 떼어낼 때 건강한 폐와 다르게 크기도 작게 수축됐고 마치 돌덩이처럼 폐가 딱딱한 느낌이었다"며 "건강하고 젊은 코로나19 감염증 환자도 폐섬유화 진행 속도가 빨라 폐 이식까지 갈 수 있으니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크모센터 소속 호흡기내과(중환자의학) 박성훈 교수는 "현재까지 (폐 이식에 따른) 급성 거부 반응은 나타나지는 않았다"며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면역억제제 농도를 조절하고 재활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