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로환' 시장 동성제약만 살아남았다
'정로환' 시장 동성제약만 살아남았다
보령제약·태극제약 등 품목허가 취하 또는 취소

동성제약 '크레오소트' 성분 복합제 시장 재독점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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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정로환 에프정’(왼쪽)과 ‘동성 정로환 에프환’.
‘동성 정로환 에프정’(왼쪽)과 ‘동성 정로환 에프환’.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동성제약이 20년 넘게 지속돼 온 '정로환' 경쟁 무대를 평정했다. 지난 1990년대부터 다수 제약사가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결국 모두 시장에서 철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보령제약은 1일 유효기간 만료로 '보령정로환'과 '보령정로환당의정'의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의약품 제조·수입사는 지난 2012년 도입된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뒤 5년마다 효능·안전성을 재입증해야 허가가 유지된다. 자사 제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상당한 분량의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적잖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한 제품의 경우, 자진해서 허가를 취하하거나, 허가 갱신을 포기해 허가가 자동 취소되도록 방치한다.

'보령정로환'과 '보령정로환당의정'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렇다 할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으로, 업계는 회사 측이 실적이 나오지 않는 품목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보령정로환당의정' 출시 당시부터 동성제약과 대립각을 세우던 회사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보령제약이 해당 품목의 시판을 허가받은 것은 지난 1996년 3월. 동성제약은 당시 의약품 규제 당국이었던 보건복지부가 '보령정로환 당의정'을 허가하자 자사의 대표 품목인 '동성정로환'과 동일한 명칭을 사용했다며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이후 보령제약과 4년여간 상표분쟁에 돌입하게 된다.

당시 동성제약은 "지난 1972년 '동성정로환'을 국내에 발매하면서 200억원 이상의 광고비를 들여 소비자에게 약효와 상표권을 인정받아왔는데, 보령제약이 '보령정로환당의정'이라는 상표로 허가를 받아 비슷한 상표로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령제약은 "정로환이라는 상표명은 일본이 러시아를 침략할 때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썼던 약의 명칭으로 고유명칭이 아닌 일반 명칭"이라며 "이럴 경우 '솔표우황청심환'이나 '광동우황청심환'도 같은 상표로 분쟁이 일어나야 마땅하다"고 맞받아쳤다.

이들 두 회사의 상표분쟁은 '보령정로환당의정' 허가 취소 소송으로 번졌고, 결국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을 여러 차례 오간 끝에 보령제약이 승소하며 다툼이 마무리됐다. 이후 경쟁업체들은 제한 없이 자사 제품명에 정로환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보령제약과 같은 날 동의제약도 유효기간 만료로 '동의정장환'(정로환)의 허가가 취소됐다. 앞서 지난 1월에는 태준제약이 '대행정로환', '대행정로환당의에이', '태준대행정로환장의에이' 등 자사가 보유한 정로환 관련 품목을 모두 자진 취하했다. 

기존에 정로환 제품을 가지고 있던 기화제약(디아르환), 내외제약(위장환), 조선무약(솔표정로환) 등은 이보다 앞서 관련 품목허가를 모두 처분했다.

유일하게 익수제약의 '익수정로환' 품목 허가가 남아있지만, 이는 수출용 허가로, 국내 시장에서는 해당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동성제약은 약 25년 만에 다시 정로환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며 "이미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만큼, 매출이 크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동성정로환'의 인지도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여, 후발 주자들이 이 시장에 다시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로환'은 1905년 일본에서 탄생한 지사제다. 러·일 전쟁 당시 만주로 투입된 일본 군인들은 나쁜 수질에 배앓이나 설사병으로 죽어 나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이코신약이 만든 약이 정로환이다. '정로환(征露丸)'이라는 명칭도 '러시아를 정복하는 약'이라는 의미다.
 
국내에는 동성제약의 창업자인 고(故) 이선규 명예회장이 처음 들여왔다. 출시 첫해 단일제품으로만 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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